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경제는 '호재 만발', 한국은 "불확실성 높다"…왜 다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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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1-27 18:23   수정 2019-11-28 00:13

[사설] 미국 경제는 '호재 만발', 한국은 "불확실성 높다"…왜 다른 건가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거울이다. 최근 뉴욕증권시장의 거침없는 질주는 활기가 넘치는 미국 경제의 반영일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에 대규모 글로벌 인수·합병(M&A) 소식이 더해지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수출과 투자 부진 속에 기업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률 1%대 추락 위기감이 높아진 우리 경제와 대조를 이룬다.

미·중 무역분쟁의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에 따라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M&A 열기가 다시 불붙은 것이 이를 반영한다. 지난 25일 하루에만 미국 1위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와브의 2위 TD아메리트레이드 인수(260억달러) 등 700억달러(약 82조원) 규모의 M&A가 발표됐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줄었다. 경기침체의 신호로 읽히는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호재 만발’이다.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개혁 등 친(親)기업 정책에 힘입어 기업가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발현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 기업들의 현실은 암울하다.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세계 경제 침체와 글로벌 무역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내수와 수출 모두 캄캄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은 아득하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엊그제 연구기관장·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내년 경제 회복의 정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보다 더 빠르게 가라앉는 실상을 대외여건 탓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시장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여섯 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감세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를 되레 인상했다. 환경·노동 규제는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 경영에 더 노골적으로 개입하려고까지 한다. 경제 법령에 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2205개에 달한다. 기업 대표이사가 되면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홍 부총리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성장동력 확충과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5대 구조개혁 과제로 산업혁신, 노동혁신, 공공개혁, 인구구조 변화 대응, 규제혁파를 제시했다. 구조개혁의 절박함을 늦게나마 인식한 것은 다행이지만 관건은 실천이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주체들의 창의와 활력을 북돋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바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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