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다시 만날 생각 없는데…' 소개팅남에게 밥값 입금해 줘야 할까

입력 2019-10-07 13:53   수정 2019-10-07 15:08



처음 만남에서 비용에 대해 남녀는 어떤 생각차이를 갖고 있을까.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5~45세 미혼, 재혼남녀 427명을 대상으로 맞선 시 더치페이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첫 만남 비용'에 대해 남성의 46%가 "번갈아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여성의 58%는 "상대방이 부담해야 한다"고 답해 첫 만남 시 소비되는 비용에 있어서 남녀간의 생각 차이를 확연함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남녀간 더치페이에 대한 생각차이를 엿볼 수 있는 글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길을 끈다.

여대생 A씨는 최근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대 후반 소개팅남 B씨는 "제가 식당예약을 안 해 놨는데 좀 걷다가 먹고싶은 곳 있으면 아무데나 들어가도 괜찮죠?"라고 말했다.

A씨도 흔쾌히 승낙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1시간이 넘도록 같은 장소를 세 바퀴 정도 돌 뿐 어떤 식당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A씨가 속으로 '이게 뭐하는거지' 싶은 때 B씨는 묻지도 않은 차 얘기를 꺼냈다.

"저는 차가 없어요. 걷는 게 좋아서요."

A씨는 하이힐로 인해 걷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안 힘든 척하며 맞춰 걸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B씨는 갑자기 말했다. "자 이제 저만 따라오세요."

A씨가 따라간 곳은 고급 레스토랑. 심지어 B씨 이름으로 예약도 이미 돼 있는 상태였다.

A씨는 '왜 예약해뒀으면서 안 했다고 거짓말을 했지?' 의아했지만 일단 자리에 앉았다.

B씨는 1인당 15만 원 상당의 메뉴를 주문했다.

대학생인 A씨는 "그런 메뉴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지만 B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제 아버지는 회사 오너고 그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A씨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B씨는 "사실 내가 차도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A씨가 듣기에도 꽤 비싼 수입 SUV였다.

'엥? 차도 없다더니?'

밥을 다 먹고 A씨가 커피라도 사겠다고 하자 B씨는 너무 늦었으니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면서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A씨는 괜찮다고 사양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식당 예약을 해놓고도 안 했다고 한 것이며 묻지도 않았는데 차가 없다고 했다가 사실은 있다고 하는 것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마음에 든다, 다음에 커피는 언제 마시겠냐'고 묻는 B씨에게도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상대방이 자신을 마치 테스트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쾌감이 들어 애프터 신청은 거절했지만 첫 만남에서 먹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식사비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A씨는 "비싼 밥을 먹었기 때문에 뭔가 갚아야 할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은 떨쳐버릴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조언해 달라"고 말했다.

이 글에 네티즌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입금하는 기능이 있으니 밥값을 보내줘라"라는 입장과 "내가 시키고 싶어서 먹은 메뉴도 아닌데 왜 입금을 해줘야 하나"라는 갑론을박을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딴에는 머리 굴려가며 떠본 것 같다. 힐 신은 여자를 한 시간 넘게 걷게 하고, 예약도 안 했다 차도 없다 했는데 상대방이 잠자코 따라오니, 오케이 넌 내 시험에 통과했어. 자 큰 상을 주마. 뭐 이런 논리인건가"라고 어이없어했다.

식사비를 입금해 주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카톡 기능 중에 송금하는 게 있으니 밥값 보내주고 우린 안 맞는 거 같다고, 거짓말하시는 분이랑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러고 거절해라. 송금완료 톡 오면 바로 차단해 버리고 주선자한테는 안 맞아서 거절했다 하는 게 좋을 듯", "좋은분 만나시라 하고 계좌번호 달라해서 밥 값 주는 게 나을 것 같다" 등의 '더치페이' 의견과 "돈을 왜 주나. 20대 초반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여성이 15만 원 코스 먹고 싶어한 것도 아니다", "돈을 주고 잊어버리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 커피 쿠폰 정도로 하자", "소개팅에서는 더치페이가 매너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경우는 해당 안 된다. 식당부터 메뉴 선정까지 여성의 의견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낼필요없다' 의견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돈 없는 척하다가 나중에 15만 원 식사 대접해주고 외제차 태워주면 여자가 '어머 똥차인줄 알았는데 벤츠였네~' 할 줄 알았나보다. 이상한 개념테스트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가연결혼정보 관계자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날 장소를 정할 때는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서로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최선이다"라면서 "서로 적당한 지역을 선정했다면 가이드는 남자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도 장소나 메뉴를 추천할 때 첫 만남의 부담을 줄이려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시은 연애 컨설턴트는 이같은 소개팅 경험담에 대해 "보는 이들이 비슷하게 추측하고 있는 것처럼 해당 남성이 여성을 테스트한 상황으로 느껴진다"면서 "예약된 레스토랑, 차 이야기 등에서 추측해 볼 때 본인의 환경과 상황에 관계없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상대의 반응을 살펴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어떤 의도였는지는 당사자만이 알겠지만, 오히려 이런 행동 때문에 상대의 내면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놓쳐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 컨설턴트는 "상대방이 의도된 거짓말을 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과 진심을 터놓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도움말=박시은 연애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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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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