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트렁크 아래 LPG 도넛, 르노삼성 특허?

입력 2019-04-26 07:40   수정 2019-04-26 07:56


 -'도넛(Donut)' 용어만 특허, 형태는 지식재산권 없어

 현대자동차가 신형 쏘나타 LPI에 환형(環形) LPG 탱크를 적용하자 국내에서 환형을 먼저 적용한 르노삼성자동차에 지식재산 비용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환형에서 동그라미를 의미하는 '환(環)'을 나름의 네이밍(Naming) 작업으로 바꾼 '도넛(Donut)'이라는 용어와 용기를 차에 부착하는 방법일 뿐, 환형 LPG 용기 형태 자체는 특허가 아니어서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 또한 '도넛(Donu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할 뿐 환형 용기 사용에 따른 지식재산권 갈등은 전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식재산권이 언급되는 것은 환형 용기를 르노삼성이 '도넛형'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먼저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이미 환형 용기를 사용하던 현대기아차는 환형 용기를 국내 시장에 도입할 경우 차 가격이 오를 수 있고 LPG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만큼 국내 공급업체의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적용에 시간이 필요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지난 2014년 도넛형 탱크 개발 당시 LPG 시장점유율이 낮았던 르노삼성은 중형 LPG 세단, 특히 개인택시 판매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2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며 포스코와 대한LPG협회 등과 손잡고 환형 탱크를 만들었다. LPG 판매대수 자체가 많지 않았던 만큼 현대기아처럼 탱크 공급 문제가 없었던 데다 개인택시는 말 그대로 사업에 활용되지 않을 때는 개인승용차나 마찬가지여서 트렁크 공간을 차지한 원통형 탱크의 불편을 언급하는 개인택시사업자가 적지 않았던 게 개발 배경이다.

 반면, 국내 LPG 중형 세단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던 현대기아차는 공급 문제로 쉽게 바꾸기 어려웠던 데다 가격이 오르면 영업용 LPG 구매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감안했다. 더불어 스페어타이어가 사라지는 만큼 그에 대한 불만도 고려해 점진적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이후 쏘나타와 그랜저를 시작으로 차츰 환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선택했고, 최근 환형 탱크가 탑재된 중대형 세단이 출고되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탱크 용량을 두고 경쟁이다. 르노삼성 SM6 LPi 도넛 탱크의 물리적 용량은 75ℓ인 반면 현대차는 쏘나타에 80ℓ 탱크를 탑재했다. 가스안전 법규상 과충전을 방지하려면 환형은 80%의 연료만 담을 수 있어 SM6는 가득 채울 때 60ℓ, 쏘나타는 64ℓ의 액화석유연료를 채울 수 있다. 현대차는 연료밀도가 낮은 LPG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탱크를 키워 잦은 충전의 번거로움을 줄였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4ℓ를 더 넣기 위해 탱크 무게가 증가하는 점을 지목하며 효율을 들먹인다. 판단은 소비자가 하겠지만 양측 모두 환형 탱크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비교적 높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양측이 LPG차를 두고 경쟁하자 박수치는 곳은 LPG 에너지 기업들이다. 완성차기업의 이동 수단 경쟁이 LPG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켜 LPG 연료의 수송 부문 소비를 늘릴 수 있어서다. LPG 운전자교육 폐지를 이끌어낸 곳도, LPG차 구매 제한 완화를 만들어낸 곳도 자동차가 아니라 에너지기업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자동차회사의 경쟁 같지만 어떤 연료를 채우고 이동할지 결정하는 것은 에너지기업들이다. 소비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뀐 판도에 따라 이동 수단 제조사 간 벌어지는 경쟁을 두고 제품을 선택할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넛'이라는 용기 브랜드가 잠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하이빔]세금 들어가는 EV 박람회 홍수시대
▶ [하이빔]중국차의 생존을 위한 EV 경쟁
▶ [하이빔]볼보차코리아가 중국산 XC40을 수입하지 않는 이유
▶ 파업 가능한 한국지엠 R&D, 실제 파업은 '글쎄'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