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감귤의 변신과 기업 경영

입력 2019-10-16 17:35   수정 2019-10-17 00:11

고향인 제주 서귀포의 늦가을은 황금색 물결로 출렁인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노랗게 무르익은 감귤밭의 모습은 가히 이국적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비경 열 가지를 뜻하는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다섯 번째가 ‘귤림추색(橘林秋色)’이다.

감귤은 제주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마땅한 소득 작물이 없던 1960~1970년대, 감귤 10㎏의 가격은 2000원대 중반이었고 나무 한 그루에서 60~70㎏의 감귤이 수확됐다. 한 그루에서 최소 1만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으니, 당시 3만원 정도이던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감귤 농사로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기에 감귤나무를 ‘대학나무’라고 했을 만큼 감귤은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귤 농사를 하는 부모님은 “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했다. 새벽부터 밭을 돌보며 애지중지 키우셨다. 그렇게 키운 귤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필자도 대학을 졸업했다.

‘감귤이 무너지면 제주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말이 있다. 감귤이 제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오렌지 수입과 소비자 기호 변화 등으로 감귤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제주 감귤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라봉’ ‘레드향’ 등 신품종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감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타민 제품과 화장품 등의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말린 귤껍질(진피)은 비타민C가 풍부해 한약재로도 이용된다.

제주개발공사는 감귤 가공공장을 운영하는데, 생산된 감귤농축액은 전국 음료·식품회사에 공급하고 수출도 한다. 감귤주스를 제조해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에 지원도 한다.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귤껍질은 축산농가에 무상 제공하고 있다.

제주 감귤은 생존을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경영도 감귤의 변신과 다르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의 물결을 타야 한다.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의미다.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요즘, 건전한 조직문화와 인재 육성이 기업경영의 최우선 요소가 돼야 할 것이다. 혁신을 주도할 임직원에게 선진화된 교육·훈련 기회를 주는 인재육성 경영이야말로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는 최우선 경영전략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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