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호주 인프라투자 경험이 성장 밑거름…한국IB의 '색깔'은 무엇인가"

입력 2019-10-03 18:07   수정 2019-10-04 01:12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지향하는 한국 증권사들에 호주 맥쿼리는 대표적인 벤치마킹 대상이다. 맥쿼리와 한국 IB 간 공통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맥쿼리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북미나 유럽이 아니라 호주에서 성장했다. 호주 인구는 2500여만 명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맥쿼리는 JP모간(220주년) 골드만삭스(150주년) 등 다른 글로벌 IB와 비교하면 역사도 일천한 편이다.

맥쿼리는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IB 중 최고 수준의 이익률(작년 기준 23.4%)을 내고 있다. 일찌감치 좁은 호주시장을 박차고 나아간 결과 해외수익 비중도 66%에 달한다. 맥쿼리가 운용하는 투자자산은 33개국에 걸쳐 500조원 규모에 이른다.

벤 웨이 맥쿼리그룹 아시아 대표(사진)는 최근 홍콩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맥쿼리가 글로벌 IB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호주에서의 인프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지난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 순이익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29억8200만호주달러(약 2조4400억원)였다. 웨이 대표는 “맥쿼리는 1969년 창립 이래 50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해가 없었다”며 “올해는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소개했다.

맥쿼리가 인프라 투자 분야에서 강점을 지닐 수 있었던 배경으로 웨이 대표는 1980년대 후반 호주 자산운용시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변화를 지목했다. 당시 호주에서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도입 운동이 벌어지면서 업종별 기금형 퇴직연금이 속속 생겨났다. 1992년에는 모든 근로자 소득의 일정 비율을 퇴직연금에 의무 적립하도록 강제한 ‘슈퍼애뉴에이션’이 도입됐다.

이와 동시에 호주 정부는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 자산의 민영화와 민간투자 허용 등 규제 완화에 들어갔다. 웨이 대표는 “근로자들이 매주 퇴직연금에 일정액을 적립하기 시작하자 기금 규모가 빠르게 불어났다”며 “기금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나서자 정부가 인프라 자산 민영화를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맥쿼리의 해외 진출은 이런 호주에서의 경험에 착안했다. 웨이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도 곧 호주처럼 인프라 투자 수요가 높은 연기금 규모가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회수주기가 길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인프라 투자상품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맥쿼리가 꼽은 새로운 먹거리는 재생에너지와 스마트시티다. 맥쿼리는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80억호주달러(약 6조6000억원)를 투자했다. 아직 도시화가 덜된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에서는 스마트시티를 눈여겨 보고 있다.

웨이 대표는 “맥쿼리는 지난해 SK텔레콤과 함께 한국 보안업체인 ADT캡스에 투자했다”며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과 손잡고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이 대표는 최근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한국 IB에 대해선 “맥쿼리가 인프라에 강점이 있는 것처럼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현지 정부·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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