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가 집값 폭등 불렀다"…부동산 전문가 50인 긴급설문

입력 2019-12-15 17:34   수정 2019-12-16 00:48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탓’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 등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책이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부동산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서울 아파트값 급등의 원인과 가격 전망’ 등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다.

아파트값 과열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66%·복수 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제원칙을 무시한 수요 억제 정책’(54%)과 ‘공급 부족’(54%)을 지목했다. 시중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쏠린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되레 집값을 자극했다는 진단이다. 공급 부족 역시 정부의 규제 탓이라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정비사업 규제로 신축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면서 ‘신축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과열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 비율은 94%에 달했다. 이 중 ‘3~5%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40%로 가장 많았다. ‘1~3% 상승’이 26%로 뒤를 이었고, ‘5% 이상 상승’을 전망한 전문가도 24%나 됐다.

최악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10명 중 8명이 분양가 상한제를 들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수요심리를 잡으려면 서울에 신규 공급 신호를 줘야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규제 등을 풀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며 “규제 위주로는 시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분양가 상한제가 최악 대책
재건축 규제 풀어야 집값 잡힐 것"


한국경제신문이 조사한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과 향후 가격 전망’ 설문에서 전문가들이 최악의 부동산 규제로 꼽은 건 ‘분양가 상한제’(76.0%·복수응답 허용)였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분양가 상한제를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정책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72.0%)라고 조언했다. 추가 규제보다 공급 확대가 확실한 처방이라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기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겹치면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의 주택공급이 더 막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 위축, ‘로또 아파트’ 양산”

이번 설문조사에서 최악의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지목한 전문가들은 세부 항목을 통해 ‘집값 급등과 같은 부작용만 야기한다’(58.0%)는 이유를 들었다. 최성욱 산하이앤씨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는 이론과 실제 결과가 다른 정책”이라며 “분양가를 누르면 ‘아파트는 곧 로또’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청약경쟁률이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이 과열된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이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46.0%)와 ‘양도세 과세 강화’(34.0%) 등도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은 정책이었다. 수요 억제에 치중한 이들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 신규 공급과 매물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서울의 아파트시장이 과열된 배경에 대해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66.0%) 외에 ‘분양가 상한제 등 공급 억제 위주 처방’(54.0%)과 ‘공급 부족’(5.04%)을 주로 꼽은 것도 이 같은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부가 부동산 과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던 ‘다주택자 투기’를 꼽은 응답자는 6.0%에 불과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무엇보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며 “유동성이 넘치는 데다 수요공급 시스템까지 정상 작동하지 않다 보니 시장이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10명 중 9명 “내년에도 오른다”

전문가들 중 압도적인 다수(94.0%)는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이 중 ‘3~5% 상승’을 예상한 사람이 40.0%로 가장 많았지만 ‘5% 이상’의 급등을 전망한 전문가도 24.0%에 달했다. 보합세와 하락세를 예상한 전문가는 각각 6.0%, 4.0%에 그쳤다.

상승세의 주된 근거는 역시 공급 부족이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내년 4월이 지나면 공급 축소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공급이 끊기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 공급 위축 우려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시장 과열 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84㎡)가 ‘3.3㎡당 1억원’ 수준인 34억원에 팔린 이후 반포·대치·청담 등 서울 강남 주요 지역 단지의 거래가는 일제히 30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지난 10월 31억원에 거래됐다. 강북 아파트도 20억원을 향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38.0%가 ‘3~5% 상승’을 예상했다. ‘5% 이상 상승’(28.0%), ‘1~3% 상승’(2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교육제도 개편과 수급문제로 서울 강남과 양천구 등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내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은 전세가격 상승 우려”라고 말했다.

“규제 풀어야 집값 잡힌다”

집값 안정을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묻는 항목에 72.0%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라고 답했다. ‘2·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확충’(34.0%), ‘양도세 한시적 완화’(28.0%), ‘3기 신도시 공급 가속화’(24.0%)가 뒤를 이었다. ‘보유세 강화’(18.0%),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도시 공급’(16.0%)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30년 정도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과정을 없애거나 용적률 규제, 임대주택비율고정 등 불필요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공급을 확대하면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금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현행 보유세를 유지해야 한다’(40.0%)는 응답과 ‘부담을 줄여야 한다’(38.0%)는 의견이 맞섰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양도세율이 너무 높아 증여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 설문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50명



최진석/민경진/이유정/안혜원/최다은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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