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국토부의 불안한 '리츠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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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1-26 17:50   수정 2019-11-27 00:30

[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국토부의 불안한 '리츠 띄우기'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례적으로 ‘우량 주식’ 두 종목을 소개했다.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에도 안정적으로 주가를 유지하고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연 5.5~7.0%의 배당 수익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두 종목은 공모·상장형 리츠(이하 공모 리츠)인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는 투자자(주주)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국토부의 ‘추천’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큰 이익을 봤을 것이다. 당시 종가 기준으로 5720원(신한알파리츠)과 4800원(이리츠코크렙)이었던 주가는 이달 25일 8450원과 7150원으로 뛰었다. 8개월여 만에 각각 47.7%, 48.9%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신규 공모 리츠 인기는 ‘열풍’ 수준이다.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받은 NH프라임리츠(다음달 5일 상장) 경쟁률은 317.62 대1 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만 리츠 사상 최대 규모인 7조7499억원이 모였다.

청약 열풍 부는 공모 리츠

국토부가 ‘리츠 띄우기’에 나선 주된 목적은 주택시장 안정이다. 서울 아파트에 쏠리는 시중 유동성을 공모 리츠 등으로 분산시키면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액 간접 투자가 가능한 공모 리츠가 활성화되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를 이용한 ‘갭(gap) 투자’도 줄어 집값은 물론 가계부채 관리도 수월해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리츠 띄우기 약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공모 리츠 투자금(5000만원 한도)의 배당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하지 않고 9% 세율로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정부가 공모 리츠의 허가 과정 등을 통해 일부 리츠의 예상 배당률이 비교적 높게 설계되도록 유도한 것도 ‘초기 흥행몰이’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투자정보 사이트에선 “저금리에 실망하고, DLS(해외금리 파생결합증권)에 배신당한 개인투자자가 기댈 곳은 리츠뿐”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장 공모 리츠 시가총액은 작년 말 기준으로 8000억원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공모 리츠를 시작한 일본은 시가총액이 143조원에 이른다.

핵심 규제 풀어 리츠 다양화해야

이는 투자문화 차이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 격차에서 기인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리츠 종류가 수십 가지를 넘는다. 오피스 빌딩, 물류센터, 임대주택, 병원, 호텔, 테마파크 등 리츠화가 가능하지 않은 부동산이 드물다. 한국 공모 리츠는 다루기가 비교적 수월한 오피스빌딩과 대기업 직영 쇼핑매장에 집중돼 있다. 임대주택 인상률 제한, 호텔 등 건축물 인허가 절차 지연, 보유세 인상처럼 수시로 변하는 부동산 정책 등 곳곳에 도사린 규제 탓에 다양한 리츠가 활성화될 여지가 적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의 ‘리츠 띄우기’가 의도하지 않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리츠 종류와 우량 부동산이 적다보니 투자 열풍이 불면서 부실 우려가 있는 중소형 공모 리츠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1년 ‘리츠 띄우기’에 나섰다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다산리츠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다산리츠는 상장 1년 만에 분식회계, 횡령, 예상 수익률 과다 계상 등으로 퇴출됐다.

리츠를 제대로 띄우려면 일부 세금 감면 정도가 아니라 리츠를 둘러싼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에 언제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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