종영 ‘내보스’, 내성적인 환기를 변화시켰던 사랑이란 촉매제 (종합)

입력 2017-03-15 16:04  


[김영재 기자] ‘내보스’가 종영을 맞았다. 

3월14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이하 내보스)’ 마지막 회에서는 여전히 내성적인 은환기(연우진) 그리고 정반대의 외향성을 지닌 채로운(박혜수)이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성격은 극과 극이지만, 결국 그들도 사람이기에 사랑이 만들어내는 기쁨은 여타 연인들처럼 달콤했고 부드러웠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먼저 채로운과 은이수(공승연)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목욕이라는 얘기를 증명하듯 두 사람은 야외 월풀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고, 은이수는 “실은 여기 오는데 많이 떨렸어요. 무슨 낯으로 봐야 하나. 미안해요. 이런 말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이라며 진실한 사과를 전달했다.

그러자 채로운은 “아니요. 그 말 한 마디가 듣고 싶었던 거예요. 지난 3년 동안”이라며, “언니, 나 등 좀 밀어줄래요? 어느 지점에서 놀란 거예요? 언니 아니면 때?”라고 말해 관계 진전을 위한 노력을 선보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카롱처럼 달달한 ‘내보스’ 속 악연이었다. 채로운에게 은이수란 언니인 채지혜(한채아)의 죽음에 일정 부분 몫이 있는 인물로, 아마 은환기의 여동생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등졌을 인물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자의 동생이기에 채로운은 그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고, 언제나 그랬듯 밝은 표정으로 먼저 화해의 인사를 건넸다.

다음은 부모님들의 차례였다. 은환기의 손에 이끌려 채로운 아버지 채원상(이한위)의 일터인 ‘뉴욕 이발관’을 방문한 은복동(김응수)은 퉁명스러운 “은복동이요”라는 말로 운을 떼며 아들을 밖으로 내쫓았고, 이어 손에 깍지를 낀 채로 “부끄러워서 그랬습니다. 자식 그리 키운 내가 부끄러워서. 미안하게 됐습니다”라며 미안함을 전했다.

이에 채원상은 “자신 키운 사람은 다 알죠. 그 부끄러움. 내 바닥이 다 들통나는 거 같지 않습니까. 근데 제가 본 아드님은 아주 자랑스러우실 거 같은데”라는 말로 은복동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은복동이 어떤 인물이던가. 차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갖은 악행을 일삼던 ‘내보스’의 유일무이 악역이자, 가장 마지막에는 채로운에게 복수하기 위해 ’뉴욕 이발관’ 건물마저 매입했던 불같은 성정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먼저 지난 일들을 사과하고, 피해자와 화해하는 모습은 급작스러웠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해피 엔딩에 부합되는 맺음이었다.

마무리는 역시 은환기와 채로운의 등장이었다. 본인만 못 받은 손 편지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로운은 “아무리 직원들이 먼저라지만. 나 지난 1년 회사 살리느라 일에만 몰두하는 거, 나랑 시간 많이 못 보내는 거 다 이해했는데. 이제 회사도 정상으로 돌아왔잖아요. 근데도 나는 여전히 2순위인 거죠?”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아까 피구할 때 나 얼굴에 공 맞은 거 봤어요, 안 봤어요? 적어도 공평하게 취급을 해줘야죠. 어떻게 내 편지만 안 써요? 됐어요. 보스는 나 안 사랑하는 거예요. 나한테 사랑은요, 그렇게 썼다 지웠다 이럴까 저럴까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거든요. 미친 사람처럼 뛰어드는 거지”라며 냉정하게 등을 돌려 안타까움을 모았다.

어느 때보다 큰 실망을 받은 채로운. 결국 은환기는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에 맞춰 “채로운, 사랑한다”를 외치며 우(雨) 중 키스 세례를 퍼부었고, 외향적인 로운의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뮤지컬 팬 ‘미스터 스미스’에서, 신입 사원의 리더 ‘내성적인 보스’를 거쳐, 뽀뽀를 서슴지 않는 ‘남자친구 은환기’까지. 두 사람 시작은 동정(同情)이었지만, 어느새 그것은 인연이 되었고, 채로운에 감화된 은환기는 결국 그것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바꿔나갔다. 아마 비가 내렸던 이유는 둘을 시샘하는 하늘이 흘리는 부러움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은환기는 평생을 자신만의 방 안에서 무언가에 골몰하며 혹은 연필을 깎으며 시간을 허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그는 채로운과 사랑에 빠졌고,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개인은 변화한다.

자아가 완성된 후에는 쉽사리 변하지 않는 고집불통 성체(成體)일지라도, 사랑 앞에서는 상대에 발맞추어 변화의 폭을 내딛는다는 것. 사랑에 빠졌던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내보스’는 그것을 조금 더 달콤하게, 재밌게, 신선하게 다뤄내며 지지를 얻어냈다. 비록 많은 수의 공감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전달하려 했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될 것이다.


#남녀의 ‘사랑’부터 개인의 ‘성장’까지...한계 없는 연우진의 연기

배우 연우진은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다. 특히 그의 장기는 멜로의 한 갈래인 로맨틱 코미디. tvN ‘연애 말고 결혼’으로 꽃을 피웠던 그의 ‘로코’ 연기는 약 8주간 여심의 심야를 책임졌던 ’내보스’에서도 유감없이 그 매력을 발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안함이 사랑함으로 변모된 남자의 내면까지 섭렵해 작품의 진중함을 책임졌다.

연우진이 연기했던 ‘사일런트 몬스터’의 리더 은환기는 드라마의 제목처럼 내성적 마인드의 소유자이기에 남녀 간의 소통이 선행되어야 하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무리가 많은 인물이었다. 더불어 극중 여자 주인공인 채로운과의 관계 또한 복잡해서, 극단적으로 말해 둘은 채로운의 언니인 채지혜의 자살로 얼룩진 관계였다.

하지만 연우진은 해냈다. 채로운을 위로하고 싶지만 내성적 성격 탓에 애꿎은 벽만 쓰다듬던 극중 초반의 내성적 은환기부터, 사랑하는 여자가 다시 팀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강우일(윤박)에게 대결을 신청하는 외향적 은환기까지. 어쩌면 극단적일 수 있는 변화를 완벽 소화하며 시청자가 한 인물의 성장 과정과 남녀 간의 사랑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악연에서 인연으로 발전된 은환기와 채로운의 사랑은 온전한 연우진만의 성과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그것에 갈등하며, 결국 문을 열고 세상에 나서는 인물의 감정선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온전한 그의 몫이었다. 결국 ‘내보스’를 통해서 연우진은 그의 장기가 ‘로코’뿐 아닌 연기인 것을 증명해냈다.


#’내보스’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두 사람...윤박과 공승연

연우진이 ‘내보스’를 통해서 그의 진가를 재확인 받았다면, 배우 공승연과 윤박은 내성적인 은환기의 동생 은이수와 절친 강우일을 연기하며 그들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극 중 채지혜의 죽음에 무한 책임이 있는 두 인물은 악역으로 매몰되기 쉬웠지만, 은이수와 강우일이 가진 슬픔의 골은 깊고도 넓었고 공승연과 윤박은 그것을 휼륭히 소화했다.

먼저 사랑이 흔들렸던 강우일은 일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명제를 증명하던 초반의 멋짐과 달리 회가 거듭될수록 실망만 늘어가는 인물이었다. 행동을 책임지지 않고, 친구를 방패 삼아 현실에 안주하는 인물이라니! 여기까지는 일반 악역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보육원 출신이라는 아픔이 있었고 결국 그는 친구 은환기의 도움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당위성이 있고 본래부터 악한 것이 아닌 환경에 영향 받은 강우일은 연기가 어려운 입체적 인물이었다. 하지만 윤박은 혹자의 의구심이 그저 우려였던 양 이것을 능히 해냈다.

약혼녀에게 사실을 알리지 말라며 표현했던 겁에 잔뜩 질린 모습과 3년 후 모든 진실을 밝히며 은환기에게 “여태 네가 혼자 다 짊어졌으니까 지금부터는 내가 해야지”라고 말하는 모습의 간극. 아직 주연작이 채 다섯 편이 안 되는 배우로서는 어려울 수 있는 작업이었지만, 윤박은 언급됐던 순간들만큼은 본인이 주인공인 것처럼 압도적 존재감을 뽐냈다.

이어 사랑에 눈이 멀었던 은이수 역의 공승연 또한 ‘내보스’를 통해 연기 능력을 만인에게 피력했다. 마냥 행복하게만 보이던 은이수가 “나는 분명이 아픈데, 슬픈데, 내 얼굴은 웃고만 있으니까”라며 그때까지의 자해를 고백했을 때, 공승연의 젖은 눈가와 울먹거림은 공감과 몰입이라는 배우의 큰 자산이 그에게도 존재함을 알렸고 더 큰 배역에서의 연기를 기대케 했다.


#내성적인 보스와 외향적인 직원...그들이 만들어내는 ‘역설’의 만족감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는 역설을 좋아한다. 아니, 대중은 역설을 좋아한다. 극은 곧 현실을 재료로 재구성된 가상의 공간이며 실재(實在)할 수 없는 세계의 구체화가 가능한 곳이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 속의 허구보다 더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은 그간 만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내보스’는 역설과 허구의 재현이다

기득권층의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상반되는 몇몇 사건들이 언론을 장식하며 피로감을 대중에게 안겼던 최근, ‘내보스’가 제시하는 역설은 그래서 더 반갑다. 갑(甲)질을 일삼는 것으로 공분을 샀던 보스와 을(乙)이었던 직원들의 위치 역전 혹은 평등화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더불어 내성적인 보스는 군림하는 보스 대신 21세기가 원하는 이상적인 보스가 되어 시청자에게 가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사일런트 몬스터’ 팀원들 개개의 특성을 꿰뚫고 적재적소에 능력을 배분하는 은환기를 보면, 모두의 머리 위에 있는 리더를 지나 수평적 보스를 부르짖는 근래의 유행이 왜 목소리를 갖게 됐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빵 셔틀’일 뿐이었던 ‘워킹 맘’ 당유희(예지원)에게는 아날로그 정서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미적 감각이 뛰어난 ‘패셔니스타’ 김교리(전효성)에게는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부여하며, 냉철하고 현실적인 엄선봉(허정민)의 말은 허투루 듣지 않고 사업에 그대로 응용하는 등 은환기의 용병술을 가히 놀라울 지경. 가상이라는 한계만이 아쉬운, 만족감을 안겨준다.

상황의 역전이든 가상의 구체화든 그 중심에는 역설이 있다. 그리고 ‘내보스’는 보통의 ‘로코’와는 다르게 사랑의 완성 외에 역설의 만족감을 건네며 시청자를 만족시켰다.

한편 ‘내성적인 보스’의 후속으로는 정체를 숨긴 천재 작곡가와 첫사랑 직진녀 여고생이 펼치는 순정 소환 청량 로맨스인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가 방송된다. 배우 이현우, 레드벨벳 조이가 주연을 맡았으며, 3월20일 첫 방송 예정이다.(사진출처: bnt뉴스 DB, tvN ‘내성적인 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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