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기자의 설] ‘원 히트 원더’ 롯데…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②

입력 2019-12-22 14:30   수정 2019-12-22 14:43


[J기자의 설] ‘왕이 돌아왔다’ CJ ENM…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① <기사 링크>

|‘신과함께’ 부재로 총 관객수 큰 폭 하락
|대목 노렸지만 외면당한 ‘사자’ ‘타짜’
|한석규·최민식 ‘천문’으로 제 2의 ‘말모이’ 기대

[김영재 기자]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이하 뉴)가 ‘킹콩을 들다’로 첫 한국 영화를 배급한 때가 2009년이니 올해로 딱 10년째다. 그간 한국 영화 시장은 CJ ENM, 롯데컬처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 쇼박스, 뉴까지 총 네 투자배급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4강(强) 구도를 형성해 왔다. 녹록지 않은 그 10년 동안 CJ ENM은 총 7편, 롯데는 총 2편, 쇼박스는 총 5편, 뉴는 총 3편의 자사작이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해 위기가 닥쳤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영화 투자 수익율은 -17.3%, 즉 적자였다. 추석 및 연말 대목에는 대작 총 7편 중 오직 ‘안시성’만이 손익분기점(BEP)을 넘으며 한국 영화계 장르가 순식간 호러가 됐다. 2017년 대비 한국 영화는 관객수가 3.3% 감소했고 점유율은 0.9%p 하락했다. 다만 점유율 50%대만큼은 유지했다.

힘들어도 해는 바뀐다. 무술년이 가고 기해년이 왔다.

롯데의 2019년은 ‘원 히트 원더’의 말로였다. ‘신과함께’ 시리즈의 빈자리가 컸다. 유해진·정우성·고아성이 훈풍을 가져왔으나, 그 이후가 곤란했다. 제 2의 ‘신과함께’는 여름 시장의 패자(敗者)가 됐고, 타짜는 추석과 멀어졌다. 1982년생 김지영 씨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롯데는 11월까지 한국 영화로 총 1491만 명을 극장에 동원했다.


▶CJ ENM 제치고 승자로 우뚝…고맙다 ‘신과함께’

롯데에게 2018년―2018년 6월1일 롯데쇼핑은 시네마사업본부를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롯데컬처웍스로 독립시켰다―은 평생토록 기억될 만한 영광의 한 해였다. 경쟁사 CJ ENM을 물리치고 드디어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한 것이다.

늘 롯데 앞에는 CJ ENM이 있었다. 한국 영화 배급사별 시장 점유율 기준, 2010년 롯데(당시 롯데쇼핑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총 1366만 7100명(관객 점유율 20.0%)을 극장에 동원했다. 하지만 같은 해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는 롯데 기록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총 2620만 2550명(관객 점유율 38.4%)을 극장에 불러 모으며 2위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2011년 2위, 2012년 4위, 2013년 4위, 2014년 2위, 2015년 4위, 2016년 4위, 2017년 3위. 특히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롯데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2위를 기록한 2014년을 제외하고 총 4년간 4위에 그치며 대기업 투자배급사로서의 위신을 구겼다.

하지만 ‘신과함께’ 시리즈가 롯데를 살렸다. 2017년 12월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은 2018년 한 해 동안 총 587만 2007명을 동원했고, 이듬해 8월 개봉한 속편 ‘신과함께-인과 연’은 총 1227만 6350명을 동원했다. ‘완벽한 타인’은 비수기 개봉에도 불구, 총 529만 3435명을 동원하며 2018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 배급사별 시장 점유율 기준, 그 결과 롯데는 2018년 총 2855만 5722명(관객 점유율 25.9%)을 동원하며 CJ ENM을 제치고 패자(霸者)로 우뚝 섰다. 총 88만 431명 차 접전이었다.

반면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 영화 배급사별 시장 점유율 기준, 11월까지 롯데는 약 1491만 명(관객 점유율 14.4%)을 동원했다. 현재 롯데의 마지막 배급작은 26일 개봉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로, 만일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신과함께-죄와 벌’만큼의 흥행 가도―‘신과함께-죄와 벌’은 개봉 6일간 총 477만 1554명을 동원했다―를 달린다 해도 롯데는 단 1년 만에 한국 영화 총 관객수가 전년 대비 약 68%에 그치는 다소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예정이다. 그때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3월까지 분위기 좋았는데…소방수로 활약한 ‘82년생 김지영’

시작은 좋았다. 1월부터 ‘말모이’(286만 6453명)가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 쇼박스·뉴·CJ ENM이 텐트폴 영화를 12월에 몰아넣고 공멸하는 동안 롯데는 무주공산에 깃발을 꽂는 소위 ‘배급의 묘’를 발휘했다. 2월에는 ‘증인’(253만 4748명)이 일을 냈다. 자폐인에 대한 환상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단점에도 불구, 휴먼 드라마에 법정 신과 스릴러 요소를 가미한 점이 주효했다. 특히 정우성은 이 작품으로 제 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제 39회 황금촬영상 연기대상·제 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모두 품에 안았다.

손익분기점이 50만 명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115만 7887명)는 3월 동안 약 96만 명을 동원하며 롯데를 1월과 2월에 이어 3월에도 웃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그 웃음은 곧 멎었다. 5월에는 칠곡 아동 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어린 의뢰인’(20만 4259명)이 공익성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8월에는 ‘사자’(161만 1163명)가 주인공의 ‘불 주먹’만 남긴 채 장렬히 산화했다. CG는 볼만했으나 이야기부터 액션까지 나머지가 다 엉망이었다. 롯데로서는 자사 흥행작 ‘청년경찰’을 만든 김주환 감독을 믿어 의심치 않았겠으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 됐다. 반면 경쟁사 CJ ENM은 ‘엑시트’로 약 942만 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롯데와의 관계를 역전시켰다.

‘추석엔 타짜’인데, 이번 추석은 그렇지 못했다. 세 번째 ‘타짜’로 관심을 끈 ‘타짜: 원 아이드 잭’(222만 9239명)은 그간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아 온 박정민이 주인공으로 낙점돼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 류승범 약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곽철용 열풍’이 일 정도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는 ‘타짜’ 1편의 존재는 철옹성에 가까웠다. 종목이 포커로 바뀐 것에 대한 이질감도 꽤 컸다. 이에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손익분기점에 약 38만 명 미달된 상태로 경주를 마무리했다.

‘82년생 김지영’(367만 5606명)은 단비였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남성을 적(敵)으로 대하는 조남주 작가의 어조를 살짝 누그러뜨린 것도 모자라 책에는 없는 화해와 공존을 삽입하기까지 했다. 순하고 부드러운 ‘82년생 김지영’이 된 것. 역시 자본은 예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구원 투수로 나선 ‘천문’…감독도 배우도 모두 베테랑

12월 롯데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내놓는다. 한석규가 SBS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다시 세종 역을 맡았고, 최민식은 천재 장영실을 연기했다. 두 배우의 재회는 ‘쉬리’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허진호 감독은 “30년간 쭉 한 길을 이어 온 두 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때로 두 배우의 ‘케미’를 보느라 컷을 못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약점도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호우시절’ 등을 만든 허진호 감독의 존재다. 주로 남녀 간의 감정선에 재능을 보여 온 그가 이번 사극―물론 허진호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덕혜옹주’를 통해 그가 대작에서도 고른 연출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손수 입증했다―에서는 어떤 연출력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팩션 사극이라는 속성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7월 개봉한 ‘나랏말싸미’의 경우 세종 친제설과 달리 승려가 한글 제작을 도맡는 모습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에 언뜻 브로맨스 이상의 로맨스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최민식은 “알쏭달쏭하죠?”라는 말로 그 미묘한 구석을 인정한 뒤, “지근거리에서 세종을 바라보는 장영실의 심정은 황홀경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관객은 해당 코드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흥행의 관건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사진출처: 롯데컬처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bnt뉴스 DB)
(자료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2019년 한국 투자배급사 결산 기획◆
‘왕이 돌아왔다’ CJ ENM…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① (12.21.)
‘원 히트 원더’ 롯데…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② (12.22.)
‘후유증 오래가네’ NEW…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③ (12.23.)
‘존재감 無’ 쇼박스…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④ (12.24.)
‘흉작’ 메가박스와 ‘3色’ 신생사…2019 韓 투자배급사 결산⑤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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