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입력 2019-12-26 18:08   수정 2019-12-27 00:15

“어떤 운명도 정해진 것은 없다, 바꿔갈 수 있다(There is no fate, but what we make).”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사라 코너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떠나는 아들 존에게 한 말이다. 힘들었던 한 해를 보내고 짙은 안갯속 2020년을 내다보며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회사를 설립한 지 20년이 됐다. 돌이켜보면 좋았던 때도, 힘들었던 때도,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 순간들을 지탱하게 해주고 회사 경영에 도움을 준 자양분 같은 경험이 있다. 삼성에서 사업부장과 연구소장을 지내며 조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을 익혔고, 외환위기 시기를 지나며 암울하고 답답한 상황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며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 밑바닥에는 무엇보다 태극권이 있었다. 23년 전 처음 입문했을 때의 고통스러웠던 수련 과정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어 도장 문 앞에서 되돌아오기를 수차례. 험한 세상 살아가는 데 이것도 못 견디면 되겠냐는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기본자세인 참립공, 즉 기마자세로 40분을 버텨야 하지만 처음엔 5분도 하기 힘들었다. 편해지려 하기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받아들이면 어느 순간 고통을 뛰어넘을 수 있다. 모든 것이 개개인의 의식의 틀 안에서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가두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극한의 상황에서 마음을 굳건히 하고 틀을 깰 때 새로운 힘을 가질 수 있음을 배웠다.

수련을 통해 ‘음양의 조화’ ‘허와 실’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를 깨달았다면 사부는 육체적 강인함을 넘어 ‘겸손’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성취를 이뤄낸다는 가르침을 줬다. 기업을 경영하며 맞닥뜨린 많은 어려운 순간을 침착하게 대응하고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인생의 스승인 사부를 통한 ‘마음공부’ 덕이었다.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 설문조사에서 95% 이상이 2020년 한국 경제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위기라는 혹한기에 에스넷이 태동했고 금융위기 때에는 아쉽게 놓치기는 했으나 새로운 기회가 있었다. 어쩌면 모두가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지금이 또 다른 도약과 성공신화를 잉태하는 순간이 아닐까?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다. 그리고 뛰어나가려는 준비를 한다. 헬렌 켈러는 앞을 못 보는 것보다 더 안 좋은 것은 볼 수는 있지만 비전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신의 2020년 비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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