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영남 “사람다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입력 2018-01-11 15:59  


[이혜정 기자]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어요. 현실과 내가 꿈꿨던 연기, 배우라는 그 사이에서. 중간을 찾는 일을 여전히 하고 있죠. 연기에 대한 갈증도 크고요. 올해는 좀 더 나를 다져가며 다시 시작한다는 그런 목표를 갖고 있어요”

배우란 죽을 때까지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배워가는 업(業)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장영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기 경력 이십여 년의 배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의 뇌리 한편에 자리 잡은 배우임이 분명하지만 내뱉는 말 하나, 하나는 겸손하기 그지없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장영남이란 배우는 어떠할까.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자 장영남의 모습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인터뷰를 다 읽은 후에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어딘가 수줍고 부끄러움이 많은, 연기에 대한 갈증을 끊임없이 느끼는 천상 연기파 배우 장영남의 이야기다.

Q. 화보 촬영 소감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사실 촬영장에 오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 bnt에서 내 안의 편안한 무언가를 일깨워줬다. 정말 행복하고 즐겁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Q. 가장 맘에 들었던 콘셉트

수트를 입고 촬영한 마지막 콘셉트가 가장 자유로워서 좋았다. 의상도 바지라 편했고 뒤에 기댈 수 있는 벽이란 공간이 있지 않았나. ‘인간은 기댈 곳이 필요하구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구나’를 느꼈다(웃음).

Q. 근황

영화 ‘협상’을 찍은 후 조금 쉼을 갖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짧게나마 예능 출연도 한 번 했었고 공연 준비를 해야 해서 무언가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연출 선생님이 공연에만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공연 준비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다.

Q. 2018년 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있다. 간단한 작품 소개

친숙한 극은 아니다. 고대 희랍 비극이고 ‘엘렉트라’라는 작품이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어떻게 만들어질지 사실 나도 궁금하다. 익숙한 극은 아니다. 좀 어려울 수도 있고. 다시 각색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각색이 될지 나도 궁금한 작품이다.

Q.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소감

긴장된다. 긴장되고 떨리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한편으로는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중이고 막상 연습을 시작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내가 또 어떻게 바뀔지 그 시간을 생각하고 기대하는 중이다.

Q. 연극으로 데뷔했으나 최근에는 연극 무대에서 보기가 힘들었다. 이유가 있을까

결혼을 하면서 연극을 못 하게 된 것도 있다. 연극은 거의 매일 연습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촬영하기 위해서도 집을 비워야 하는데 연극까지 하게 되면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좀 집에 있는 분에 대한 배려 차원도 있었던 것 같고(웃음).

연극과 다른 작업을 병행했을 때는 같이 하는 배우들에게 무례를 범하게 되더라. 연극은 늘 같은 시간대에 함께 연습해야 하는데 방송 스케줄은 그 날, 그 날 달라지고 변동이 크기 때문에 같이 연습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연극과 방송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연극 무대에 오랜 시간 서지 않게 됐던 것 같다.

Q. 연극 무대 복귀를 위해 특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마음가짐을 준비 중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운동도 해야 하긴 하는데 체력관리를 못 하고 있다. 마음 다지기. 그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최근 출연한 tvN 예능 ‘김무명을 찾아라’에서 한 발언이 인상 깊다. “나도 늘 무명(無名)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일까

‘나도 현재 배우 활동을 하고 있지만 늘 무명배우 같다’는 평소 생각이 표현된 것 같다. 그만큼 연기에 갈증을 느낀다는 의미다. 배우가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긴 하나 요즘에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나. 드라마 한 편이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붐이 2, 3년 가지는 않지.예전을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때 봤던 ‘여명의 눈동자’ 나 ‘모래시계’에서 느낀 여운이 아직도 마음에 있다. 쉽게 바뀌지 않고 오래 갔었다. 그런데 요즘은 빠르게 바뀌는 것 같다. 사람들 마음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 내가 늘 한 자리에 있을 순 없지 않나. 배우란 직업은 늘 변화 해야만 하는 거라서… 그래서 늘 무명 같다.

Q. 배우로서 무게감이 대단한 것 같은데도 늘 무명 같다니. 배우의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글쎄. 무명이란 게 뭘까. 연극을 주로 하던 시절에도 내가 무명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 무명이라는 건 보는 사람들이 붙이는 단어일 뿐이지 무명 배우들 역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열심히 연기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중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많은 이들이 나에게 무명 시간이 길었다고 얘기하는데 나 스스로는 참 많은 작품을 쉴 새없이 했었다. 다만 사람들이 몰랐을 뿐(웃음).


Q. 95년 연극으로 데뷔해 오랜 시간 대중들에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다만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배우였을 뿐 연기를 하고 무대에 오르는 게 참 즐거웠다. 연기가 너무 좋아서 잘 해보고 싶고, 잘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연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이유이지 않을까.

Q. 연극 무대, 영화, 드라마를 오가는 배우다. 각 무대의 재미가 다르겠다

맞다. 각각이 참 다르더라. 사실 세 무대를 구분해서 표현하고 평가하는 게 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방송이나 영화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연극은 어려운 한편 내가 좀 더 자유로웠다면 방송이나 영화는 조금 자유롭지 못한 게 나만의 느낌이다. 나 스스로의 문제 같다. 아직 벽을 깨지 못한 것에서 문제일 수도 있다.

Q. 각 무대에 적응하는 본인만의 적응 노하우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는 경험만큼 큰 스승은 없다. ‘계속 부딪치고 경험해보자. 되든 안 되든 주어지면 하고’와 같은 마인드가 중요하다. 작은 역할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 굵직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아무래도 한 단계 성장하는 것 같다. 배우 본인의 정서적인 것도 그렇고 카메라와의 밀착감, 현장에서의 관계성 등 모든 것이 좋아진다. 그래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2018년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이 개봉 예정이다. 어떤 역할인가

옴니버스식 영화다. 내가 맡은 역할은 아기 엄마. 젊은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잃게 되고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와중에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나를 되찾으려고 하는 그런 캐릭터다. 극 중 캐릭터가 실제의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나도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쉽지만은 않더라.

Q. 최근작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도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사극을 할 때 어려움이 있나

사극을 할 때 대사 톤이나 사용하는 단어도 물론 어렵긴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준비하는 과정인 것 같다(웃음). 메이크업하고 헤어 스타일링을 하는데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고 또 머리 모양 가채가 정말 무겁다. 옛날보다 가벼워졌다고는 하는데 나중에는 허리와 어깨에도 통증이 오더라. 극 중 왕비 역할이다 보니 태는 유지를 해야 하고…(웃음) 정말 힘들었다.

Q. 시대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이 조금 더 재미있나

사극 참 재미있다. 힘든데 재미가 있더라. 조금 더 에너지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는 거 같다.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 및 작품

조금 오래되긴 했는데 ‘늑대소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전에 강한 역할을 좀 많이 맡았었는데 ‘늑대소년’에서는 내추럴하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는 ‘이게 맞나, 이렇게 하면 될까’라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지만 연기를 떠나서 전반적인 영화의 스토리와 이야기가 다 정말 좋았다.

Q. 배우 활동을 하면서 힘이 되는 동료가 있다면

배우 문정희. 참 좋아하는 동생이다. 잊지 않고 가끔이나마 서로 메시지도 주고받고 응원해 주곤 한다. 만나자고, 만나자고 하는데 서로 바쁘다 보니 쉽지가 않다.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상대 배우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하정우 배우를 굉장히 좋아한다. 누나 역할 같은 캐릭터로라도 만나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참 좋아한다. 연기를 정말 잘 하는 거 같다. 매력도 넘치고. 현장에서 꼭 한번 보고 싶은 배우 중 한 사람이다.

Q. 작품에서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배우는

(임)시완이.

Q. 최근작에서 만났었는데도 또 임시완인가(웃음)

시완이 참 착하다. 솔직하고. 젊은 친군데 신기하게 클래식한 면이 있다. 애 어른 같은 느낌. 그런데 그런 점이 참 매력 있다. 귀엽고 좋다.

Q. 윤아와도 호흡을 많이 맞췄다

맞다. 영화 ‘공조’나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 함께 했다. 윤아도 참 귀엽다. 씩씩하고 싹싹하고.

Q. 현장에서 연기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런 후배들이 좋겠다. 싹싹하고 착하고 예의 바른

예의가 바르지 않아도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신인 배우들을 보면 기특하다. 열심히 하고 밝지 않나. 매력 있다 그런 친구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모르겠다. 사실 너무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 보고 싶다’ 하는 건 없다. 극 중에서 제대로 숨 쉬고, 즐겁게 임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그런데 그런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캐릭터로 소모되는 역할보다는 사람이 묻어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Q.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참 많아 보인다

맞다. 늦은 나이지만 성장통을 겪고 있다. 현실과 내가 추구했던, 되고 싶었던 배우나 연기.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지점이 어디일까 아직도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

Q. 장영남에게 긴장감을 줬던 배우가 있을까

(임)시완이 같은 경우가 어리지만 나를 긴장하게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더라. 눈빛이 좋다. 시완이 뿐만 아니라 대부분 후배들이 긴장감을 들게 하더라. 대체로 다 기본 이상은 하는 거 같다. 눈에 띄게 막 연기를 못하는 친구들이 없더라(웃음).

Q. 연기를 잘 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할까

아까 얘기했듯이 경험인 것 같다. 계속 연기를 하다가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배우에게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스며드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서 연기가 늘고. 본인인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연기를 잘 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 뭔가를 노력하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연기를 잘한다, 못 한다로 표현할 순 없는 것 같다. 경험의 차이가 아닐까. 현장이 편해, 좋아 이럴 순간이 있다. 내가 뭔가를 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현장과 환경이 배우에게 새로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연기는 생각으로만 할 수 없다. 마음이 중요하다. 이성과 감성이 같이 가는 거라.

Q. 배우 아닌 장영남의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는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부터 그냥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을 생각했던 것 같다. ‘배우가 아니면 안 돼!’ 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 ‘연기를 잘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연기 참 재미있는 거 같아, 잘하고 싶어, 열심히 하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순간이 오더라. ‘배우가 아니면 안돼!’ 라고 생각했다면 오히려 지금까지 배우를 못 했을 것 같다.

Q. 연기자 외에 되고 싶었던 꿈은 없나

없었다. 한 번도 다른 생각은 안 했다. 그저 연기를 ‘잘’ 해보고 싶었다.

Q. 새롭게 무언갈 해보고 싶은 생각은

공부를 하고 싶다(웃음). 외국어 공부도 좀 하고 싶고 연기 공부도 하고 싶기는 하다.

Q. 예능 프로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좋다. 예능 좋지. 요즘 JTBC ‘아는 형님’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출연도 해 보고 싶다. 아직은 뭐가 좀 없어서 때가 아닌 거 같고(웃음).

Q. 가장 맘에 드는 신체 부위

맘에 드는 부위? …사실 난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라. 특별히 맘에 드는 부위 없다. 하나씩 약간 모자란 거 같다(웃음). 편안하게 생긴 얼굴은 아닌 거 같다. 좀 강하게 생기지 않았나 싶다. 안 그래도 목소리도 독특한데(웃음).

Q.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인 거 같은데 본인에겐 아닌 가 보다

어릴 때는 목소리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었다. 연극 공연을 마치면 관객들을 상대로 설문지 조사를 한다. ‘그 배우는 감기 걸렸어요?’ 등의 평을 듣기도 했었다(웃음).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당시에는 자신감도 없어지고 고민도 깊었는데 ‘에라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괜찮다고 하더라. ‘목소리가 매력 있어요’ 하기도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내 얼굴은 잘 못 알아봐도 ‘목소리를 좀 들어본 것 같아요’ 하기도 한다. 목소리가 독특하긴 하다는 생각이 들지.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사람다운 배우. 참 잘 사는 배우. ‘저 사람 참 잘 살아. 보기에 편안하고. 참 괜찮아. 귀감이 돼’ 이런 평을 듣고 싶다. 특별히 튀거나 하지 않아도.

Q. 2018년 목표

목표라기보다 늘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이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놓치고 갔던 부분들이 많은 거 같다. 내년에는 연극을 또 하니까 연극 연습을 하면서 나를 자근자근 잘 다져가고 싶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찬찬히 가 봐야겠다’가 목표다.

에디터: 이혜정
포토: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하유림, 석지혜
의상: 맘누리, 더뮤즈, 포튼가먼트
슈즈: 섀도우무브(SHADOWMOVE)
아이웨어: 룩옵티컬
주얼리: 바이가미
헤어: 더세컨인뷰티 한오 원장, 유노 디자이너
메이크업: 더세컨인뷰티 주시연 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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