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국제중재 인재 쟁탈전…'4.4兆 버자야 ISD' 승부

입력 2019-10-20 17:05   수정 2019-10-21 03:08

대형 법률회사(로펌) 사이에서 국제중재 전문가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경을 넘어 투자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국제중재 자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최근 국제중재 변호사업계의 ‘간판스타’인 김갑유 태평양 대표변호사가 국제중재 전문 로펌을 설립해 독립하겠다고 나서면서 연쇄적인 인력 대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4조4000억원 규모(청구액 기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가운데 국내 대형 로펌들의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 버자야그룹의 ISD는 2012년 제기된 5조3000억원짜리 론스타 ISD 이후 가장 큰 사건이다.


김앤장, 국제중재 전문가 공격적 영입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 법무법인 율촌에서 ISD를 이끌던 김세연 변호사를 영입했고, 앤드루 화이트 미국변호사와도 한솥밥을 먹기로 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는 매튜 크리스틴 미국변호사를 데려온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윤병철 변호사(팀장)를 주축으로 박은영 공동 팀장, 임병우·이철원 변호사 등이 활약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국제 로펌 평가기관 체임버스아시아퍼시픽이 선정한 2019년 한국 국제중재 개인 분야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태평양은 ‘포스트 김갑유 시대’를 맡게 됐다. 1996년부터 24년간 국제중재팀에서 활약하며 태평양의 국제중재 경쟁력을 키워온 김갑유 대표가 내년 1월 국제중재 전문 로펌 ‘피터앤김’(가칭)을 설립하며 태평양을 떠나게 돼서다. 태평양은 김 대표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팀장인 방준필 미국변호사(싱가포르 중재센터 상임위원)를 중심으로 김 대표와 오랜 기간 중재 경험을 쌓았던 김홍중 김준우 윤석준 정경화 변호사, 데이비드 맥아더 외국변호사 등이 팀을 이끌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피터앤김은 국내에선 태평양과 경쟁하지 않고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 마케팅에 나서고 해외에선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가장 공격적으로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은 국제중재팀 변호사 수가 50여 명으로 태평양과 비슷해졌다. 광장은 얼마 전 율촌에서 그레이스 윤 외국변호사를, 세종에서 론스타 사건을 맡았던 한상훈 변호사와 함께 원정연 외국변호사를, 화우에서는 정기창 변호사를 식구로 맞아들였다. 임성우 변호사가 이끄는 광장 국제중재팀은 엘리엇과 메이슨, 게일 등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대형 ISD 소송 사건을 잇따라 수임하면서 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자야 ISD…율촌·세종 등 명예회복 하나

법무법인 세종은 김범수 변호사가 KL파트너스로 독립한 이후 한때 주춤했다가 이제는 국제중재 경쟁력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가 국제분쟁해결그룹장으로 전면에 나섰고, 국제분쟁해결팀장인 전재민 변호사를 비롯해 이승민 윤영원 변호사 등 ‘2세대 ISD 전문가’들이 여러 대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서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영입한 백윤재 변호사가 국제중재팀 수장이다. 백 변호사는 국제중재실무회 부회장, 서울국제중재센터 감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한국 정부에 처음으로 ISD 승소를 안겨준 주역이다. 미국 동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토지수용 관련 ISD에서 정부 국제투자 분쟁대응단(단장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을 대리했다. 이준상 변호사가 팀장인 화우 국제중재팀은 최근 차지훈 변호사와 김연수 영국변호사를 영입했다.

김진희 외국변호사가 이끄는 지평 국제분쟁팀은 올해 헬스케어 분쟁 전문가인 함병균 외국변호사를 맞아들였다. 대륙아주 국제소송중재팀은 버자야 ISD와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국내 7개 로펌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7일 버자야 ISD 관련 RFP를 발송하여 정부 대리 로펌 선정에 착수했다. 버자야그룹은 자사 한국 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제주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에 투자했는데 대법원의 사업무효 판결로 중단돼 재산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7월 ISD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정부 대리를 맡으면 ‘최고 훈장’이라고 할 만한 트랙 레코드(자문 실적)를 쌓을 수 있는 데다 최소 수백억원의 자문료 수입이 예상되기 때문에 로펌들은 총력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버자야 ISD 수임전은 김앤장과 광장이 선두권에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율촌과 세종이 명예회복을 위해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율촌과 세종은 앞서 정부의 게일 ISD 자문 경쟁 입찰에서 광장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을 정도로 경쟁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일 ISD에서 입찰가격 면에서 선두권을 지킨 화우도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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