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스웨덴 협력, 혁신 스타트업 탄생 계기로

입력 2019-12-15 17:55   수정 2019-12-16 00:16

골리앗 크레인이 떠나자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다. TV에서는 장송곡이 나오고 시민들은 울음을 터뜨린다. 수십 년간 배를 만들던 코쿰스(Kockums)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한국 기업에 매각됐다. 2002년 스웨덴 서남쪽 항구도시 말뫼의 풍경이다. 45층 빌딩 높이의 철골 구조물은 거대한 몸집답게 별명이 골리앗이었다. 스웨덴 조선업의 번영을 상징하던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되자 도시 전체가 흐느꼈다. ‘말뫼의 눈물’이다.

17년이 지나면서 눈물은 흔적도 없이 말랐다. 조선업과 작별한 말뫼는 첨단산업에 기반한 지식도시를 지향했다. 조선소 부지에 대학교를 세웠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창업보육센터도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탄탄한 생태계가 자리잡았다. 대학, 기업, 연구소, 자치단체는 서로 협력하며 혁신을 거듭했다. 말뫼에서는 하루 평균 7개 기업이 설립된다. 스타트업을 통해서만 6만 개 일자리가 생겼다. ‘말뫼의 기적’이다.

스웨덴이 글로벌 스타트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도 9개나 배출했다. 널리 알려진 스카이프와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스포티파이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도 스위스에 이어 2위였다. 스웨덴은 명실상부한 혁신강국이다.

스웨덴의 혁신 비결은 ‘협업’이다. 기업, 학교, 정부가 힘을 모아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상생 방안을 모색한다. ‘협업해야 혁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혁신하는 길이라면 외국과도 얼마든지 협력한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볼보자동차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자로 LG화학을 선정하고 친환경차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에릭슨은 KT와 손잡고 5G(5세대) 이동통신 분야 혁신기술을 상용화하는 중이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스웨덴은 한국과 협력할 의지를 본격적으로 나타냈다. 스웨덴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 공장에서 KOTRA, 한국바이오협회와 바이오헬스산업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KOTRA와 스웨덴 무역투자진흥기관이 현지 개최한 ‘스타트업 밋업데이(Meet-up Day)’에서는 양국 스타트업들이 사례를 공유하고 생태계를 이해하면서 협력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양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았다. 17일에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한국을 찾는다. 이번 국빈 방문은 한국과 스웨덴이 지난 6월 합의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협력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내년에 스톡홀름에 문을 열 예정인 ‘코리아 스타트업 센터(KSC)’는 우리 기업이 스웨덴 혁신주체들과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 거점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영어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표현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산업이 완전히 탈바꿈하는 중이다. 덩치가 작아 개방과 혁신에 유리한 스타트업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선순환 창업 생태계가 정착한 스웨덴에서 스타트업은 사회적 유산으로 인식된다. 스포티파이 설립자 다니엘 에크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차원보다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스타트업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업가 스스로 세계적 시각을 가슴에 품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앞장서는 것이다.

말뫼에서는 골리앗이 떠나자 수많은 다윗이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타났다. 말뫼의 기적을 능가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성취의 자신감’이 우리에게도 있다. 기술력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기업이 스웨덴 혁신주체와 힘을 합치면 세계 혁신산업 선도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국과 스웨덴의 협력이 혁신형 글로벌 스타트업 탄생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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