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년을 꿈꾸게 하자

입력 2020-01-01 17:08   수정 2020-01-02 00:29

일단 말에 놀란다. 어려운 어휘와 표현은 물론 말투와 억양까지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귀화인이니 국적상으로도 그렇지만 여전히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흐르듯 부드러운 말속에는 샛별 같은 아이디어가 가득했고, 그의 눈빛은 깊게 빛났다.

청년 오시난은 터키 출신이다. 고작 200달러를 들고 서울대에 유학 왔다가 한국이 좋아 그대로 남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통역관으로 뛰었다. 지중해풍이 물씬한 레스토랑 ‘케르반’을 창업한 사업가이자 주한 외국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 외교관, 학생이 교류하는 네트워크 ‘지바GBA’를 만들었다. 자신이 푹 빠진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말할 때 그의 열정은 주변을 쉽게 데웠다.

2020년 첫 아침에 우리 청년을 생각한다. 힘든 일들이 먼저 떠올라 마음이 무겁지만, 아프니까 청춘이어서는 곤란하다. 청년을 아프지 않게 하는 일이야말로 모두의 과제다.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고갱이를 하나둘씩 포기해야만 하는 자조적 세태를 어찌할 텐가. 어깨의 짐을 덜어주고 가벼운 신발을 신겨야 한다.

우리의 모든 청년에게는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세계를 바라보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눈을 들 수 있도록 굽은 등을 다독이는 게 옳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볼 때 청년의 꿈은 부푼다. 경제와 정치, 문화와 사회의 전반을 아우르는 획기적인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와 민간, 기업과 근로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가을 오랜 벗의 아들 결혼식 연단에 섰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던 청년은 사람을 연결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며 훌쩍 인스타그램으로 옮겼다. 당차다기보다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그는 말한다. 짧은 주례사로 두 젊은이의 미래를 응원하면서 모든 청년이 행복한 세상을 나는 상상했다.

실리콘밸리는 말과 얼굴이 다른 여러 나라의 청년이 모여 구축한 첨단 기술과 산업 혁신의 최전선이다. 로마와 비잔틴, 오스만 제국의 중심이던 오시난의 콘스탄티노플 혹은 이스탄불은 누천년 세계를 넓게 끌어안았다. 초연결사회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의 고향은 베르사유체제로 자리 잡은 임의적 국경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나라들의 구성체로서 세계이자 이미 지구 자체다.

청년이 꿈꾸지 못하는 사회에 희망은 없다. 청년의 꿈은 시대의 비전이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여는 힘 센 전위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파란 행성을 종횡하는 코즈모폴리턴으로서 거대한 성취의 도정에 나설 때다.

경자년(庚子年) 새해, 청년을 꿈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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