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배달 앱 라이더 척수손상 사고 늘고 있는데…

입력 2019-11-28 18:24   수정 2019-11-29 00:12

전통적으로 재활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을 필요가 가장 큰 질환으로 척수손상으로 인한 사지 마비와 하반신 마비가 꼽혀왔다. 이제는 뇌졸중, 뇌손상 등 뇌와 관련한 질병으로 인한 마비나 후유장애 환자의 재활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선진국일수록 산업재해를 예방해 산업현장의 추락사고 등이 줄고, 과속·음주운전 단속 강화 등 교통사고 예방 대책 덕분에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 환자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의 예방·치료·연구가 주목적이던 국제학회의 명칭도 ‘손상’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사고와 관련없는 분야까지 포함하는 ‘척수의학’으로 바뀐 지 오래다. 척수손상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 의사, 재활을 담당하는 의사에 대한 수요도 전보다 줄었다. 치료 대상 역시 그리 심하지 않은 낙상으로 인해 마비가 오는, 노인의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로 바뀌는 추세다.

그런데 최근 국내 재활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 중 척수손상으로 인한 마비 환자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척수마비 환자 중 자동차 사고나 산재로 인한 환자 수는 줄어드는 데 비해 오토바이 배달 중 사고 또는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한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다. 아쉽게도 한국 의학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 이에 관한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어찌 됐든 새로이 증가하는 척수마비 환자의 재활치료 수요에 대비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오토바이와 전동킥보드 교통사고의 예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와 서울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와 관련, 배달 앱 플랫폼 노동자의 교통사고 시 산재 적용 여부, 전동킥보드 이용 시 헬멧 착용과 같은 안전대책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미 시작됐는데 안전대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선보이면 규제에 관한 논란이 따라온다. 그러나 안전장치는 규제와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재활병원에서 바라본 이 두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는 척수손상 환자 치료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선진국형으로 감소 추세이던 외상성 척수손상 마비 환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적으로 이들의 치료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척수손상 장애인이 다시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하면 건강보험에서 척수장애인의 초기 재활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과 사회 복귀, 직업재활 등의 프로그램이 열악하고 척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도 충분치 못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건강보험, 산재보험, 손해보험으로 나뉜 한국 외상 치료의 보험 체계에서 이들 환자의 입지가 매우 좁다는 것도 문제다. 국민건강보험은 검사, 외래 진료, 시술 횟수 등으로 손실을 보전하기 어렵고, 특히 인건비가 많이 드는 재활치료는 매우 취약한 분야다. 당분간 쉽게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일부 진료수가가 제도적으로 개선되는 곳은 산재보험 분야다.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인 손해보험이 그 중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배달 앱 근로자가 사고가 났을 때 산재보험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교통사고로 보고 손해보험을 적용할 것인가,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적극적인 치료·보상이 종결되면 건강보험 대상자로 전환되는데 이때 어느 시점이 적절한가 등 세세한 내용에 따라 환자 당사자에 대한 치료 혜택이 달라지고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지출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새로운 산업·서비스가 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 우리 생활도 여러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에 대한 준비를 누가, 어떻게 해야 할까. 의료 측면에서는 보험 간 역할과 책임을 더 분명히 하고, 미래 예측에 앞서 생활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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