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품는 트라이…62년 토종 속옷기업 남영비비안 새 주인은 쌍방울

입력 2019-10-21 18:03   수정 2019-10-24 17:37

1950년대는 한국 속옷산업의 태동기다. 국내에서 브래지어가 처음 만들어진 건 1954년. 국내 최초의 란제리 회사인 신영에서 첫 제품을 출시했다. 후발주자로 남영염직이 뛰어들었다. 이들이 내놓은 상품은 각각 토종 1, 2위 브래지어 브랜드 ‘비너스’, ‘비비안’이 됐다. 이후 남영염직은 사명을 (남영)비비안으로 바꾸기도 했다.

62년 역사의 남영비비안이 매각된다. 새 주인은 트라이 브랜드로 유명한 쌍방울이 될 전망이다.


쌍방울, 남영비비안 품을까

남영비비안은 경영권 매각을 위해 쌍방울·광림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광림은 중장비를 제작 판매하는 전문업체로 쌍방울의 최대주주다. 쌍방울은 최종 협상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면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의 지분 23.79%를 비롯해 모두 75.88%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최종 계약 체결 예정일은 다음달 15일이다.

쌍방울이 매출이 두 배 정도 되는 남영비비안 인수에 나선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속옷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해 쌍방울 매출은 1016억원으로 남영비비안(206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남영비비안 어려워진 이유는

남영비비안은 보따리 무역상 출신인 남상수 창업주가 1957년 서울 명동에 세운 회사다. 1963년 브래지어 생산을 시작했다. 1958년 국내 최초로 밴드스타킹을 출시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에만 연간 800만 장의 브래지어를 판매하며 국내 대표 여성 속옷기업으로 성장했다. 2005년부터는 창업주 남상수 회장에 이어 아들 남석우 회장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남영비비안은 최근 수년째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약 39억원의 적자를 냈다. 흑자 전환한 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사정은 다른 토종 속옷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쌍방울은 2016년 150억원, 2017년 216억원 적자를 본 뒤 지난해에서야 가까스로 영업이익(5억6400만원)을 냈다. ‘비너스’를 만드는 신영와코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나 줄었다.

토종 속옷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의 진출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마트나 홈쇼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공략하는 신규 브랜드도 대거 등장했다.

‘비비안’ 브랜드 쇄신 가능할까

남영비비안이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영향도 있다. 1974년 출시된 비비안은 2000년대 들어 국내 최초로 김태희 송혜교 등 톱스타들을 란제리 모델로 내세우며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2015년에는 조인성을 모델로 기용해 ‘가슴이 하는 사랑법’이란 SNS 드라마를 시리즈로 내놓기도 했다. 40년이 넘은 비비안 브랜드에 젊은 느낌을 덧입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2030 젊은 층 소비자들은 원더브라, 에메필 같은 해외 브랜드나 CK, 리바이스 등 유명 패션 브랜드의 언더웨어를 찾기 시작했다.

업계는 쌍방울이 남영비비안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의 제품군이 강한 쌍방울이 란제리로 사세를 키운 남영비비안을 품으면 상호 보완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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