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림 대표 "20, 30대 실패 경험이 인생역전 밑거름 됐죠"

입력 2020-01-02 15:03   수정 2020-01-04 01:18


“우리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아요. 젊은 세대들이 ‘실패’를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로 바뀌었으면 해요.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은 수백억원의 정부 지원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실패를 자산으로 삼는 문화에서 탄생하는 겁니다.” 최호림 부름커뮤니티 대표(45)는 자신을 ‘실패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 차례 사업 실패로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절을 회상했다. 잇따른 실패로 술에 의존했고 신장에 삽관을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 같은 실패가 오히려 끊임없이 도전하도록 이끌어준 원동력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잇단 사업 실패로 얻은 우울증

최 대표가 경영하는 부름커뮤니티는 프린터 보조장치 ‘잼버리’를 개발·판매하는 업체다. 이 보조장치는 프린터 인쇄 시 종이가 수차례 끼이는 현상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최 대표는 특허청장상, 전라북도지사상, 중소기업청장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엔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2019년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올해는 프린터 보조장치 사업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부름커뮤니티는 작년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해외 판로를 개척해 1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의 원래 꿈은 라디오 DJ였다. 관광학과에 입학한 최 대표는 가수가 돼 라디오 DJ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대학가요제에 참가했다. 각종 가요제 본선에 오르고 오디션 최종 단계까지 올라가길 수차례. 100차례 넘게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가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졸업 후 생계를 위해 일단 외국계 컴퓨터 기업에 지원서를 냈다. 최 대표는 “면접위원이 ‘컴퓨터 관련 스펙도 없이 뭐를 믿고 응시했냐’고 했지만 열정을 높이 평가받아 합격했다”고 말했다.

취업 후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던 최 대표는 부친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비료 회사를 물려받게 됐다. 화학 지식은 물론 사업 경험도 전혀 없던 상황이었다. 결국 회사는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과거 일했던 컴퓨터업체 문을 두드려 ‘2차 하청업체’ 형태로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해당 업체의 전북지역 수리 서비스를 총괄하는 업무로 전주, 부안, 익산, 진안 등 전북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품 수리를 도맡았다. 승용차에서 쪽잠을 자며 하루 16시간 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2년간 다섯 번 이사를 다니기도 했지만, 5년 뒤 1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장님’이 됐다. 하지만 2010년 1차 하청업체가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대안으로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를 차렸지만 곧 문을 닫아야 했다.

잇따른 실패로 인해 우울증이 찾아왔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증세가 나타나는 알코올의존증까지 앓았다. 당뇨병, 고혈압에다 신장결석이 생겨 신장에 삽관까지 했다.

“부끄러운 아빠 되지 말자” 재도전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던 그가 헤어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더 이상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도전에 나섰다. 프린터를 수리하던 시절을 떠올려 종이 끼임 현상을 방지하는 프린터 보조장치를 구상해냈다. ‘창업넷’ 등 정부 지원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각종 공모에 수십 차례 응시했다.

심사위원에게 “사업계획서, 파워포인트(PPT) 보고서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사업하려 하냐”는 꾸지람도 들었다. 최 대표는 “젊었을 때 가수 오디션을 100번 넘게 보면서 실패한 경험 덕분에 맷집이 생겨 수차례 공모전에서 낙방해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행사에서 26등을 차지해 2017년 1억원의 사업 지원 자금을 받았다. 그는 앞서 개발한 프린터 보조장치에 재생지 출력 인식 기능을 추가해 재생지를 일정량 쓰면 새 재생지를 무상 제공하는 식으로 재생지 사용을 독려하는 환경개선 사업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사업에 성공한 그는 라디오 DJ가 되겠다는 꿈도 이뤘다. 지난해 10월까지 전북교통방송에서 3년간 아침 방송을 진행했다.

‘실패 전도사’가 되겠다는 게 최 대표의 올해 목표다. 그는 “실패에서 극복해야 할 최대 관문은 ‘자기자신’”이라며 “실패를 분석하고 수차례 재도전하는 것 자체가 ‘혁신’이라는 점을 한국의 청년들에게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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