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직원에 전년도에 못쓴 11일치 연차수당 주라니…최저임금에 연차수당까지 두 번 우는 자영업자

입력 2019-09-16 17:40   수정 2019-09-17 01:29

서울 대학가에서 직원 5명과 함께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7월 고용한 직원으로부터 최근 생각지 못한 요구를 받았다. “작년에 못 쓴 연차 11일치에 해당하는 99만원을 수당으로 지급해달라”는 것이다. 노무사에게 문의했더니 “지난해 5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직원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소기업에 새로운 비용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1, 2년차 직원에 대한 연월차 산정 기준 변경이 자영업자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업종이든 5인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면 개정된 법 조항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1년차 직원에게 11일, 2년차 직원에게는 15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2년차 직원은 15일 중 1년차에 사용한 연차휴가를 뺀 날짜만큼 쉴 수 있다. 1년차 때 휴가를 5일 다녀왔다면 2년차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10일이 된다. 연차는 1년 근무에 따른 보상으로 주어지는 만큼 원칙적으로 1년차에는 연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2년차에 쓸 연차를 1년차 때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법 개정으로 1년차에 연차를 얼마나 사용하든 2년차에는 15일을 쉴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전이라면 A씨의 직원은 2년차인 올해 15일을 쉬는 것으로 1, 2년차의 연차가 소진된다. 그런데 법이 바뀌어 올 연차 15일과 별도로 지난해 11일의 연차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이 지난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29%) 등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법 개정에 따른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를 감당할 자영업자가 많지 않다. A씨는 “불경기로 월 매출이 700만원을 밑돌 때가 많아 연차수당 99만원을 지급하려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자영업자가 법 개정 사실을 알고도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한 노무사는 “상담하다 보면 ‘도저히 지급할 사정이 안 된다’며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업주가 많다”며 “그냥 ‘최대한 쉬는 날을 많이 주라’는 정도로만 당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무겁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을 경영난에 빠뜨린 것도 부족해 교도소 담장 위에까지 세웠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라며 “1년차에게도 연차사용촉진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차사용촉진제도는 1년에 두 번 사용자가 연차 소진을 서면으로 안내하면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수당 지급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2년차 이상에게만 적용돼 왔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년간 29% 오른 최저임금의 여파로 올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고인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임금체불액은 1조112억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조6472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임금체불 신고도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영세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년간 임금체불 관련 진정이 세 차례 이상 신고된 사업장(2800여 곳)의 85.9%는 3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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