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받는 트럼프 '거래의 기술'

입력 2019-10-15 14:44   수정 2020-01-13 0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을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랑해왔다. 부동산 사업가 시절인 1987년엔 자신의 협상 기술을 내세운 <거래의 기술>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판정승’이란 평가가 나오고, 시리아 철군 선언 이틀 만에 터키가 미국의 동맹이던 쿠르드족을 침공하는 등 대외정책이 삐걱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뽐내온 ‘거래의 기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한 중국과의 ‘미니 딜(부분합의)’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가를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한 합의”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중국의 승리”(월스트리트저널)란 평가가 나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손보겠다고 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보조금 지급 등의 문제는 거의 손도 못 댄 채 중국이 이전부터 제안해온 농산물 구매 약속만으로 대규모 대중(對中) 관세를 보류하면서 결국 중국이 웃게 됐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선하려면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간파해 중국이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외교관을 지낸 데니스 핼피는 지난 6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에서 중국이 아이오와주·위스콘신주 등 대표적인 대선 경합주의 농부 등을 겨냥해 보복관세를 매긴 점을 거론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적절한 텍스트는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이 아니라 2000년 전 쓰인 <손자병법>”이라고 꼬집었다.


시리아 철군은 미국 내에서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날 때”라고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집권 공화당에서조차 반기를 들 정도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14일 성명을 내고 “시리아에서 철군하면 IS(이슬람국가)가 부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을 부동산 거래처럼 돈으로만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국내외 시선도 곱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철강 관세 인상, 무역협상 중단 등으로 터키를 압박했지만 터키는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로 유명해졌지만 미국 최고사령관으로서 그는 ‘위기 창조의 기술’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북한의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5일 미·북 실무협상 결렬 후 북한이 핵·ICBM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이란핵협정(JCPOA) 탈퇴로 촉발된 이란과의 갈등도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과 제대로 상의조차 안 하고 일방적으로 협정에서 탈퇴해 동맹에 금이 가기도 했다.

지난달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 측을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에 초청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9·11테러에 협조한 탈레반을 미국 땅에 들이는 등 합법단체로 인정하는 듯한 행보에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당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주·민주당)은 CNN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게임쇼처럼 다룬다”며 “(결정적) 순간을 맞길 원하지만 디테일은 없고 그 결과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전보다 더 나쁜 자리에 서 있게 된다”고 혹평했다.

베네수엘라 해법도 겉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정선거로 집권했다는 이유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에 나섰고 지난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뾰족한 실행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베네수엘라에선 어정쩡한 이중권력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우월한 위치에 있는 동맹과의 협상에선 가시적 성과를 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미·일 무역협정 체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등이 그런 사례다. 반면 미국과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나라와의 협상에선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능력을 자랑하지만 잇따른 협상 실패는 내년 대선에서 그런 이미지를 손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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