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前 경총 회장의 아이슬란드 트레킹 여행

입력 2019-12-01 15:57   수정 2019-12-02 07:31

‘불과 얼음의 나라’는 아이슬란드가 자기 나라를 선전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고도가 높은 땅은 빙하에 덮여 있고 그 녹은 물이 많은 폭포를 만들어내지만, 땅 밑에는 지열발전만으로 필요한 전기를 다 충족할 정도로 뜨거운 용암이 있어 온천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솟구치는 그런 나라이니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나무가 거의 없고 흙이 있으면 풀, 돌밭에는 이끼(30㎝ 이상 두껍게 자라는 이끼다)가 덮여 있어 왠지 외계에 온 느낌을 준다. 사람이 만든 것은 레이캬비크의 교회를 제외하면 별 볼 것이 없다. 그러니 신이 만든 것을 보고 그 속을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정자연을 즐길 수 있는, 요즘 뜨는 관광지다. 수질이 워낙 좋아서 생수를 한 번 사면 그다음부터는 그 병에 수돗물이나 상류에서는 흐르는 계곡물을 받아 마시면 된다. 환전은 결국 하지 않았다. 언제나 카드로 돈을 낼 수 있었고 현금을 달라는 사람도 없다. 인구가 35만 명이 채 안 되니 대중교통이 잘 돼 있기는 어렵다.

여행사를 따라 가는 것이 편하기는 한데, 여름 석 달은 해가 거의 지지 않는 백야 기간이라서 차를 렌트하면 시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포장도로는 시속 90㎞, 비포장도로는 80㎞, 마을 안길은 50㎞가 이곳 속도 제한의 기본이다. 비포장도로도 대부분 잘 정비돼 있어 급감속, 급회전만 안 하면 포장도로보다 못하지 않다. 그래도 ‘링 로드 (국토 순환도로)’를 벗어나 내륙 깊숙이 들어 가려면 바닥이 높은 큰 차를 빌려야 한다.

1. 레이캬비크(Reykjavik)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가 유명하다. 오래 볼 것은 없다. 주차장이 무료라서 차를 두고 바닷가를 따라서 선 보이저(Sun Voyger) 조각을 지나서 역시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국립음악당(Music Hall)까지 걷다. 벌집을 연상하게 하는 구조의 멋있는 건물인데, 화장실에 가는 데 250크로나를 받는다. 일국의 수도에 대한 경의 표시로 하루를 잡아놨는데 별 갈 곳이 없어서 미술관, 조각미술관 등을 돌아다니다가 식물원까지 가게 됐다. 식물원은 크지는 않아도 정말 오밀조밀 많은 식물을 모아놨고 관리 상태도 비교적 좋았다. 개장 시간이 따로 없고 해가 오래 떠 있어 늦게까지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얼음동굴, 오로라 체험, 플라네타리움 등과 전망식당이 있는 페를란(Perlan)도 가볼 만한데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다.

2.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싱벨리르(Thingvellir)

국립공원 본부에서 지도 등을 얻고 그 옆 가게에서 샌드위치(하나에 1만원!)와 주스를 사서 왝사라 폭포(?xarjrfoss)까지 길은 곳곳에 제라늄이 만발한 아름다운 길이었는데 왕복 한 시간 반의 코스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다. 가까운 제1주차장에만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인심은 좋지 않은 나라이니 화장실은 갈 수 있을 때 가 두자. 간헐적으로 뜨거운 물과 공기를 뿜어내는 게이시르(Geysir)는 옐로스톤에서 보지 않았다면 가볼 만한 곳이다. 10분도 걸리지 않는 굴 폭포(Gulfoss)는 상부 전망대까지 꼭 가봐야 한다. 셀포스로 돌아가서 서프앤드터프(Surf and Turf)라는 식당에서 주인의 권유에 말고기 안심과 생선 요리를 시켰는데 괜찮았다.

3. 란드만나라우가르(Landmannalaugar)

란드만나라우가르는 내륙에 있는 노천온천인데 온천 때문이 아니라 내륙에 있는 꽃들이 궁금해서 비싼 비용을 치르고 차바닥이 높은 제법 큰 차를 빌리고 서브웨이에서 도시락을 장만해서 가 보다. 풀과 이끼만 있는 구릉지대를 지나 포장도로가 끝날 무렵에 넓은 루파인 밭을 만났다. 루파인 꽃으로 덮인 벌판은 아이슬란드 관광의 중요 포인트다. 다리 없는 개울을 건너기를 한 번은 했는데 두 번째는 아무래도 너무 깊은 것 같아서 포기하고 돌아서다. 차가 물에 빠진 것은 보험으로 커버를 안 해 준다. 시간이 남아서 길도 안 보이는 20~30㎝ 두께의 이끼 벌판을 두어 시간 걷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다.

4. 셀랴란드 폭포(Seljalandsfoss), 스코가 폭포(Skogafoss), 디르홀레이(Dyrholey), 레이니스페라 해변(Reynisfera Beach)

빅(Vik)셀랴란드 폭포는 크지 않지만 폭포 뒤로 걸어서 가 볼 수 있다. 스코가 폭포는 자체도 장관이었지만 오른쪽 계단 위에 있는 트레일이 정말 걸을 만하다. 1번 국도와 교차 지점에 있는 루파인 꽃 벌판은 본 중 최대였다. 디르홀레이는 큰 코끼리와 작은 코끼리 형상의 바위다. 레이니스페라 해변은 주상절리, 검은 자갈, 검은 모래로 유명한 곳인데 기묘하게 뒤틀린 기상천외의 주상절리가 많았다. 빅(Vik) 마을의 언덕에 있는 교회 주변에 루파인이 가득 피어 있고 마을을 내려다 보는 경관도 좋다.

5. 바트나 빙하(VatnajКkull), 외쿨사를론 빙하호수(JКkulsarlon)

트롤(Troll)이라는 빙하 트레킹 여행사에 예약을 하고 갔더니 안전 스트랩, 안전모, 피켈(등반용 얼음도끼), 무시무시한 아이젠, 등산화까지 갈아 신으라고 했다. 다 필요 없는 것이었다. 그냥 서울에서 쓰는 아이젠과 스틱만 있어도 충분한 것을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10만원을 받았다. 권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바트나외쿨 국립공원에 가서 ‘빙하까지 편도 30분’ ‘폭포까지 편도 45분’의 트레일들을 걷는 것이 낫겠다. 외쿨 사를론에서 배를 타고 빙하 사이를 누비는 것은 필수코스다. 5만원, 30분짜리 큰 수륙양용 보트보다는 구석구석 다 다니는 10만원, 한 시간짜리 작은 고무보트가 낫다. 회픈(HКfn)에 있는 팍쿠스(Pakkhus)식당이 권할 만하다.

6. 동부 피오르 해안 회픈에서 듀피보구르(Djupivogur)를 지나 레이다르 피오르(ReydarfjКrður)까지 1번 링로드는 왼쪽은 폭포가 끝없이 나타나는 산이고 오른 쪽은 초원과 바다인 환상적인 길이다. 필자는 베루피오르(BerufjКrður)에서 평생 처음 보는 화환 모양의 푸른 굴꽃(Oyster Flower)을 비롯한 꽃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느라고 다른 곳을 가 보지 못했지만 시간이 되면 바다 쪽으로 여기저기 다 보면 좋을 것 같다. 호텔 1001 Nott는 권할 만하다. 아침 식사가 좋고 기러기 가슴살 육포도 나온다.

7. 퍼핀(Puffin), 데티 폭포(Dettifoss), 셀 폭포(Selfoss)

에일스타디르(Egilsstaðir)에서 100㎞ 북쪽의 보르가르 피오르(BorgarfjКrður) 부근의 바다오리과의 조류인 퍼핀(Puffin) 서식지를 찾아 갔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한다. 94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고개를 넘을 때 멀리 검은 모래 해변이 끝없이 뻗어 있는 바닷가 경치가 압권이다. 퍼핀은 정말 귀여운 새다. 여기는 수도 많고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전망 데크도 설치돼 있다. 다른 일정을 줄이더라도 가 보기를 권한다. 데티 폭포는 주차장에서 800m를 걸어야 한다. 거대한 폭포가 일으키는 엄청난 물보라에 방수 재킷이 없으면 폭삭 젖는다. 멀리 있는 전망대까지 가서 보고 올 가치가 있다. 바로 600m 정도 떨어져 셀 폭포가 있는데 멀리서 볼 수밖에 없다.

8. 비티(Viti) 분화구, 흐베리르(Hverir), 고다 폭포(Goðafoss), 고래 보기

크라플라(Krafla) 지열발전소를 지나 비티 분화구에 올라갈 때까지 계속 비가 왔다. 화산 호수는 백록담보다는 크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흐베리르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들를 만하다. 미바튼(Myvatn) 호수/온천은 블루 라군을 갈 생각이면 건너뛰어도 된다. 고다 폭포는 볼 만하다. 폭포 양쪽에 양쪽에서 다 볼 수 있다. 아쿠레이리(Akureyri) 직전, 7㎞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전망대에 차를 세우면 통행료를 내라는 표시가 있다. 휴대폰으로 낼 수 있다. 나중에 렌터카회사에 내면 비싼 수수료가 붙는다. 아쿠레이리 교회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있기는 하지만 소박한 교회여서 오래 머물 것 없다. 하우가네스(Hauganes)에 가서 고래 투어를 하다. 보온, 방수, 부양 효과가 있다는 아래위가 붙은 옷을 껴입어야 한다. 배 위까지 물이 튀어오르는 것이 빙하 투어 때와는 비교도 안 된다. 한 시간 나가서 두 시간 고래를 찾아다니다가 한 시간 걸려 돌아오는데 어쨌든 고래 꼬리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해볼 만하다. 아파트 호텔 히얄테리(Hyalteri)는 가성비가 최고다.


9. 흐비체쿠르(Hvitsekur), 키르큐펠 폭포(Kirkjufellsfoss), 론드랑가르(Londrangar)

아이슬란드의 서북쪽 4분의 1은 링로드를 벗어나 한참을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크게 볼 것이 없다. 레이캬비크까지 운전 거리가 기니까 쉬어가는 의미에서 들르는 정도다. 여행 책자에 나오는 글라움바에르(Glaumbaer) 마을보다는 블뢴두오스(BlКnduos) 교회가 더 볼 만하다. 어쩌다 흐비체쿠르까지 가고 말았는데 더 가볼 만하다. 신이 만든 거니까. 키르큐펠 산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폭포에서 보는 대칭 삼각형 모양이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 스나에펠 빙하(SnaefellsjКkul)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올라프스빅 교회(Olafsvikurkirkja)도 현대적 디자인에 마음이 끌린다. 국립공원에서는 론드랑가르의 주상절리 해변이 경치도 걷기에도 좋다. 56번 도로 주변은 야생화가 좋다.

10. 블루라군(Blue Lagoon)

레이캬비크에서 50㎞ 정도 떨어진 블루라군 온천은 제일 유명한 관광지의 하나다. 거대한 옥색 호수 전체가 온천인데 사실상 미적지근한 수온의 수영장이다. 5만원짜리 티켓을 사면 수영장에 갈 때의 준비물을 다 챙겨서 가야 하고 7만~9만원짜리는 빈 손으로 가도 된다. 더 리트리트(The Retreat)나 실리카(Silica) 호텔 숙박비에는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만큼 비싸다. 식당도 모스(Moss), 라바(Lava) 두 곳이 있는데 모스는 한국 호텔만큼이나 비싸고 먹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박병원 前 경총 회장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7)은 재정경제부 제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등을 지냈다. 트레킹 마니아인 박 전 회장은 은퇴 후 여러 국가를 여행하고 있다. 50여 년간 심취해온 꽃 사진에 조예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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