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토박이라 지역 숙원사업 책임감 더 커…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거듭날 것"

입력 2019-11-01 17:13   수정 2019-11-02 00:49

[한경과 맛있는 만남]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토박이라 지역 숙원사업 책임감 더 커…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거듭날 것"


KTX를 타고 전북 익산역에서 내려 차로 30여 분을 달리니 군산 나운동 은파호수공원이 나타났다. 해물요리 전문점 ‘한소끔’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국내 대표적 해양관광도시인 군산의 맛집답게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해물전골과 해물찜이 대표요리다. 군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59)이 자신있게 추천한 단골 식당이다. 김 청장이 이곳을 찾기 시작한 건 올해 2월 새만금청장으로 취임하면서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떠난 군산에 돌아오니 많은 것이 바뀌었더군요. 군산에 사는 중·고등학교 동창들에게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한소끔을 많이 추천했어요.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서 맛이 아주 특별합니다.”

한옥 2층에 자리를 잡자 먼저 매생이 전복죽이 속을 따뜻하게 달래줬다. 이어 가오리찜, 양념꼬막 등 반찬과 함께 살아있는 문어가 꿈틀거리는 해물전골이 식탁에 올랐다. 냄비 안에선 양파, 대파 등 각종 채소와 멸치 등을 넣어 푹 끓인 육수가 보글보글 소리를 냈다. 문어 외에도 활전복, 산낙지, 가리비, 피조개 등이 냄비를 가득 채웠다. 김 청장은 “양도 푸짐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집”이라며 “멀리서 손님이 찾아오면 늘 이곳으로 초대한다”고 말했다.

건축가의 길로 이끈 새만금

시원하면서도 진한 국물을 맛본 뒤 잘 익은 문어를 초장에 찍어 먹었다.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군산에서 태어난 김 청장은 이런 해산물을 먹고 자랐다. 새만금개발청 사옥 인근 옥서면 옥봉초등학교가 모교다. 김 청장은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미군 비행장 인근 바닷가에 바지락을 캐러 가곤 했다”며 “조개잡이에 몰두하다 보면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채취했다. 어린 시절의 새만금은 나에겐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였다”고 회상했다.

바닷가에서 자란 덕일까. 김 청장은 운동신경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때는 기계체조 선수를 했고 중학교 시절엔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배구, 농구, 멀리뛰기, 높이뛰기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 청장은 “운동을 즐겼지만 수학을 좋아해 고등학교 시절 ‘수학 제일 잘하는 학생’으로 불렸다”며 “성적 우수 학생에게 주는 은배지를 받자 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접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김 청장은 건축을 전공한 뒤 대학교수가 됐다. 그가 건축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군산이라는 도시의 특성 덕분이었다. 김 청장은 “중학교 때부터 신영동에 살면서 군산 근대역사경관지구의 군산세관, 조선은행 등 독일 건축의 영향을 받은 아름다운 건물들을 등하교 때마다 봤다”며 “건축공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수학과 미술에 탁월하면 건축’이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을 잡지에서 읽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덧붙였다.


“되면 좋다, 안 되면 더 좋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울 때 해물전골에 이어 해물찜도 식탁에 올랐다. 콩나물, 전복, 오만둥이, 가리비, 꽃게, 새우 등에 육수를 부은 뒤 양념장과 섞으면서 쪄냈다. 커다란 문어와 낙지도 빠질 수 없는 주인공. 매콤한 양념과 함께 재료별로 다양한 맛과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김 청장에게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온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오히려 반대다.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답했다. “대학 졸업 후 대한주택공사(현 LH)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불경기로 인해 2~3년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졸업한 뒤에도 원하는 곳에 취직되지 않았어요. 이왕 공부한 것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본 유학을 떠나 일본 와세다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 것이죠.”

김 청장은 일본에서 수학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직접 벌었다. 5년 만에 도시 경관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질보다는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1990년대 한국에선 아직 도시 경관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대학교수 자리를 찾지 못하자 그는 ‘그렇다고 놀 순 없다’는 심정으로 도시계획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사무소를 차렸다. 김 청장은 “당시 전북에 기술사가 딱 두 명 있었다”며 “외국에서 유학한 박사 출신 기술사라는 스펙 덕분에 수주실적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무소를 3년 반 정도 운영하면서도 시간강사로 뛰며 계속 대학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1998년 꿈에 그리던 교수(전북대 도시공학과)가 됐다. 김 청장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길로 도전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청장은 ‘되면 좋다. 안 되면 더 좋다’는 좌우명을 갖게 됐다.

“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많이 실패했어요. 연구용역을 따내려고 오랜 기간 조교들과 준비했는데 떨어지기도 했죠. 그때마다 ‘그래,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런 거야’ 하고 다독이면서 또 새롭게 시작해요. 다시 뛸 수 있는 힘을 주는 좌우명입니다.”

“새만금을 ‘스마트 수변도시’로”

올해 2월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임명된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도시계획 기술사로서 실무경험, 교수로 재직하면서 쌓은 다양한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활동경험, 군산 출신인 것이 임명 배경이 된 게 아닐까 추측한다”며 “새만금개발은 지역의 숙원사업이자 국책사업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만금사업 부지는 군산·김제·부안에 접한 세계 최장길이(33.9㎞)의 새만금방조제 축조로 조성됐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09㎢ 부지를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총 22조2000억원을 투입해 산업연구, 국제협력, 관광레저, 농생명, 환경생태, 배후도시 등 용지를 조성한다. 새만금개발청은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과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사업은 9000억원을 들여 6.6㎢에 2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김 청장은 “물 관리, 에너지, 자율주행, 전기차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해 스마트 도시로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지난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개발·실시 통합계획을 수립해 내년 말 착공, 2024년 말 조성을 마치는 게 목표다. 김 청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마트 수변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년까지 세계 최대 수상태양광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지난 7월 정부로부터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도 받았다. 상대적으로 개발 수요가 낮은 공항 인접 새만금호의 약 30㎢를 활용해 2.1GW의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열 배 규모다. 계획대로 조성되면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김 청장은 “500만 개 이상의 태양광 모듈이 필요할 전망”이라며 “국내 업계가 2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기자재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최근 들어 기업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에는 169개국에서 5만 명이 참가하는 세계잼버리 대회도 열린다. 새만금을 국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청장은 “새만금 개발사업은 긴 호흡과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꾸준히 달려가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개발청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새만금사업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새만금사업의 총괄·조정, 기본·개발계획 수립, 재해·재난 관리 및 새만금사업 투자유치 등을 총괄한다. 2013년 9월 발족한 뒤 새만금개발공사와 함께 ‘친환경 스마트 수변도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모빌리티 융복합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새만금을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로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정원은 총 133명이고 청장은 차관급 공무원이 맡는다.

■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약력

△1960년 전북 군산 출생
△1979년 군산여고 졸업
△1983년 전북대 건축공학 학사
△1989년 와세다대 건설공학 석사
△1992년 와세다대 건설공학 박사
△1998년 전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2011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2012년 국토정책위원회 위원
△2015년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위원
△2017년 새만금위원회 위원
△2019년~ 제3대 새만금개발청장



김현숙 청장의 단골집 한소끔

佛 명문 요리학교 출신 셰프가 운영…전복해물찜 맛 최고

전북 군산시 나운동에 있는 ‘한소끔’은 해물요리 전문점이다.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이서형 대표가 2013년 가게를 열었다. 은파호수를 끼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고즈넉한 2층 기와집이다.

주메뉴는 전복문어낙지전골과 전복해물찜이다. 활전복 산낙지 산문어 등 신선한 해산물을 산 채로 넣는다. 여기에 아귀, 새우, 가리비, 꽃게, 오만둥이, 피조개, 생백합 등도 함께 들어간다. 이 대표는 “전복은 완도에서, 문어는 남해안에서 매일 아침 가져온다”며 “모든 해산물은 들여온 당일에만 사용한다”고 했다. 전골은 채소 육수를 쓴다. 매일 아침 양파 대파 멸치 등을 넣고 끓인다. 된장을 넣어 비린내를 잡고 구수한 맛을 끌어올렸다.

밑반찬도 푸짐하다. 매생이 전복죽, 가오리찜, 양념꼬막, 새우장, 미역, 잡채 등 20가지 반찬이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운다. 요리사 출신 식당 주인답게 모든 반찬은 직접 만든다. ‘빨간 무’라고 불리는 비트를 넣어 만든 동치미는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 점심에는 전복해물뚝배기, 불고기해물뚝배기, 해물뚝배기 등을 선보인다.

군산=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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