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 "중고자전거도 '위탁 보증판매' 첫 페달 밟았죠"

입력 2019-09-20 17:33   수정 2019-09-21 00:27


서울 용산 서빙고동에 있는 라이트브라더스는 ‘자전거 덕후(마니아)’들의 아지트로 불린다. 한강에서 가까운 반포대교 북단에 터를 잡아 라이더들에게 최고의 접근성을 갖췄다. 1층엔 카페, 지하 1층에는 자전거 스팀 세차장과 정비소 등이 숨어 있다.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49)는 이곳을 지키는 아지트 주인이다. 아침마다 라이딩을 즐긴다는 그는 “회사 자체가 자전거 덕후들이 모인 곳”이라며 “카페 바리스타도 자전거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자전거 전문가”라고 말했다.

‘뼛속’까지 자전거 회사인 라이트브라더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중고 자전거 보증 위탁판매다. 중고 자동차 매매처럼 중고 자전거를 주인 대신 팔아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 이름도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기를 만들기 전 자전거점을 운영한 라이트형제의 이름에서 따왔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은 라이트브라더스를 우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분류했다.

라이트브라더스는 중고 자전거 위탁 판매 요청을 받으면 제품을 놓고 ‘종합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산업용 엑스레이 제조사로 유명한 독일 익스론의 비파괴검사기로 육안으론 확인할 수 없는 작은 ‘크랙’까지 잡아낸다.

라이트브라더스의 정밀 검사를 통과한 자전거는 추가로 성능과 외관 등 61개 항목의 정비를 거친다. 이후 자전거 전용 스튜디오에서 ‘꽃단장’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한다. 기존에 있던 데이터와 자전거 주인의 희망 판매가를 고려해 값을 매긴다. 판매자는 제값을 인정받고 구매자는 품질 보증된 자전거를 구매할 수 있어 양쪽 모두 만족도가 높다.

“지금도 내리막 길에서 최고 시속 70~80㎞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를 아무런 검증 없이 사고팔고 있어요.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페인트만 칠해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병든 자전거들이 정말 많아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엑스레이를 통해 품질 검사를 하면 그동안 수리한 이력까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불신을 걷어낼 수 있죠.”

김 대표는 베테랑 컨설턴트였다. 유명 컨설팅 회사 메타브랜딩의 초창기 창립 멤버였고 이후 컨셉츄얼로 자리를 옮겨 10년간 기획일을 했다. 화장품 브랜드인 이니스프리, 제주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오설록 등 수많은 회사의 이미지가 모두 김 대표 손을 거쳤다. 자전거는 답답할 때 종종 타던 스트레스 해소 수단에 불과했다.

“자전거는 취미였는데 ‘직업병’이 도진 거죠. 기획할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자전거에 입문하면서 개인적으론 가장 힘들었던 자전거 거래를 어떻게 더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지금의 ‘라브’가 탄생한 거죠.”

2016년 5월 회사를 그만둔 뒤 딱 2년 만인 지난해 5월 라이트브라더스를 설립했다. 첫해 3억여원의 매출을 냈다. 2년차인 올해는 10억원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BNK캐피탈과 손잡고 자전거 운용리스, 롯데렌탈과 함께 장기렌트 등의 사업을 펼친 결과다. 이전까지 자전거 사고가 나면 제대로 된 검사 방법이 없어 ‘전손(全損) 처리’밖에 할 수 없었던 보험회사에서도 라이트브라더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단순 위탁판매가 아니라 가치관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층에 카페를 낸 것도 ‘라브’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곳에 앉아 라이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업 아이디어가 샘솟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자전거산업 전체가 모두 상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새 플랫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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