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지위·나이 '서열의 시대' 끝났다…'느슨한 연대' 전성시대

입력 2020-01-09 15:11   수정 2020-01-09 15:13

트렌드 서적은 무엇이든 도움이 된다. 한 해를 열어젖히는 시점에 트렌드 읽기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람의 독특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20:느슨한 연대》(부키)는 열한 가지 트렌드 이슈와 78개 소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것은 ‘느슨한 연대’다. 다른 트렌드 서적에 비해 저자의 세계관이 강하게 드러난 부분을 조금 주의해서 읽을 필요가 읽는 책이다.

11개 주제는 느슨한 연대, 알파세대, 기계인간과 바이오 해킹, 새로운 애국주의, 취향 인플레이션, 백일몽과 공존 현실, 에이지리스, 우아한 가난의 시대, 서스테이너블 라이프, 외로운 예찬과 동반자 산업이다. 느슨한 연대 현상 가운데 비즈니스 기회로서 주목할 분야는 셰어하우스(공유주택)다.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셰어하우스는 스타트업 영역이었는데 지금은 대규모 자금과 투자가 몰리고 있다. 대기업 건설사 가운데 셰어하우스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업체가 없을 정도다. 결혼관의 변화와 느슨한 연대가 합쳐져 만들어진 트렌드다.

흥미로운 또 하나의 변화는 요즘 생기는 고급 주상복합이나 고급 아파트단지에서는 커뮤니티 기능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도 이런 변화에 동참해 커뮤니티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아파트 시대가 되면서 퇴색했던 이웃사촌 문화가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다.

더 이상 직장은 끈끈한 연대로 구성되지 않는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겸업이다. 겸업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2018년 1월 ‘부업겸업의 촉진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면서 부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도쿄도의 직장인이 지방 기업에서 겸업과 부업을 할 수 있는 장려제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튜버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상도 느슨한 연대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느슨한 연대에서는 지위나 나이 같은 전통적 서열이나 부와 명예를 통해 영향력을 만들어 냈던 과거시대와 다른 새로운 영향력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누구든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콘텐츠를 통해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굳어진 서열이 아니라 유연한 서열의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사려 깊지 못한 내용도 나온다. “태극기 부대의 노인들이 나라를 위해 나섰다는 얘기는 믿기 어렵다”는 류의 주장이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나이 먹고 할 일없고 존재감도 없어진 상태에서” 등과 같은 표현은 독자로서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되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용서로서의 가치는 저자가 갖고 있는 전문성으로부터 어느 정도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전문가의 예리한 레이더망에 포착된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주말이나 오고 가는 길에 읽을 만한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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