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마디에…中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찍는다

입력 2019-10-29 17:12   수정 2019-10-30 01:01

중국 인민은행이 세계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디지털 공간에서만 사용되는 화폐를 내놓을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가상화폐를 중앙은행이 선보이는 것이다. 중국이 블록체인 분야를 선도하고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 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지난 28일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와이탄 금융서밋’에 참석해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2014년 디지털 화폐 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 5월엔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세워 디지털 화폐 개발에 속도를 냈다. 시장에선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인민은행이 올해 안에 디지털 화폐를 출시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이 다음달 11일 알리바바가 여는 온라인 쇼핑 행사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에 맞춰 1000억위안(약 17조원) 규모의 디지털 화폐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국유 은행과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유통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이사장은 인민은행이 내놓을 디지털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는 있지만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와는 다른 전자화폐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등은 가격 변동이 있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그 자체가 법정 화폐라는 설명이다. 인민은행은 시중에 유통되는 총화폐량과 디지털 공간에서 결제되는 화폐량을 분석해 디지털 화폐를 별도 공급하고, 디지털 공간에선 디지털 화폐가 현재의 화폐를 대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인민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시중은행에 공급하면, 시중은행은 개인과 기업 등에 1 대 1의 비율로 위안화를 디지털 화폐로 바꿔준다. 금융 소비자들은 이를 온라인이나 모바일 결제 때 사용한다.

황 부이사장은 주권국가로서 국가의 화폐 발행권을 가장 잘 실천하는 방법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법정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중앙은행이 법정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편리성과 보안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새로운 규칙을 마련해 디지털 화폐를 국가신용도와 연동해야 한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DP)이나 재정 수입, 금 보유량 등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화를 마구 찍어내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제 금융계에선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가상화폐 분야에서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는 페이스북에 규제를 가하고 있어, 중국이 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의회와 규제당국은 내년 가상화폐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발표한 페이스북에 대해 기존 통화체제를 흔들 우려가 있고 테러·마약자금의 유통경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열린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금융당국의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리브라 도입을 늦추겠다”고 물러섰다.

저커버그 CEO는 하지만 규제로 인해 중국에 가상화폐 시장을 선점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일부로 디지털 위안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이 디지털 화폐 출시를 예고한 상황에서 리브라가 끝내 출시되지 못하면 미국은 세계 금융 선도국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브라 출시 중단을 촉구해온 미 중앙은행(Fed)은 자체 가상화폐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 영향력을 흔들고 위안화 국제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이 편리한 디지털 화폐를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위안화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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