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동물이야?" 퍼팅으로 벌레 맞혔다가 실격 면한 폴 케이시 사건 놓고 SNS서 시끌

입력 2019-09-10 13:45   수정 2019-09-10 15:21

[09월 10일(13:45)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장) “아니 벌레가 동물이라니, 내 참 기가막혀서!”

골프계가 시끌벅적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속에서다. 남자프로골프 강자 폴 케이시(42·영국)가 지난 8일 독일에서 끝난 유럽피언투어 포르쉐오픈을 제패한 직후부터 소란함이 커지고 있다. 케이시는 2위에 1타 차로 우승했는데, 하마터면 우승을 박탈당할 수도 있었던 ‘벌레 저격 사건’이 화제가 됐다. 정확히는 케이시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골프규칙과 그 규칙을 적용하려던 현장 경기위원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연은 이렇다. 케이시는 2라운드 5번 홀에서 약 3m짜리 클러치 퍼트를 했다. 공은 라인을 타고 잘 굴러가 홀안으로 빙그르르 돌며 떨어졌다. 그런데, 이 장면을 TV가 클로즈업해 공개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공이 굴러가는 그린 위에 있던 작은 벌레(한창 기어가고 있던)를 타고 넘어간 것이다.

이 장면을 본 경기위원은 이미 경기를 끝내고 스코어카드 접수처에 앉아있던 케이시에게 가 문제를 제기했다. “TV를 보니 당신이 퍼팅한 공이 기어가던 벌레를 치고 갔다. 그 상황을 인지했었다면 (스트로크를 취소하고) 다시 플레이를 해야 했다. 벌레도 동물이다.”

경기 중 새나 개 등의 동물이 뜻하지 않게 코스에 들어와 선수의 경기를 방해할 때 선수와 경기를 보호하는 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맞다면 케이시는 다시 그린으로 돌아가 퍼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끝난 일. 케이시는 “몰랐다”고 답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선수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면 ‘면죄부’를 주게 돼 있다. 반면 알고도 그냥 경기를 끝마쳤다면 ‘실격’이다.

다행히도 케이시는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선두를 따라잡는 역전극을 연출하며 유러피언투어 열 네번째 트로피를 차지했다. 대회 주최 측도 케이시를 우승자로 공표했다. 해피엔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흥분했다. “뭐 이런 웃기는 규칙이 다 있었느냐”는 비판에서부터 “벌레가 동물로 분류되는 지 난생 처음 알았다”는 답까지 각양각색의 비난이 쏟아졌다. 호주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여자 백상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카리 웹(45)은 트위터에 “듣도 보도 못한 룰이다. 내가 접한 가장 웃긴 규칙인데 당신들의 생각은 어떤가?”라고 공감을 요청했다.

LPGA투어 41승을 수확한 전설의 글이었으니 반향이 증폭됐다. 한 골퍼는 “아이언으로 공을 칠 때도 벌레가 두 동강 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것도 페널티를 받아야 하느냐?”고 쓰기도 했다.

이런 룰이 실제 있기는 할까. 있기는 하다. 다만 퍼팅이나 스트로크한 공이 날아가는 새나 뛰어가는 강아지 등 ‘동물’에 맞아 멈추거나 방향이 틀어졌을 경우다. 이 때 골퍼는 원래 공이 있던 자리에서 페널티 없이 다시 샷(스트로크)을 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아예 몰랐을 경우는 예외다. 그냥 하던 대로 경기를 진행하면 된다. 알고도 모른척하고(이런 경우가 흔친 않지만) 경기를 속행한 게 나중에 밝혀지면 실격된다.

규칙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위원의 룰 적용이 지나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프로골프투어(KPGA)의 한 경기위원은 “벌레를 동물로 해석한 것부터 과했다.나같으면 벌레는 ‘루즈 임페디먼트’로 해석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뭇잎이나 작은 가지 등과 같은 것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손으로 벌레를 잡아 치울수도 있고, 퍼팅한 공이 벌레를 타고 넘어갔다 해도 골퍼가 알았든 몰랐든 그냥 경기를 속행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페널티도 없다. 또 다른 경기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루 이틀된 경기위원도 아닐텐데 눈에 잘 보이지 않은 벌레를 가지고 경기 규칙 운운한 게 흥미롭다. 아마도 ‘생명보호’에 대한 강한 신념이 있는 분이 아닐까.”

유퍼피언투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그 경기위원은 케이시에게 “벌레도 동물이다.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악의는 없어 보인다. 생물학에선 곤충을 동물로 분류한다. 그래도 가뜩이나 미스테리하다는 소리를 듣던 골프 룰이 논란의 회오리를 피하진 못할 듯하다. (끝) /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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