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퍼지는 조국發 '피의사실 공표 금지' 포비아

입력 2019-11-16 08:42  


#지난 11일 배우 김호영이 동성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최초보도 이후 기자들의 문의가 서울 성동경찰서로 빗발쳤다. 해당 사건 고소장을 접수받은 것으로 알려진 성동서 여성청소년과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이유로 어떠한 사실여부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은퇴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 류제국이 지난 7일 내연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해당 고소장이 접수된 곳 역시 성동서였다. 하지만 성동서 수사과는 기자들의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지난달 30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영등포경찰서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을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날 손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등포서는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기자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일선 경찰들 "조국 발 이슈로 공론화… 제도화 전부터 몸 사리는 분위기"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안으로 수사 대상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제정하고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경찰 내에서는 이전부터 몸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퍼져있었다. 최근 이슈가 된 사건 중 프로듀스X101 투표조작 사건 이외에는 어떠한 사건의 피의사실도 공표하지 않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제도화되기 전부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난처함을 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 이슈가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A 경정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일이고 법무부에서 기존부터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이슈가 된 것은 분명 조 전 장관 사태 이후"라면서 "당사자가 판을 쥐고 흔드는데 경찰이 어떻게 눈치를 안 보겠는가"라고 말했다.

B 총경은 "명확한 조치가 없이 공론화만으로도 이렇게 몸을 사리게 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나 싶다"면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이었지만 조 전 장관이 가족의 수사 과정을 거치면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확실히 처리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전했다.

C 총경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논의된 내용이지만 박 전 장관이 했던 말처럼 '오비이락' 같은 느낌이 있다"면서 "수사 당사자나 마찬가지였던 조 전 장관이 논쟁의 중심에 있었고 아직 그 여파가 남아있나 보니 사서 몸조심을 하게 되는 분위기가 내부에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환영은 하지만…훈령 아닌 법률 제정이 대안"

이들은 한목소리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제도화시키는 과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법무부 소관이지만 경찰은 행정안전부 소관인 만큼 단순 훈령만으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제도화 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든 수사기관에 통일된 기준이 적용돼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려면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일선 경찰들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에 대한 공표 기준은 어떻게 규정할지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대언론 대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A 경정은 "법무부 설명은 그렇지 않지만 졸속으로 처리된다는 느낌도 받는다"라며 "우리도 수사기관인데 검찰보다 더 일선에 있는 경찰의 고충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 이슈에서 배제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B 총경은 "이미 20대 국회가 끝나가다 보니 법무부에서 서두르는 감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면서 "법무부가 행안부보다 상위기관도 아니고 경찰에도 적용하려면 다음번 국회 때 논의를 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C 총경은 "법무부도 고민을 오래 한 만큼 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선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훈령을 만들어 경찰에 눈치 주기식으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전면적인 금지가 순작용을 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가 없다면 수사 기관 내부의 범죄 사건, 재벌과 정치인 등 권력층의 범죄 사건들이 묻힐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머지 않아 "3년 한 대기업의 상수도 보호구역 내 화학약품 무단방류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2년 4개월 전 한 유명 가수가 대마초 밀반입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었는데 오늘 그 최종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당 소속 △△△의원이 채용을 빌미로 뇌물을 수수한 일로 구속기소된 일을 기억하십니까. 1년 8개월만인 오늘 항소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와 같은 뉴스를 접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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