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든 발레리나'…"디즈니 작품 같은 보편성 갖춰"

입력 2019-10-30 17:49   수정 2019-10-31 02:04


“마치 월트 디즈니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예요. 국립발레단의 기존 레퍼토리에 이런 작품은 없었죠. 한국의 창작 발레지만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할 것입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다음달 6~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작 발레 ‘호이 랑’을 이렇게 소개했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호이 랑’ 기자간담회 및 공개 리허설에서다.

‘호이 랑’은 2009년 ‘왕자 호동’, 2017년 ‘허난설헌-수월경화’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전막 창작 발레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초연한 이후 처음 갖는 서울 무대다. 초연 이후 울산에서도 공연하면서 안무와 무대를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호이 랑’은 장지연이 쓴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부랑’의 이야기에 한아름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드라마 발레로 재탄생시켰다. 주인공 ‘랑’은 늙고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공을 세우는 소녀다. 랑의 효심과 더불어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랑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사령관 ‘정’의 사랑을 그린다. 한 작가는 “아름답고 가녀린 여성성을 부각한 기존 발레에서 벗어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현대적인 여성의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새로운 발레리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랑은 뮬란이나 잔다르크와도 겹쳐지는 강하고 능동적인 캐릭터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국적 색채가 강하지만 세계 무대에서도 낯설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다. 강 감독은 “한국의 정서와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 발레를 내놓기 위해 3년간 준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해 작품 제목도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결정했다. 주인공의 이름을 ‘부랑’으로 그대로 쓰기보다 독일어권에서 ‘안녕’이란 의미를 지닌 ‘호이’를 가져왔다. 한 작가는 “호이는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을 주는 단어”라며 “해외에 선보였을 때 랑이라는 아이가 경쾌하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안무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인 강효형이 담당했다. 2015년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번트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뒤 꾸준히 안무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7년 안무한 ‘허난설헌-수월경화’로 호평받았다. 그는 “책장을 넘기듯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주도록 음악 선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빠른 전개와 화려하고 장대한 춤사위로 몰입감을 높일 수 있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가 최고로 꼽은 장면은 1막 마지막의 전쟁 장면이다. 강효형은 “다른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발레리노 24명의 군무가 펼쳐진다”며 “박진감 넘치게 안무를 했고 동선도 역동적으로 변해 굉장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신승원, 솔리스트 박예원이 랑 역으로 번갈아 무대에 선다. 정 역할은 김기완, 이재우, 정영재가 맡고 정을 질투하는 반은 변성안, 허서명, 하지석이 연기한다. 강 감독은 “랑 역의 발레리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있다”며 “체력적 소모가 엄청나 다른 작품에 비해 두 배는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승호 디자이너가 무대 연출을 책임지고, 정치용 예술감독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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