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공과 지속가능은 '관리 혁신'에 있다

입력 2019-08-29 16:52   수정 2019-08-29 16:53


세계적 사무실 공유기업 위워크는 2017년 소프트뱅크가 45억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한 이래 기업가치만 470억달러(약 53조400억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문화OS(culture operating system)’를 만드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상품화해 기업에 판매할 계획도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 이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 대가 중 한 사람인 게리 하멜은 “진화의 시대는 가고 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혁명적인 전략을 위한 그의 경영이론 핵심은 ‘관리 혁신’에 있다. 즉 기업의 성공과 지속가능은 새로운 기술 개발, 첨단 제품 출시보다는 조직문화, 의사결정구조, 조직구성, 직원들의 시간 활용 등 ‘사람 관리’와 관련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 자체에 창의성을 불어넣으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멜은 기술과 제품의 혁신 방식은 21세기 수준인데, 사람을 관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20세기 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혁신을 북돋우고 꽃피우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리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혁신에도 급이 있다

관리 혁신이란 뭘까. 하멜에 따르면 혁신에도 급(級)이 있다고 한다. 가장 밑에는 ‘운영 혁신’이 있다. 이는 조달·판매·유통·서비스 채널 등의 혁신으로, 해봐야 큰 경쟁력이 없다. 쉽게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단계 높은 혁신은 ‘제품 혁신’이다. 스마트폰,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최신 제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제품 혁신의 경쟁력도 고작 6개월에서 1년을 버티다 사라진다. 다음 단계는 ‘비즈니스 혁신’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전혀 다른 방법의 사업을 구상했을 때 일어나는 혁신이다. 페이스북, 이케아, 자라 등이 그 예다. 그다음은 ‘업계 구조 혁신’이다. 애플이 아이팟(iPod)을 내놨을 당시가 그렇다. 애플은 아이팟과 디지털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즈를 통해 음반업계 구조를 다시 짰다. 이후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세계 음원시장을 재편했고, 1위로 등극했다. 유니콘 기업인 에어비앤비, 우버도 업계 구조를 바꾼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다.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전혀 소유하지 않고도 호텔 비즈니스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호텔기업 인터컨티넨탈그룹이 65년에 걸쳐 이룩한 업적을 단 4년 만에 달성했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힐튼, 메리어트 등 대형 호텔 체인의 시가총액보다 높다.

미디어 전략가인 톰 굿윈은 2015년 3월 ‘테크크런치’에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업계 구조 혁신의 파워를 실감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위, 즉 혁신 사다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은 관리 혁신이다. 이는 의사결정구조, 조직문화, 학습 등 사람 관리와 관련된 혁신이다. 이 분야의 혁명은 한 기업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터는 듯한 강력한 파장을 미친다. 구글, 자포스, 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도요타,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같은 회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역시 관리 혁신에 있었다.

관리 혁신의 사례

구글은 어떤 직원이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검토·지원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또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조직 운영 전반에 애자일을 도입했다. 5~10명 규모 애자일 단위 팀이 4000개 이상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한다. 이는 제품 출시 기간 단축, 생산성 증대, 직원 만족도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사원들에게 생각할 자유, 어떤 일에 참여할 자유를 최대한 많이 주려 한다는 것이다. 조직을 최대한 수평하게 구성해서 누구나 회사 차원의 결정에 참여하게 하고, 모든 직원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려 한다. 아마존이 온라인 미국 1위 신발 판매 회사 자포스(Zappos)를 12억달러에 인수한 이유가 뭘까.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이자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가인 세스 고딘은 “독특한 기업문화와 고객과의 끈끈한 유대관계,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인 서비스 정신,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가진 무형의 기업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그만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포스만의 DNA 역시 관리 혁신의 산물이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가 애자일의 대명사라고 꼽은 스포티파이는 세계 음원 스트리밍 1위, 유료 구독자 7000만명 이상, 기업가치 230억달러의 명성을 지닌 회사다. 스포티파이를 더 유명하게 한 것은 애자일한 조직문화다. 많은 기업이 따라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애자일 모델만 따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에서 배워야 할 것은 모델보단 끊임없이 실험하는 정신과 거기에서 얻은 교훈을 학습하려는 태도다.

‘문화OS’ 공들이는 이유

세계적인 사무실 공유기업인 위워크가 ‘문화OS’에 공들이며 상품화해 기업에 판매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일하는 방식 등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관리 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단순 부동산 임대업자가 아니며 오피스 공유 사업을 통해 최적의 운영 솔루션을 제공, 가장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오피스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오피스 구성 방식의 거대한 변화에서 돈을 벌기를 원한다. 오피스 구성 방식과 문화OS는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무형자원이기 때문이다. 위워크 제너럴 매니저이자 공동 창업자인 매슈 샴파인은 “문화는 하나의 조직을 움직이는 운영체제”라며 ‘목적·리더십·시티즌십·공간·연결성·민첩성·재능·플랫폼’이 문화OS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규모와 관성 때문에 급진적인 혁신을 추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생각해보라. 자본, 인력, 인프라 등 자원이 탄탄한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이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와 같은 비즈니스를 왜 창출하지 못했는지. 최근 대기업들이 사내 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조직의 DNA를 바꾸는 관리 혁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 대답에 따라 여러분 회사의 운명과 수명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

이재형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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