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뉴 트렌드 짚어보고…세계 춤꾼들 몸짓에 빠지고…

입력 2019-09-04 17:46   수정 2019-09-05 00:27


세계 연극과 무용의 최신 흐름을 보여주는 국제 공연예술 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가 올가을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약 20년간 이어져 온 두 축제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해외 화제작과 우수작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도 60여 편의 작품이 쏟아진다. 일부 작품은 관람권이 판매되자마자 매진되는 등 공연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대의 ‘불안’ 조명하는 SPAF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SPAF는 다음달 3~2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등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러시아 등 10개국의 작품 19편이 무대에 오른다. ‘시대를 조명하다’는 주제로 시대의 ‘불안’을 다루는 작품이 많다. 이병훈 SPAF 연극 프로그래머는 “멋지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작품들로 구성했다”며 “외적으로 화려한 작품들은 아니지만 깊은 사유를 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은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과 ‘잊혀진 땅’이다. 덴마크 출신 연극계 거장 유제니오 바르바가 이끄는 오딘 극단의 ‘크로닉 라이프: 만성적 인생’은 2031년 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적 위기를 맞은 사람들이 유럽의 한 도시로 모이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다. 11개 국가에서 모인 40명의 단원이 무대에 올라 각자 자신의 모국어로 연기한다. 그럼에도 자막과 해설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직 배우들의 움직임과 소리만으로 관객들 감각을 일깨운다.

벨기에 극단 포인트제로가 선보이는 ‘잊혀진 땅’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인형극이다.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방사능에 노출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인형으로 표현한다. 연출 장 미셸 드우프 등이 체르노빌에 거주했던 사람들을 만나 취재한 후 만들었다.

개막작 ‘카프카’도 놓쳐서는 안 될 작품으로 꼽힌다. 러시아 고골센터의 작품으로 천재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삶을 다룬다. 평범한 보험사 직원이었던 그의 삶을 바꾼 망상과 폭로 등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왕헌지와 세바스티앙 라미레스가 공동 작업한 무용 ‘보더라인: 경계에서’도 화제다. 현대무용과 힙합 댄스를 결합한 동작과 함께 중력을 거스르는 고난도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젠더·인종 차별을 몸짓으로 SIDance

국제무용협회가 주최하는 SIDance는 다음달 2~2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CKL스테이지 등에서 열린다. 한국,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등 19개국의 무용 47편을 무대에 올린다. 해외 초청작 20편, 국내 작품 27편이다. ‘폭력’을 주제로 젠더, 이데올로기, 인종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화제작은 1회당 관객을 69명으로 한정하는 ‘69포지션즈’. 섹슈얼리티와 공적 영역의 관계 등을 다루며 성 정치학을 조명한다. 덴마크 출신 안무가 메테 잉바르첸이 다양한 시각예술, 언어 등과 결합해 선보인다. 개막작은 벨기에 출신 안무가 울티마 베스가 선보이는 ‘덫의 도시’다. 인간의 갈등과 불가해한 재앙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폭력적 분위기가 압도하는 가운데 단색조의 미로를 무용수들이 카메라와 함께 질주하며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친 춤을 통해 과도한 남성성을 빗대어 표현한 우나 도허티의 ‘희망 사냥과 나사로의 승천’, 인터넷에서 요구되고 있는 미(美)에 대한 비판을 충격적 이미지로 풀어낸 넬라 후스탁 코르네토바의 ‘강요된 아름다움’ 등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전통춤을 한 번에 소개하는 ‘한국의 춤-전통춤마켓’도 관심을 모은다. 이틀 동안 국내 안무가 14명이 전통춤을 해외 관계자들과 관객 앞에서 선보인다. 서정숙의 ‘민살풀이춤’부터 서한우의 ‘버꾸춤’까지 다양하게 펼쳐진다. SIDance 관계자는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전통춤 플랫폼을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며 “우리만의 전통에서 세계의 공연예술 자산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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