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나를 찾아줘' 이영애 "엄마 연기 집중하느라 내 아이들은 '남편 찬스' 썼다"

입력 2019-11-26 08:44  



"예쁘다"는 말도 부족하다. 얼마전 작정하고 예쁘게 나선 시상식에서도 어린 후배 여배우들보다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제가 된 이영애다.

그런 이영애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했다. 40대라는 나이가 엿보이는 눈가의 주름도 가리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섰다. 모두 영화 '나를 찾아줘'를 위해서였다. 이영애는 "작품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고, 외모도 내려 놓고 연기에만 집중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여성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개봉 전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공식초청되며 "꽉 짜인 각본과 예측하기 힘든 반전으로 가득 찬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이영애는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던 정연을 연기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영애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아픔부터 자신을 경계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을 추적하는 강인함까지 세밀한 감정선은 물론 몸을 던진 투혼을 선보인다.

영화 홍보를 위해 마주한 이영애는 정연과 동일인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사한 미소를 보이면서 '나를 찾아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1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개봉을 앞둔 심정이 어떤가.

27일 개봉이다. 서서히 떨려온다. 발끝에서부터 전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가족, 스태프 시사회를 하고 이제 마지막 개봉만 남겨놓으니 떨린다.

▲ 원래 긴장하는 편인가? 아니면 이번이 특히 그런건가.

항상 긴장은 되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 큰 거 같다. 2017년에 SBS '사임당:빛의 일기'로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먼저 복귀하긴 했다. '폭망'하지 않았다. 우리 아들이 아주 좋아했고.(웃음) 그랬는데, 영화는 또 다른 떨림이 있다.

▲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엄마'가 됐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걸까.

그런것도 있었던거 같다. 사회의 부조리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거 같고. 엄마이기 때문에 제가 드러내고 연기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이 좋았고, 감독님을 믿었다.

▲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할만큼 수위 높은 아동학대 장면도 등장한다. 연기하면서 어떤 장면에서 가장 힘들었을까.

원래 대본은 수위가 더 높았다. 원래 18세로 볼만한 장면들이 있었다고 하더라. 10년 동안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다듬어진거 같다. 많은 장면이 엄마 입장에서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고, 현실을 알리는게 영화에선 안 될 부분이고. 그래서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 엄마, 복수극 등 전작인 '친절한 금자씨'와 겹치는 코드가 있다. 그래서 자꾸 비교하는 말도 나오는거 같다.

비교를 안당할 순 없다. 제 전작이 금자였고, 반응도 좋았으니까. 그래도 염려하지 않았다. 장르가 다르고, 이건 모성애와 복수극이라기 보단 사회 고발극에 가깝다.

▲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배우 이영애를 찾았다'는 평을 하는 사람이 많더라.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제가 참여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칭찬은 생각도 못했다. 아예 예상하지도 못한 부분들에 대해 좋은 반응과 리뷰들이 나와서 기쁘고 좋다.

▲ 감정 연기 뿐 아니라 몸싸움도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 촬영할 땐 몰랐다. 물론 저 대신 액션을 해주셨던 대역도 있었다.(웃음) 감사드린다. 그래도 기본 라인이나 흐름이 이어지도록 몸을 써야하니까 액션 스쿨도 다니고, 대역분과 차이가 나지 않도록 몸을 만들었다.

▲ 아이들에 대한 감정도 더 각별해졌을 거 같다.

아무리 제 직업이 연기자라도, 무 자르듯 감정을 자를 순 없지 않나. 집에 가서도 그런 부분들이 떠올리고. 아이들을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는 아이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더 챙기게 되더라.

▲ 그럼에도 이전과 달리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과 떨어져 시간을 보냈다.

육아는 아빠의 도움을 받았다. '아빠 찬스'를 썼다. 아이들을 재우고, 놀아주고, 그렇게 몫을 나눠서 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빠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야 다음 작품도 할 수 있으니까. 부부가 좋다는 게 뭔가.(웃음)

▲ 아이들은 엄마가 배우인건 아는가?

청룡영화제 끝나고 전화를 했는데 딸아이가 '싸인을 받아 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엄마가 이영애야'라고 했는데 안통했다. 엄마는 그냥 엄마였다.

▲ '나를 찾아줘'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같이 봤다. 이제 저는 혼자 몸이 아니니까. 나가면 누군가의 아내고, 엄마니까, 작품 상의를 함께 한다. 남편도 '나를 찾아줘'를 좋게 봤다. 그래서 영화를 위해 한우도 사주시고, 선물도 주셨다.(웃음) 많이 도와주셨다.

▲ 스크린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배우로서는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20대, 30대엔 원없이 (연기)했다. 해보지 못한 다양한 역할을 열심히 했다. 30대 후반엔 '뭘 더 바라냐'는 생각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엄마, 아내로 열심히 살았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은 건 아니었다. '이영애 만찬' 등 살짝살짝 저를 보여주는 것들도 했다. 저는 제 역할에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14년이나 흐른지 몰랐다.

▲ 베테랑 스태프들도 많이 뭉쳤더라.

'친절한 금자씨'를 함께 하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다들 너무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셨다. 베테랑의 한 끗의 차이아 스틸, 지면, 포스터에서 보이더라. 감사했다.

▲ 드라마에서는 단어한 이미지가 강했다면 영화에서는 '라면 먹고 갈래', '너나 잘하세요'라든지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거 같다. 일부러 다르게 가는 걸까. 최근엔 이경미 감독의 단편영화에도 출연하지 않았나.

꼭 그렇다기 보다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전체적인 흐름, 주제의식 등을 본다. 대본의 구성과 탄탄함도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캐릭터를 비틀어서 가겠다는 건 아니다. 의도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그저 늘 다른 작업은 하고 싶다. 폭넓게 생각하고 싶다. 이경미 감독님은 '친절한 금자씨' 스크립터였고 미장센영화제에서 제가 시상한 인연이 있었는데, 독립영화를 하신다고 해서 출연했다. 앞으로도 그런 작업들을 계속 하고 싶다.

▲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성장과 변화의 부분이 있었나?

저를 찾았다.(웃음) 배우 이영애가 있다는 걸 알리게 된거 같다.

▲ 새로운 도전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SNS를 시작해서 화제가 됐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섣불리 시작하지 못했다. 계기도 없고. 영화 홍보도 하면서 겸사겸사해야지 했는데 시기가 늦어졌다. 그래서 갑자기 10개씩 올리고.(웃음) 급한 마음에 초보티를 냈다. 초보인데 어떻게 하겠나. 배워가면서 하고 있다.

▲ 나쁜놈들이 정말 많이 나오는 데 개인적으로 누가 가장 나쁜거 같나.

악인들을 다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다.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사회에서 누구나 뿌리 내리고 살아가면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무조건적인 분노보다는 나도 저런 부분이 있지 않나. 그렇게 공감이 되는거 같다.


▲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결혼하고, 경력이 단절되고, 다시 복귀하는 과정에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이영애라는 배우도 그런 감정을 겪었나.

제가 20대, 30대 때 일을 열심히 했던 이유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였다. 제가 다시 돌아올만큼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선 열심히 연기하자. 필모를 쌓자 이런 마음이 있었다. 그래야 다시 돌아왔을 때 뿌리가 있을테니까. 결국은 이렇게 다시 와도 찾아줄 수 있는 뿌리가 됐나 싶기도 하고.다시 배우로서 제 일을 찾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전보다 제 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 오랜만에 복귀하다보니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도 했을텐데 영화 속에서는 외모적인 부분은 완전히 내려놓은 거 같더라.

저도 예쁘게 나오고 싶었다. 왜 안그러겠나.(웃음) '대장금' 할 때에도 다른 분들은 예쁜 한복 입는데 저만 같은 복장이라 속상한 적도 있었다. 저도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내려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게, 내려 놓아서 캐릭터로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결혼 후에는 20대, 30대 여배우 역할 이런 것들과 색깔이 다르다면 40대엔 온전히 배우로서 나를 찾는 과정으로 가고 싶다.

▲ 배우에서 나아가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도 내는 것 같더라.

세계 평화, 한반도의 평화, 가정의 평화와 건강으로 기도한다. 가정이 평안해도 나라와 세계가 평안해야 한다. 결혼하고나서 기도 제목이 바뀌었다. 후세에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좋아지도록 우리들도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 이영애라는 배우는 스타로서 연기자로서 '모범'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아직 갈피를 못잡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그런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누구나 20대, 30대는 질풍노도로 혼란스럽지 않나. 그 과정을 잘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라져가는 후배들을 보면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제 시작인데. 생각의 시간을 스스로 많이 가져야 할 거 같다. 저도 거울보면서 많이 질문했다. 주변에 휩쓸리면 자기도 모르게 잘 모르는 자리로 가 있을수 있다. 스스로 점검할 시간도 필요할거 같다. 너무 이른나이에 데뷔해서 안타깝다.

▲ 이미 수식어가 많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가 또 있을까.

특별한 꿈은 없다. 배우로서도 균형감 잃지 않고 가정도 잘 지키면서 균형있게 잘 가고 싶다.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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