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존립 위기"…르노삼성-노조, 이틀 연속 고강도 협상 돌입

입력 2019-09-25 10:17   수정 2019-09-25 10:21



르노삼성자동차가 25일에 이어 26일까지 이틀 연속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실무협상에 나선다. 이례적인 릴레이 고강도 협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차 실무협상을 시작한다. 3차 실무협상도 바로 다음날로 이어 잡았다. 통상 실무협상을 진행하면 각자 내부 논의를 거치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협상에 나서지만, 그런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미래 회사 존립이 판가름날만큼 이번 임단협 협상이 중요하지만 노사간 입장 차는 여전히 큰 탓이다. "틀어지면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여유로운 교섭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극명한 노사간 입장 차를 좁히는게 관건이다. 지난해 르노삼성 임단협은 올해 6월 타결됐다. 지난해 임단협 타결부터 고작 석 달이 지나 노사가 협상대에 앉았지만, 협상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임금 10% 올려달라는 노조

앞서 지난 19일 진행한 1차 실무협상에서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8.01%)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 요구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노조의 요구안은 노조원의 임금을 10.1% 높이고 정년퇴직까지 고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 노조 가운데 가장 강경한 요구다. 단적으로 올해 현대차 노조가 요구했던 기본급 인상액은 12만3526원이었다. 그나마도 현대차 노조는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 등으로 나빠진 경기 상황을 감안해 기본급 4만원 인상에 합의했다.

르노삼성은 생산 절벽에 직면해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노조 파업이 장기화 되며 기존 위탁생산 차량에 대한 계약 연장이나 신차 배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 생산 절벽 몰린 르노삼성

르노 본사는 르노삼성의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올해 초 연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였고, 연말 만료되는 계약 연장도 하지 않았다. 잦은 파업으로 생산성을 보장할 수 없는 불량 공장에 차량 생산을 맡길 수 없다는 의도가 담겼다.

르노삼성에 배정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던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도 노조 파업을 지켜본 본사가 등을 돌리며 연기됐다. 르노삼성은 내수용 XM3 생산을 허가 받았지만, 실제 수익을 안겨줄 연 8만대 규모 유럽 수출용 XM3를 두고는 스페인 등 해외 르노 공장과 경쟁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지만, 어느 방향이든 연내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생산 절벽에 직면했다. 유럽 수출용 XM3를 확보하지 못하고 로그 위탁생산이 끝나면 르노삼성의 생산량은 즉시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생산량은 21만5680대. 이 가운데 로그가 10만7251대를 차지했다. 내수 시장에서 CUV가 비인기 차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생산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오는 27일까지 접수 받는 희망퇴직 신청자는 아직까지 수십 명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406명 규모 잉여 인력을 대상으로 순환휴직과 전환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시간당 생산량(UPH)도 생산 절벽으로 인해 내달 7일부터 기존 60대에서 45대로 25% 줄인다. 노조가 주장하는 추가 인력 채용이나 임금 인상을 논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

◇ 노조, 강도 높은 투쟁 예고

실제 회사 상황과 관계없이 노조가 규정하는 르노삼성은 ‘지난 6년 동안 흑자를 냈고 수출용 물량도 확보했으면서 구조조정에 나서는 회사’로 요약할 수 있다. 노조는 이에 따라 올해 임단협에서 일체의 양보는 없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우선 노조는 르노삼성의 생산 절벽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은 세계 자동차 공장 생산성 지표인 하버 리포트 평가에서 2016년 8위에 올랐고, XM3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인력도 갖췄으니 배정이 당연하다는 것. 유럽 수출용 XM3를 이미 배정 받았으면서도 회사가 임단협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르노삼성은 이전까지 적자를 지속하다가 닛산 로그 위탁생산을 맡은 이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35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노조는 회사가 수익을 내면서도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은 외면하고 되레 인력감축에 나서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석 달 만의 임단협…"파행은 존립 위기"

업계는 르노삼성이 이번 임단협에서 파행을 빚으면 유럽 수출용 XM3 배정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타결 석 달 만에 다시 임단협에 나선다는 상황도, 지난 협상에서 파업이 벌어진데 이어 다시 파업이 벌어지는 상황도 르노 본사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다.

르노삼성이 높은 생산성을 갖췄다는 노조의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8위 생산성을 갖췄다고 평가됐던 2016년, 르노삼성은 무분규를 지속하며 25만7345대를 생산했다. 노조가 약 70차례 파업을 단행해 28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만들고 올해 16만대, 내년 12만대에 못 미치는 생산량이 예상되는 지금 시점의 르노삼성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현 상황에서 임단협 파행은 회사 존립도 위협할 것”이라며 “노조가 지금의 회사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입장 차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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