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도마의 신' 여홍철 "딸에게 기술 얘기 안 해, 쉴 곳 돼줘야죠" (키스포츠페스티벌)

입력 2019-09-10 09:24   수정 2019-09-11 09:45


'도마의 신' 여홍철은 한국 체조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199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은 물론,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한민국 체조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여1', '여2'까지 등재하는 등 그야말로 체조계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었다. 묵묵히 정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낸 그에게 '신'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하지 않았다.

선수 은퇴를 한지 어느 덧 19년. 그러나 '도마의 신'은 멈추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스포츠지도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며 새로운 삶은 시작한 그는 현재 스포츠를 매개로 꿈을 품고 있는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여홍철은 "은퇴하자마자 공부를 시작해서 3년 반 동안 대학원 박사 학위 받으며 공부했다"라고 근황을 밝혔다.

그는 교수로서의 자신을 '인생 선배'일 뿐이라고 했다. "내가 가르침을 받던 시절에 비해 요즘은 교수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그는 "학생들과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얼마나 잘 따라오느냐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 선배로서의 상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권위가 있는 것보다는 어떨 때는 친구 같고, 어떨 때는 선배 같은 걸 추구한다. 돛단배에 단 돛처럼 방향을 지시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거칠고 권위적인 선배보다는 따뜻한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고 싶다는 여홍철의 남다른 철학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화 내내 푸근한 너털웃음을 짓는 그에게서는 긍정적이고 힘찬 기운이 새어 나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도마 공주'로 떠오르고 있는 딸 여서정에게도 이 같은 아빠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전해지고 있는 것일지 궁금해졌다.

이에 여홍철은 "제가 집에서 체조인 선배로서 서정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 같아요?"라고 먼저 물었다. 그리고는 이내 "집에 오면 체조 동작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안 한다. 서정이에게 훌륭한 지도자분들이 있으니까 난 한 마디도 안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주말에 한 번 집에 오는데 쉴 곳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집에서까지 와서 기술이 어떻다고 이야기하면 쉴 곳이 없지 않겠냐. 그래서 난 될 수 있으면 운동 이야기를 전혀 안 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서정에게 아빠 여홍철은 둘도 없이 든든한 인생 선배라는 점이다. 여홍철은 "관심과 간섭을 잘 구분해야 한다. 자기는 관심처럼 이야기하지만 듣는 사람이 간섭으로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주로 들어주는 편"이라며 "서정이 본인이 궁금할 때는 질문을 먼저 한다. '오늘 이 기술을 했는데 안 되더라'고 물을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조언을 하면서 지도자분과 상의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정 안되면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한다. 어찌됐든 서정이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전했다.

여서정은 '도마의 신'이 낳은 '도마 공주'다. 그는 16세의 나이로 32년 만에 여자체조 금메달을 따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6월에도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 도마 여자 경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 여자 체조의 샛별로 눈에 띄는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여홍철은 "딸이지만 서정이가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경기만 가면 메시지도 많이 하더라. 아시안게임으로 자카르타를 갔을 때도 아빠는 국제대회나 큰 종합대회를 많이 뛰어봤고, 불안한 그 심정을 아니까 문자를 하더라. 그래서 문자를 주고 받으며 토닥여주곤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서정이가 잘 해줘서 좋다. 처음에 체조를 할 때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서정이가 과연 체조를 시작해서 잘 견뎌낸 끝에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근데 정말 잘 커줬다"라고 대견함을 표했다.


이처럼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사실상 국민들의 관심은 일부 스포츠에만 치중된 상황. 여홍철은 국민들이 스포츠에 광범위한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뒤따라야한다고 봤다. 그는 "스포츠 뉴스에서 그날 경기가 있었던 종목을 전부 자막으로 보여주는 곳이 딱 한 군데다. 그 외에는 축구, 야구, 농구, 골프 아니면 방송을 안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은 방송에 보여지는 경기들만 있었던 것으로 인식을 한다. 그리고 이게 어린 친구들에게도 전파돼 결국 스포츠 종목에는 그것들만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여홍철은 "오늘 무슨 대회가 있었는지 전부 자막으로라도 나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외다리 스포츠다. 그러니 자녀들이 운동신경이 있더라도 부모들은 자주 접하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종목만 쫓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에 대한 시야를 넓히기 위해 '키스포츠페스티벌'과 같은 기회 또한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여홍철은 "이런 축제나 대회가 열리는 게 정말 좋다. 꾸준히 하다 보면 조금은 생각을 달리해 우리나라에 많은 종목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키스포츠페스티벌'이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풀려면 몸을 직접 움직여서 활동력을 키우는 게 제일 좋다. 땀도 흘려 보고, 쾌감도 느껴보는 거다. 시간이 되는 분들은 새로운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라면서 단, 한 종목에만 중독되는 것은 지양하라고 강조했다.

"보는 것보다 직접 참여를 해보면 생각이 바뀌어요. 연예인도 TV로만 보다가 한 번 마주치면 못 잊잖아요. 스포츠도 비슷해요. 그냥 보는 것보다 참여를 하면 절대 안 잊어버리고 그 매력에 빠지게 돼 있어요. 하지만 절대 자기 생활까지 포기하면서 한 가지 종목에 중독되지는 마세요. 건강하게 즐기는 걸 추천합니다."


'키스포츠페스티벌'은 오는 9월 28, 29일 양일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된다. 한경닷컴과 키스포츠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키스포츠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주식회사 고마오가 공동 주관한다.

미식축구, 크로스핏, 폴 댄스, 팔씨름 등 8개의 스포츠 경기에 17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며, 스포츠 경기 외에도 엑스포, 컨퍼런스, 부대행사 등이 마련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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