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한국영화⑤] 현재의 숙제 그리고 비극의 흔적

입력 2018-01-03 09:00   수정 2018-01-04 14:06


[김영재 기자] 2018년 무술년에도 한국 영화 돌아보기는 계속된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눈길 닿은 첫 주제. ‘박스오피스 순위’였다. 알고 있는가? 2017년 ‘천만 영화’는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뿐이란 것을. ‘강철비(감독 양우석)’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987(감독 장준환)’의 12월 흥행 혈투 역시 기사 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한 해를 빛낸 배우’도 좋은 주제였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와 ‘부라더(감독 장유정)’를 통해 배우 마동석은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주연작을 세 편이나 개봉한 배우도 다수였다. 설경구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을 통해 3전 2승을 거뒀다. ‘미담 제조기’ 강하늘은 ‘재심(감독 김태윤)’ ‘청년경찰(감독 김주환)’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으로 3전 3승의 기록을 썼다.

그러나 기자는 다른 시각으로 2017년을 주목했다. 그리고 정유년을 종합하는 다섯째 기사는 조선족과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를 조명해본다. 한국 영화가 조선족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소련과 북한을 마주한 할리우드의 그림자가 있다. 또한, 한국 영화가 위안부 피해자를 어루만지는 손길에는 한국 영화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공공(公共)의 적인가?


7월25일 ‘청년경찰’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은 한국 영화가 조선족을 범죄 집단으로 묘사하는 데에서 오는 사회적 편견을 우려했다. 이에 김주환 감독은 “과거 냉전 때의 미국 영화가 소련을 적대자로 삼았듯 한국 영화 역시 악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편견 아닌 영화적 장치로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청년경찰’은 주인공과 대치하는 극적 인물로서 조선족을 배치시키는 2017년 대표작이다. 작품은 두 경찰대생이 납치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야기를 전한다. 범인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조선족이고, 그들은 가출 청소년을 납치해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다.

영화 ‘황해’ ‘신세계’ 등 그간 한국 영화계는 조선족과 살인을 결부시켜왔다. 김주환 감독은 영화적 장치를 언급했지만, 이는 영화적 폭력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물론 허구를 알리는 자막은 두 청년의 활극이 가짜라는 것을 알린다. 하지만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강력 범죄의 현장으로 직접 묘사했고, 해당 공동체는 작품의 상영 금지 촉구를 외쳤다.

‘범죄도시’ 또한 조선족을 스크린에 소환했다. 2017년 추석 특수를 노리고 10월3일 개봉한 ‘범죄도시’는 하얼빈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조선족을 소탕하기 위한 실화를 극화했다. 주인공 마석도 형사를 연기한 마동석과 흑룡파의 보스 장첸을 연기한 윤계상의 호연에 힘입어 경쟁작 ‘남한산성’을 물리치고 누적 관객수 약 687만 명을 기록했다. 또 다시 선역은 한국인이고, 악역은 조선족이다. 이에 대해 강윤성 감독은 “실화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다. 조선족 주민들과 함께 나쁜 놈을 잡는다는 설정이다”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물론 ‘범죄도시’의 조선족 묘사는 ‘청년경찰’과 다르게 근거가 있다. 2004년 ‘왕건이파 사건’과 2007년 ‘흑사파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배우 마동석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특정 사람들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주환 감독, 강윤석 감독, 마동석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악의는 없다”라고.

#“Yes, I can Speak.”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 민족은 암흑을 겪었다. 대한제국은 멸망했고, 나라는 일제의 일부가 됐다. 일제강점기 동안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잘못을 저지른 일본. 그들은 지금까지도 그때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3월1일 개봉한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은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를 겪어야 했던 두 소녀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비극이 지닌 슬픔이 워낙 크기에 이나정 감독은 간접적인 묘사로 당시의 아픔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어린 나이에 강제적 성 노동을 겪어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의 운명은 분노를 모으고, 할머니가 된 종분(김영옥)이 그 시절 영애를 마주하는 장치는 2015년 타결된 어느 협상을 기억케 한다.

9월21일 개봉작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피해자의 현실과 미래에 집중한 작품이다. 전반부가 할머니와 9급 공무원의 휴먼 코미디라면, 후반부는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나옥분(나문희)에게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 공개 청문회에서 나옥분이 일본군에 의한 배의 흉터를 보여주는 장면은 관객이 현실을 직시하게 돕는다. 실제로 결의안은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이는 국제 사회가 일본 위안부 강제 동원을 공식 인정한 최초 결과로 남았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 캔 스피크’의 홍보 방법이다. 제작보고회 때까지만 해도 작품은 노인과 청년의 세대 코미디로 소개됐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란 점이 특정 톤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당시 설왕설래를 후일담으로 전했다. 관객이 느낄 가슴 한편의 부담은 분명 위안부 영화의 약점이다.

그간 영화 ‘낮은 목소리’ 시리즈와 누적 관객수 약 358만 명을 기록한 ‘귀향’ 그리고 9월14일 개봉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 등 다수의 작품이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 결국 관객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은 배우의 진정성 있는 연기 그리고 감독의 흔들리지 않는 연출이다.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김현석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고, 나문희는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데뷔 56년 만의 첫 여우주연상이다.(사진출처: 영화 ‘청년경찰’ ‘범죄도시’ ‘눈길’ ‘아이 캔 스피크’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공식 스틸컷)
 
◆2017년 한국영화 종합결산 기획 시리즈◆
[2017한국영화①] 원작의 각색 그리고 상상의 나래 (12.30.)
[2017한국영화②] 반전의 구성 그리고 외적인 화제 (12.31.)
[2017한국영화③] 변화의 북한 그리고 불변의 근현대 (01.01.)
[2017한국영화④] 엄마의 이름 그리고 약진의 여배우 (01.02.)
[2017한국영화⑤] 현재의 숙제 그리고 비극의 흔적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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