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국정농단 선고'…좌우로 갈린 서초동

입력 2019-08-29 17:48   수정 2019-08-30 00:39

29일 새벽 6시 대법원과 서울 서초역 일대는 76대의 경찰 버스로 둘러싸였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씨의 뇌물 사건 판결을 내린 이날 투입된 경찰은 3000여 명(38개 중대). 하지만 경찰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서초역 사거리 한쪽은 ‘박근혜 무죄’를, 반대편에선 ‘이재용 구속’을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 앞에는 국정농단 사건 최종 판결을 앞두고 아침부터 보수·진보단체가 제각기 모였다. 경찰이 대법원 정문 앞과 횡단보도를 모두 통제하면서 대법원 왼쪽 맞은편에는 우리공화당과 보수단체 천막 8~10개가 세워졌고, 오른쪽 맞은편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자리를 잡았다. 대법원 맞은편 길거리에는 민주노총의 ‘8·29 대법선고, 이재용 구속!’과 우리공화당의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하라!’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지만 양측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전 11시께 우비를 입고 대법원 정문 맞은편에 선 민주노총 간부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 구속돼야 한다”고 외쳤다. 낮 12시부터는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가 열려 당원과 지지자 1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정치재판 인민재판’ 등의 손팻말과 태극기를 흔들며 선고를 기다렸다.

오후 2시30분 3명에 대한 2심 재판을 모두 다시 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시위대의 희비는 엇갈렸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 결과가 먼저 나오자 대법원 정문 맞은편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고 있던 참가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자신의 손에 피를 안 묻히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주를 받은 판사 놈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져 나왔다. 인천 숭의동에서 집회에 참가하러 온 송모씨(60)는 “박 전 대통령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즉시 석방 안 되고 뇌물이 늘어난 거냐. 정치적 판결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뇌물액과 횡령액이 늘어난 이 부회장 판결에 대해서는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은 “나라 경제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연 보수단체의 한 회원은 “대법원이 내놓을 수 있는 최악의 판결”이라며 “일본과 최근 경제관계도 안 좋은데 이 부회장까지 구속되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던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이 부회장을 석방한 부당한 2심 선고를 파기한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와 삼성은 적절한 절차를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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