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지는 캐디조끼…'책임 떠 넘기기'에 캐디만 발동동

입력 2019-09-24 17:05   수정 2019-09-24 17:09


‘캐디 의상이 비로 인해 캐디빕에 이염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2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올포유·레노마챔피언십을 앞두고 대회조직위는 이 같은 공지 문자를 ‘2번 사항’에 기재해 선수 및 관계자들에게 전했다. 태풍 ‘타파’가 북상해 대회 기간 많은 비가 내릴 예정이었고 염색한 캐디빕(caddie bib)의 물이 빠질 수 있어 옷을 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 캐디빕의 이염 가능성을 예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염 피해 올해 두 번째, 협회·대행사는 ‘책임 떠 넘기기’

비바람은 예정대로 코스를 덮쳤고 선수 우산 씌워주기 바빴던 캐디들의 캐디빕은 흠뻑 젖었다. 협회가 우려했던대로 캐디빕의 물이 빠지면서 캐디들의 상의로 메인스폰서 로고의 ‘메인 컬러’였던 오렌지 색이 이염됐다. 이 같은 일이 매년 종종 일어났고 세탁을 맡겨도 지워지지 않아 몇몇 캐디는 캐디빕을 제작한 대행사측에 보상을 요구했다. 당시 캐디들은 대행사로부터 “이염이 될 수 있으니 흰 옷을 피하라고 공지했다”는 답을 돌려 받았다.

캐디들이 캐디빕 이염 때문에 피해를 본 건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5월 열린 E1채리티오픈에서도 캐디빕 물이 빠져 캐디들이 피해를 봤다. 당시 대회조직위측은 캐디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상책을 내놨다가 이후 세탁을 해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시 피해를 본 한 캐디는 “세탁이 깨끗이 되지 않아 결국 상의를 버려야 했다”며 “주의하라고해서 캐디빕을 안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관리 주체는 KLPGA, 책임 주체는?

대회조직위의 말처럼 캐디가 캐디빕에 옷을 버리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캐디빕을 입지 않고 가방을 메거나, 애초에 물 빠지지 않는 ‘질 좋은’ 캐디빕을 지급하는 것이다.

캐디빕은 중요한 대회 요소 중 하나여서 입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스폰서는 브랜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고 협회도 이를 도와야하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협회가 캐디빕 미착용시 벌금 100만원을 부과하고 2회째 적발되면 선수를 실격시키는 조항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염되지 않는 질 높은 캐디빕을 지급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해결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착용 의무’ 뿐 아니라 ‘이염되지 않는 캐디빕을 제작할 의무’ 역시 대회주최측 및 대행사, 그리고 관리 주체인 KLPGA에게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 KLPGA가 대행사측에 제공하는 캐디빕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앞주머니(2분할) 반드시 제작요망’, ‘쿨(매쉬) 소재, 허리밴드, 번짐(X)’이라고만 써 있다. 번짐의 경우 이염 현상이 아닌 스폰서 로고가 지워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업계에 따르면 캐디빕 제작 단가는 3~4만원 안팎이다. 이염 위험이 있는 소재의 캐디빕은 3만원선이고 이염 방지가 되는 소재는 4만원 정도에 주문 가능하다.

올포유·레노마챔피언십 담당 대행사 관계자는 “협회에서 진행하는대로 제작했다”며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도) 협회 조치에 따라 진행하겠다”라고 했다. KLPGA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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