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 애로 풀어주라"는 대통령 지시, 이번엔 지켜져야

입력 2019-10-09 17:38   수정 2019-10-10 00:14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역동적 경제를 위한 민간의 역할 강화’를 강조한 대목이 반갑다. 대통령은 여러 부처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역동적인 경제로 가려면 무엇보다 민간에 활력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원론적인 언급을 넘어, 이를 위한 당장의 과제로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과 데이터 관련 규제 혁신 등을 주문했다.

요즘 중소기업들의 최대현안 중 하나인 주 52시간제를 콕 집어 구체적인 선제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내년부터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되는 주 52시간제에 준비 안 된 기업이 쏟아지며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등 국회의 보완입법 일정을 살피고 유사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미리 모색할 것을 지시한 대목은 평가할 만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른 빅데이터 비즈니스 지원을 위한 조치에 적극 나서도록 촉구한 것도 기대를 높인다.

“민간 활력을 높일 조치에 적극 나서라”는 지시가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현장 얘기를 들은 뒤에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4일 회동에서 나온 상공회의소 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4개 단체장들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은 기업 애로를 경청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언급만으로 경제현장에 쌓여 있는 정책 수립 및 시행과정에 대한 불편과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대통령 발언을 뜯어보면 경제주체들과의 인식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첫 발언부터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특별히 역점을 두고 신성장 동력 창출과 경제활력 제고에 매진 중”이라고 했지만, 동의하는 기업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말이 앞섰지만 행동과 결과로 보여준 것은 없다 보니 기업들의 의구심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신성장 동력 창출을 통한 ‘혁신성장’을 부르짖었지만 범위와 내용이 제한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됐을 뿐 혁신사례는 전무(全無)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공유경제 의료 바이오 등 글로벌 혁신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날로 뒤처지고 있다. 전통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대 노조의 입김이 점점 커지면서 혁신은 사치가 된 지 오래고,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다. 자동차회사들이 잘 팔리는 차종을 더 생산하려고 해도 노동조합에 발목이 잡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에 필요하다며 노조의 힘을 더 키워주는 일방적 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심각한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임금인상 정년연장 등을 내건 불법파업에 무기력한 기업 현실을 외면한 역주행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주요국 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초라한 경제지표와 방만한 재정운영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어째서 2% 성장도 버거운 상황으로 몰렸는지 냉철하게 짚어보고, 진정으로 경제역동성을 높일 정책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더 늦기 전에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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