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세돌에게 경의를, 한돌엔 박수를

입력 2019-12-29 17:18   수정 2019-12-30 00:14

최근 바둑 인공지능(AI) 분야에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세돌 9단이 은퇴 기념으로 한국 바둑 인공지능 최강자인 ‘한돌’과 3번기를 벌인 것이다. 이 9단은 창의적인 바둑으로 세계를 정복했다는 평가 외에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이긴 유일한 바둑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한돌은 NHN이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2017년 개발이 시작됐으며, 지난해 겨울에는 한국 최고 바둑선수 5명과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올가을에는 세계 인공지능바둑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일본, 대만, 벨기에 등과의 대결에서는 월등한 실력 차이를 보여줬다.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뒷받침되면 조만간 중국 인공지능 바둑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 이 9단과 한돌의 3번기는 조금 다르게 진행됐다. 접바둑으로 시작해 승패에 따라 대국 방식을 바꾸는 치수고치기 방식이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식적인 접바둑은 세계 최초여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1국 접바둑에서 이 9단이 한돌을 이겼고 나머지 두 번의 대국은 모두 한돌의 승리였다.

이번 대국을 통해 이 9단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두 점을 깔고 두는 접바둑이지만 한돌을 이긴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비공식 대국에서 한돌은 대부분의 프로기사를 압도했다. 이 9단의 창의적인 바둑이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이 9단과 한돌의 대결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를 크게 높였다. 접바둑 규칙이 결정된 게 두 달 전이고, 한돌은 최대 두 달 정도 접바둑을 학습했다. 한돌 개발자에 의하면 두 달이라는 학습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한다. 즉, 한돌은 아직 성장하는 중이다. 인공지능의 성장에는 엔지니어들의 노력과 함께 학습을 위한 컴퓨팅 파워에 대한 물질적 투자도 필수적이다. 더 많은 컴퓨팅파워가 있으면 인공지능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의 한계도 잘 보여줬다. 인공지능은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인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일반 바둑에 사용하는 규칙과 논리를 ‘약간’ 수정해 접바둑을 둔다. 반면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기반해 규칙을 정하기 때문에 접바둑에 대한 데이터를 수정해주지 않으면 규칙을 다듬을 수 없다. 즉 인간이 느끼는 ‘약간’이 인공지능에는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이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국에 응해준 한돌의 용기도 돋보였다. 세계 최고 바둑기사와의 세계 최초 접바둑 대결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겨봐야 본전이고, 지면 기술 수준을 둘러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준비 기간도 두 달로 너무 짧았다. 중국의 세계 최고 인공지능인 ‘줴이(絶藝)’가 접바둑을 10배 이상의 컴퓨팅파워로 1년 이상 학습하고도 아직 공식 대국을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었다.

이번 대국을 통해 한돌은 이 9단에게서 많은 것을 학습했을 것이고 한돌의 성장 속도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한돌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이 9단은 떠나도 한돌은 남는다. 새해에는 남은 한돌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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