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만든 '토스뱅크'…'인터넷은행' 혁신경쟁 불 지폈다[이슈+]

입력 2019-12-16 13:50   수정 2019-12-16 15:56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대로라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지난 6월 핀테크 스케일업 행사에서)

간편송금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의 발언에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핀테크 육성을 논의하는 간담회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토스가 인터넷은행 추진 포기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앞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감독 기관들과 얘기하다 보면 진행되는 게 없다", "수백억원을 투입하고 인재를 채용했는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산업인 금융업계에서 좀 처럼 보기 힘든 쎈 발언이었다.

그런 토스가 16일 제3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경직된 관료 문화를 감안할 때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 금융위원회에서 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의결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발언은 '신의 한 수'였다. 금융당국과의 '밀고 당기기'가 효과를 발휘했다. 혁신금융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위 입장에서 토스는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혁신금융업의 중심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감원이 지난 5월 모든 신청자에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특례법 제정 취지가 무뎌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정부 기조를 막아선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 틈을 이 대표가 파고들었다.



1982년생으로 올해 38살인 이 대표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치과의사다. 전남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섬 암태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는데, 외진 섬에서 만난 사회 소회계층을 보면서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려면 모두가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루소의 공화주의에 매료돼 비바라퍼클리카를 창업했다. 2011년 4월 만들어진 비바리퍼블리카는 '공화국 만세'를 뜻하는 라틴어다.

다만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금융산업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하다.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이 대표가 해냈다.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는 송금 방식이 유효했다.

토스는 이 대표의 아홉번째 도전이다. 여덟번의 실패가 자양분이 되면서 토스라는 결실이 맺어졌다. 토스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2015년 2월 정식 출시 후 1년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그리고 2017년 7월 1000만 건, 지난해 9월 2000만 건을 넘었다. 매출도 크게 늘었다. 2016년 35억원에서 2017년 205억원이 됐다. 지난해에는 548억원을 벌어들였다. 매년 2배 넘는 성장세를 유지한 셈이다.

토스는 지난 9월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3400만 건, 가입자 1500만 명을 달성했다. 누적 송금액은 45조원을 훌쩍 넘었다. 명실상부 국내 1위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이 됐다.

금융위는 토스에 대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허가하면서 "최대주주의 혁신역량과 금융혁신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업계획의 혁신성·포용성·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준비상태가 비교적 충실했다"고 했다. 토스뱅크의 사업계획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부합했다는 것이다.

토스뱅크는 본인가만 통과하면 '은행법' 및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상 은행업(인터넷전문은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자본금은 2500억원으로 무의결권부 우선주 625억원이 포함됐다.

토스뱅크의 주주는 토스 KEB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화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 한국전자인증 등 11개 업체다. 이들은 은행업과 관련된 인력, 조직, 전산설비 등 물적 시설을 갖춰 은행업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앞으로 인적·물적요건 등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영업은 본인가를 받은 뒤 6개월 내에 시작할 수 있다. 예비인가 이후 영업까지 약 1년간 걸린다. 토스뱅크가 시장에 나오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진행된 토스뱅크 컨소시엄 기자간담회에서 "초기 은행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해 차세대 챌린저 뱅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토스뱅크가 인터넷은행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과의 혁신 경쟁은 불가피해진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 삼국지가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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