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안준영 PD "아이즈원·엑스원 투표 조작 인정"…파국 맞은 Mnet 공신

입력 2019-11-07 09:12   수정 2019-11-07 09:24

"안준영 구속 축하! 내 문자비 부가세까지 110원, 토하고 가라."
"조작으로 뽑힌 엑스원 멤버, 방출이 답이다."


-프로듀스X101 갤러리 중에서



'슈퍼스타K' 시리즈부터 '프로듀스' 시리즈까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는 Mnet이라는 오디션 왕국의 조물주였다. 시청률로 재미를 보며 승승장구하다 이들은 결국 자멸하게 됐다. '국민 프로듀서'에게 조작 사실을 들켰기 때문이다.

Mnet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제작, 연출을 맡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지난 5일 저녁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면서 "범행에서 피의자의 역할과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6일 SBS '8뉴스'에 따르면 구속된 안준영 PD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프로듀스48(이하 '프듀48')'과 올해 '프듀X'의 순위 조작을 인정했다. 다만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방송된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시즌1~2의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준영 PD가 투표 조작을 인정한 것은 지난 7월 '프듀X" 종영 이후 약 4개월만이다. 안준영 PD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예 기획사들로부터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에서 40차례 이상의 접대를 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1회에 수백만원씩, 전체 접대액은 1억원을 넘어선다.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는 Mnet을 서바이벌 오디션 명가로 만든 주요 인물이다. 안 PD는 '프로듀스' 시리즈로 시청자에게 잘 알려져 있다.

김용범 CP 또한 업계에서 레전드 급 인물이다. 그는 2002년부터 Mnet에 입사해 '슈퍼스터K' 시즌 1~3 (2009~2011) 을 연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제6회 A-어워즈에서 '2011년을 빛낸 최고의 블랙칼라 워커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악마의 편집'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드라마 '댄싱9'(2013) , '칠전팔기 구해라'(2015), '골든 탬버린'(2017) 등도 참여했다. 이후에는 책임프로듀서(CP)로 프로그램 제작 전반을 지휘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에 남을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해낸 덕에 도서 '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그와 함께 소개된 인물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명한 tvN 본부장, '삼시세끼' 나영석 PD 등이다.


안준영 PD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10년간 조연출의 담금질을 거쳐 '슈퍼스타K' 시즌2 부터 메인 PD가 됐다. 김 CP와는 오래된 인연이다.

2016년 대망의 '프듀' 시즌 1을 론칭하며 'Mnet을 먹여살리는 PD'라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tvN의 나영석 PD처럼 말이다.

그는 시청자 투표 시스템을 도입해 많은 '국민 프로듀서'들을 생성해 냈다. 팬들은 자신이 데뷔시키고 싶은 연습생을 밀어주고자 십시일반 돈을 거뒀다. 이들은 무료 커피차, 치킨 쿠폰, 에어팟 등의 상품을 '문자 투표' 조건으로 일반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열과 성을 다해 연습생을 밀었지만, 특정 연습생을 위한 몰아주기식 편집 때문에 팬들은 '피디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100여 명의 연습생 중 개인의 눈물겨운 사정이나 성장사 등이 주제로 나오면 다음 주 해당 연습생의 순위는 폭발적으로 올랐다.

"욕하면서 본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안 PD는 남다른 스토리텔링 능력 덕에 시청률을 높이며 Mnet의 공신으로 머무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택한 '투표'라는 방식 때문에 파국을 맞게 됐다. 가장 민주적인 방식에 '조작'이라는 장난을 친 것이다. 팬들은 분노에 이르렀다.


'프듀X'의 한 시청자는 "피디의 '조작질' 때문에 내 '최애'(최고로 좋아하는 멤버)가 광탈했다"면서 "데뷔한 엑스원 멤버 중 조작으로 뽑힌 애들은 자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즌마다 투표 조작 의혹은 불거져왔다. 하지만 방송사와 두 PD는 투표 시스템을 재정비 하기보다는 화제성을 높이는데 치중했다.

엑스원의 데뷔 멤버를 뽑는 '프듀X' 최종화에서 파이널 순위 중 일부 참가자들의 표차가 일정한 차이로 나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유력 데뷔 주자로 예상됐던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순위에서 뒤처져 있던 의외의 연습생이 데뷔 멤버로 포함됐지에 팬들의 아우성은 컸다.

논란이 커지자 엠넷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시청자들 역시 진상 규명 위원회를 만들어 엠넷 제작진을 사기 혐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

안준영 PD 등은 '프듀' 시즌 1부터 4까지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사기 등)을 받는다.

경찰은 그동안 CJ ENM 등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토대로 제작진과 특정 기획사가 순위 조작에 공모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준영 PD 등 제작진 일부에게 유흥업소 접대 등 모종의 대가가 오간 정황이 있어 일부에게 배임수재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그룹은 시즌 1에서 아이오아이, 시즌 2 워너원, 시즌 3, 아이즈원, 시즌4 엑스원이다. 이 그룹 멤버 중 일부는 연습생 당시 부족한 실력, 매력으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지 못했으나 데뷔조에 선발돼 의구심을 자아냈다.

핵심 관련자 2명이 구속되면서 투표 조작에 관여한 인물이 더 있는지 경찰의 향후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대국민 사기극을 몇 년 동안 본 셈인가", "과연 저 두 사람이 다 했을까, Mnet의 꼬리 자르기인 듯", "오디션의 장인이 아니라 조작의 장인"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난했다.

Mnet 측은 두 PD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뒤늦은 사과문을 올렸다. 이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라며 "프듀X'를 사랑해주신 시청자와 팬, '프듀X'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안 PD와 김 CP는 결국 구치소로 이동하게 됐다. 방송사의 인기 PD들이 나란히 포승줄에 묶여 수갑을 찬 모습이 공개되면서 Mnet도 CJ ENM도 '조작 방송국'이라는 오명을 피하기는 힘들게 됐다.

한편 11일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려던 아이즈원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소속사 오프더레코드 엔터테인먼트는 7일 "11일 예정이었던 아이즈원 쇼케이스가 취소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기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배포했다.

당초 아이즈원은 이날 신곡 '피에스타'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었다. 조작 오명을 뒤집어 쓴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활동도 순조로울 수만은 없게 됐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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