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복면가왕’ 봉구, 마음 한 켠을 선물하다

입력 2017-03-20 11:30  


[이후림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작은 고추가 맵지 않았던 적은 없지.”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만큼의 단단한 목소리가 나오는지. 거대한 무대 가운데 빨간 양복을 입은 작은 가수 물찬 강남제비는 호빵왕자 환희를 꺾고 가왕 자리에 앉게 된다. MBC ‘복면가왕’ 속 남성 듀오 길구봉구의 멤버 봉구의 이야기다.

봉구는 2013년에 길구봉구라는 2인조 남성 그룹으로 데뷔,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부터 ‘뭘해도 예쁜걸’ ‘좋아’ ‘왜 이리’, 최근 가수 하동균과 함께한 ‘그래 사랑이었다.’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소화하며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아 온 바 있다. 이번 ‘복면가왕’ 출연을 기점으로 ‘작은 고추는 맵다’는 속담을 성실하게 입증해내고 있는 가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물찬 강남제비 봉구를 bnt뉴스가 만났다.

Q. 복면가왕에 출연, 가왕 자리에 앉았었다. 소감이 궁금하다.

“일단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다. 부모님이 ‘복면가왕’이나 ‘듀엣가요제’ 같은 노래 경연 프로그램들을 좋아하시는데, 아들인 내가 그런 프로에 나와서 노래한다고 하면 제일 기뻐해주실 것 같아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가왕이 된 것이 조금 얼떨떨했다. 우리 스태프들끼리도 이야기 할 때 가왕까진 아니고 3라운드까지 준비한 노래 3곡, 그것만 다 부르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환희 선배님이 너무 잘 하고 계셨고, 매번 멋진 무대를 보여주셨기 때문에 나는 그만큼의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노래만 하고 오자’란 생각이었다. 그래서 가왕이 됐을 때 기쁘고 그랬던 게 아니라 ‘뭐지?’하고 벙쪘던 기억이 난다. 끝나고 나와서 ‘가왕 축하드려요’란 이야기를 들을 때 실감이 나더라. 내가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에서 가왕이란 걸 했구나. 마냥 신기했다.”

Q. 부모님은 뭐라고 말씀하셨나.

“사실 부모님한테 ‘복면가왕’ 나가는 걸 이야기를 안했다. 근데 되게 웃긴 게 어머니도 내가 이야기 안 할 걸 미리 알고 계셨더라. 내가 ‘복면가왕’에 출연한 사실을 부모님은 TV를 보고 아셨다. 내가 이야기를 안 하니까 ‘너지’ 이런 이야기도 안 하시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아시는 데도 모른 척 하신 거더라. 고마웠다.”

Q. 복면가왕에 나가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길구 형이랑 12년 째 팀을 하고 있다. 이번 ‘복면가왕’ 나가기 전에 ‘듀엣가요제’란 프로그램에 나가서 (길구) 형이랑 듀오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일반인 파트너들과 듀엣을 이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다보니까 혼자서도 재미있는 무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길구 형 없이 그런 걸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었다. 내가 길구 형한테 기대는 게 굉장히 크다. 서로 많이 기댄다. 서로 부족한 것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척하면 척이니까.(웃음) 내가 조금 부족한 모습을 길구 형이 많이 채워주고, 서로 이런 것들이 잘 맞는다. 근데 그런 것 없이 온전한 혼자의 무대를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Q. 길구가 ‘복면가왕’ 보고 바로 알아차렸나.

“길구 형은 ‘복면가왕’을 보면서 가면 안의 사람이 누군지 원래 되게 잘 맞춘다. 가면이 아니라 박스를 써도 알아보겠다고 하더라. 내가 사용하는 제스처가 있으니까. ‘너 나왔어?’가 아니라 ‘너 나왔더라~?’였다. 확신을 한 거다.(웃음)”

Q. 제스처를 보고 대중들도 알아차렸던 것 같다.

“나도 내가 그런 제스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듀엣가요제’를 보면서 알았다. 고개가 좀 삐뚤어진? 우리 팀이 방송을 타는 팀이 아니어서 노래하는 내 모습을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근데 ‘듀엣가요제’를 보면서 자세히 알게 된 거다. 주변에서 허리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 있더라.(웃음)”

Q. 주변에서는 가면 속 봉구를 좀 알아보던가.

“되게 놀랐던 게 나는 내 목소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 아는 동생들, 학생들 모두 나한테 ‘너지?’라고 물어본 게 아니라 ‘그 노래 잘 부르더라’고 확신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나 아닌데, 무슨 소리야?’ 하면 ‘알았어, 다음번도 기대할게’라고 맞받아치더라.(웃음) 강남제비가 나라고 확신을 한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

“솔직히 걱정도 했었다.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정말 아무도 못 알아봐주면 또 너무 서운 할 것 같더라. ‘몇몇의 네티즌 수사대분들이 연구해서 알아봐주셨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다 알아봐 주셔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다.(웃음)”

Q. ‘복면가왕’ 곡 선정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곡들로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방송이다 보니 조금 더 대중분들에게 알려진 곡들을 선정 하려고 노력했다. 정인 선배님의 ‘미워요’를 내가 정말 좋아했다. 꼭 무대에서 해보고 싶었는데 그 곡으로 가왕이 됐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도 하고 싶었던 곡으로 가왕이 된 게 아니냐.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Q. 정인의 ‘미워요’, 가수 이적이 만든 노래다.

“‘미워요’ 부른 날에 (이)적이 형한테 연락이 왔다. 사진을 캡처해서 ‘형 듣고 있다’고 연락이 왔더라. ‘복면가왕’ 방송 후에 음원이 올라가지 않나. 잘 했다고, 너무 잘 했다고 응원해줘서 감사했다. 내가 (이)적이 형을 너무 좋아한다. 광팬이다. 형의 코러스를 할 때 정말 행복했는데 형이 작사, 작곡한 곡 ‘미워요’를 잘 했다고 이야기해줘서 뿌듯했다. 원작자에게 좋은 말, 칭찬과 응원을 들은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기쁨이었다.”

Q. 그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노래 들을 때 가사가 정말 중요하다. (이)적이 형 특유의 가사가 좋다. 은근한데 대놓고 이야기하는? 은근하게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것.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에둘러 이야기하는 것도 싫다. 적절한 가사가 좋다. 또 정인 누나가 그 곡을 너무 잘 불러서 옛날부터 혼자 많이 불렀던 노래이기도 했다. 꼭 무대에서 불러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복면가왕’ 제작진 측에서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줘서 할 수 있었다.”


Q. 가사를 중요시 하는 노래 취향이 길구봉구의 앞으로의 곡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더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에 항상 인터뷰 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 물으면 항상 우리는 공연을 하는 가수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여러 장르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길구봉구에게는 발라드 가수, 댄스 가수 등 타이틀이 붙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오랜 무명생활을 견뎌 여기까지 왔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지금의 회사를 들어오기 전까지 여러 회사를 돌아다녔다. 군대를 다녀와서 지금의 대표님을 만났다. 그리고 나서 첫 앨범이 나오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작업하면서 ‘앨범 한 장 내는 가수들 대단하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 길구 형과 나는 바보 같은 게 둘 다 힘들어도 그만두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단순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첫 정식 데뷔를 2013년에 하게 된 거다.”

“그때 내가 28살이었고, 길구 형이 31살이었다. 늦은 데뷔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앨범이 안 나오면 우리는 안 되는 거 아닐까?’라고 길구 형에게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노래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조금씩 내려놓으니 좋은 기회가 생겼던 것 같다.”

“정말 배고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사라지면서 ‘꾸준히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가수가 되겠지’란 생각이 생기더라.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은 너무 감사하고 좋다. 만족한다.”

Q.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공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든 후에도 이문세 선생님이나 양희은 선셍님, 전인권 선생님들처럼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우리 공연을 찾아오시는 대중분들이 있는, 그렇게 공연하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

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작은 거인의 노래에 ‘복면가왕’ 패널 가수 조장혁은 “노래할 때 과하게 애쓰는 게 좋은 것이 아닌데, 강남제비는 관객들에게 마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노래를 한다”고 평했다.

물찬 강남제비 봉구가 물어다 준 따뜻한 마음 한 켠이 반갑다. 넓은 무대를 진심이 담긴 노래로 가득 채워 비좁아 지친 마음의 공간을 마련해준 봉구. 그가 물어다 줄 또 다른 마음 한 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한편 길구봉구는 최근 가수 하동균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음원 ‘그래, 사랑이었다.’를 발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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