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게이트' 조사 중"

입력 2019-10-08 11:29   수정 2019-10-08 12:45


자유한국당은 지금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다. ‘조국 사태’는 분기점이다. 잘 대처한다면 보수 우파 통합의 동력을 얻고 당내 갈등 요인도 일거에 제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총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우파 통합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당내 계파 간 갈등 재점화라는 악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도부 책임론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당 원내 전략을 총지휘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운 이유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당 원내대표 취임 이후 예상외의 강경 투쟁을 이끌며 ‘나다르크(나경원과 잔다르크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여권의 검찰 개혁 추진에 대해 “사법 체계 전복이고 장기 집권 플랜의 하나이며 독재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공격했다.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선 “홍위병을 앞세운 체제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 반대가 많고 한국당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는데도 조국 법무장관을 임명한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지지 세력 결집과 재집권 플랜에 따른 것입니다. 개혁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있고요.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거의 상처를 입었는데 ‘조국마저 버릴 수 없다’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은 지지 세력 결집 때문입니다. 또 문재인 정권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날까봐 그런 것입니다. 독재의 마지막 퍼즐입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이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까.

“대선 주자 여론 조사에서 3위가 나왔잖아요.”(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9월 23~27일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설문 조사)

-“조 장관이 기소돼도 무죄 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끝까지 파면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든다”고 했는데 근거가 있습니까.

“대통령이 사법절차에 의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법절차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조 장관은)‘수사·기소·재판’이라고 얘기했어요. 재판까지 버틸 수도 있다는 뉘앙스입니다.”

-삭발 투쟁 이후의 한국당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요. 일각에선 ‘정권 퇴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에서 명시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국민의 마음은 이미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국민에 의한 탄핵, 이런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한국당이 그렇게 표현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미 민심이 그렇게 됐어요. 광화문 집회는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어요. 조국 파면을 넘어 정권 퇴진으로 옮겨붙고 있습니다.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어요. 아니 장관이 유죄 판결될 때까지 앉아 있어야 된다?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면 자신부터 흠결이 없어야 하는데 도덕·부도덕 차원을 넘어 범법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장관으로 밀어붙일 수 있습니까. 비상식이고 비정상이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여권이 촛불 시위 이후 일제히 검찰 개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내가 ‘홍위병을 앞세운 체제 쿠데타’라고 말했어요. 관제 데모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재집권을 위한 시나리오의 일환입니다.”

-여당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은 확실하게 깨달을 겁니다. 권력으로부터 검찰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검찰 개혁입니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여당이 검찰 개혁 운운하면서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방해하고 있어요. 국민이 현 정권의 검찰 개혁이라는 것의 목표와 방향을 알 것입니다. 지금 이 정권이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장악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여권은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검찰이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타기용 프레임 전환이에요. 맨 처음 (조 장관) 부인 의혹이 불거지자 물타기를 시작했죠. 여의치 않으니 감성팔이를 했어요. (조 장관이) 생일 케이크를 사가지고 가는 뒷모습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검찰과) 협의를 거친 다음 딸 생일날 (조 장관) 아들이 소환됐는데 딸 생일날 소환되는 바람에 식구들이 함께 밥을 못 먹었다는 내용도 올라왔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조)장관이 (압수수색 진행하고 있는 검사와) 통화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했다가 대통령의 ‘검찰 성찰’ 한마디에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11시간 동안 여성 2명이 있는 집을 압수 수색한 것은 과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들도 잘 안 먹히니까 결국 검찰 개혁 쪽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그러기 위해 소위 ‘200만 촛불’ 운운하면서 숫자를 부풀렸어요. 단계 단계마다 물타기와 감성팔이를 한 것이에요. 국정 농단입니다.”

-촛불 시위로 검찰 수사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다만 검찰도 이미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가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전에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충분히 특검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덮는다고 덮어지거나 수사를 무디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도 걱정은 됩니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봅니까.

“검찰 개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검찰·경찰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입니다.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선 어느 한쪽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는 것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요.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수사처를 만드는 것이잖아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검찰 개혁 프레임을 덧씌웠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검찰을 통제하겠다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가 독립적이려면 예산권·인사권으로부터 검찰 조직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 정권의 검찰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판검사입니다. 공수처를 통해 판검사 등 사법을 장악하겠다는 것 아니겠어요. 핵심은 대통령 마음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검찰 개혁 운운하며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사법 체계 전복이며 이는 일종의 장기 집권 플랜의 하나이고 독재국가의 완성입니다. 이 정권이 기존 헌법 체계를 부정하고 빠르게 독재국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 집권 야욕을 막아내야 합니다.”

-‘홍위병’, ‘독재국가’, ‘소금 맞은 미꾸라지 모양으로 발악한다’ 등 이런 발언들의 수위가 너무 강한 것 아닌가요.

“하나도 강하다고 하지 않던데요. 현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죠.”

-조 장관이 자택 압수 수색 도중 검사와 통화한 것에 대해 조 장관과 여권의 주장대로 인륜의 문제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유리할 때는 장관, 불리할 때는 가장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어느 가장이 검사에게 전화해 살살해 달라고 얘기할 수 있겠어요. 신속하게 압수 수색해 달라는 것은 졸속으로 해달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어요.”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놓고 온 나라가 분열됐습니다.

“상식선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국론 분열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나쁩니다. 그것은 결국 정권 재집권 플랜 아래에서 조국을 버리고 갈 수 없으니 그렇습니다. 참 나쁜 정권이라고 생각해요.”

-국회도 ‘조국 블랙홀’에 빠진 형국입니다. 한국당도 그 책임이 있지 않나요.

“여당은 물타기 그만하라고 하세요. 앉아서 물타기하고 들러리하고 변호해 주고…. 대정부 질문할 때 보세요. 여당 하는 행태가 부끄럽지 않나요. 의원들이 공천받고 싶어 그러는 것이죠. 충성 경쟁하는 거잖아요. 안쓰럽습니다. 우리도 여당을 해봤는데 결코 길게 남지 않은 정치니까 제발 좀 그만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의석 분포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물론 어렵습니다. 탄핵하려면 과반 의석(149)이 필요한데 한국당이 110석이고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모아도 125석 내외밖에 안 돼요. 결국은 국민 여론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 시위에 사람 좀 모였다고 여당 2중대, 3중대들이 발호하겠죠.”


-한국당에서 ‘권력형 게이트’ 제보를 받고 조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사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조국(장관) 건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수 없습니다. ‘조국 게이트’ 사건도 초기에 제보 받고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야당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나중에 발표할 예정입니까.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할 겁니다. 조국 건이 좀 정리되면….”

-누구와 관련된 것입니까.

“아무래도 대통령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거겠죠.”

-발표되면 파장이 클 것 같습니까.

“지켜보죠.”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만큼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지극히 당연한 거예요. 우리 당이 탄핵 당한 당이었는데 어떻게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바로 우리 당에 올 수 있겠어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우리 당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검찰의 다음 표적은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 수사와 관련한 한국당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를 법적인 문제로 간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굉장히 잘못 만들어진 것이에요. 정치적 의사표시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고발 취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해요. 사실 폭력을 쓴 쪽은 우리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입니다. 법적인 책임도 민주당이 더 커요.”

-패스트 트랙에 지정된 선거법과 관련해 타협안을 갖고 있습니까.

“우리 당은 비례성과 대표성 중 지역구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을 추진하고 있죠. 기본적으로 협상을 아예 안 할 생각이 없고 우리 안을 좀 더 관철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에 임할 생각입니다.”

-보수 야권 통합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와 우리공화당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선후 문제가 있습니다. 통합 방식과 관련해 개별적 입당이냐, 자연스러운 흡수냐의 문제죠. 어떤 명분과 지분을 주는 모양으로 통합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결국 국민 여론을 함께 봐야 합니다.”

-유승민계와 우리공화당 양쪽을 모두 포괄하려면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제일 어려운 게임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죠.”

-‘나다르크’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현재 한국당이 처한 현실에서는 원내대표로서 그런 역할을 해줄 수밖에 없는 것같아요. 또 워낙 문재인 정권이 무도하다고 보기 때문에 강한 저항이 필요할 수밖에 없죠. 그런 저항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표현하다 보니 평소 부드러운 성격인데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조 장관과는 대학 동기인데 공격의 선봉에 섰습니다.(두 사람은 서울대 법학과 82학번이다)

“개인적으로는 참 내가 이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닌데, (조 장관에 대해) 너무 실망이 큽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약력 : 1963년 서울 출생. 서울여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 법학과 졸업.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법·인천지법·서울행정법원 판사. 17~20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최고위원.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대회 조직위원장.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2018년 한국당 원내대표(현).

한경비즈니스 홍영식 대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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