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블랙박스 美 안줄 것"…보잉 737 추락 '배후 의혹' 확산

입력 2020-01-09 15:49   수정 2020-02-08 00:31


지난 8일 이란에서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이란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사고가 미사일이나 테러리스트 공격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밝혔던 우크라이나 정부는 하루 만에 “이란 미사일 피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란은 사고 항공기 제조국인 미국을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9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테헤란 인근에서 미사일에 피격당했을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가조사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이 테헤란을 찾아 이란 측 전문가들과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했거나 아예 실수로 쏜 미사일에 여객기가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여객기가 무인기(드론) 등 다른 비행물체와 충돌했거나 테러 행위에 따른 여객기 내부 폭발 등 각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항공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이란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국영방송을 포함한 현지 언론들은 사고 직후 일제히 “기체 결함에 의한 추락 사고”라고 보도했다. 이란민간항공청은 9일 “사고 여객기가 이륙해 서쪽으로 비행하다 문제가 생긴 뒤 공항으로 회항하려 했다”며 “그러나 사고 여객기의 승무원이 공항 관제실에 비상 호출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당초 이란 정부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지만 몇 시간 뒤 바꿨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사고 직후인 8일 오전 7시15분 이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 웹사이트를 통해 성명서를 내고 “현재로서는 테러리스트 공격이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여객기가 기술적 결함으로 엔진 고장을 일으켜 추락했다”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몇 시간 뒤 낸 2차 성명서에서는 이런 문구들을 삭제했다.

또 다른 쟁점은 블랙박스 조사 문제다. 블랙박스에는 사고 당시 조종사와 부조종사 간 대화 내용,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등이 기록돼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국제 민간항공 협약인 시카고협약 항공사고 조사 규칙에 따르면 항공 사고 발생 시 조사 책임은 사고 발생 국가에 있지만 더 정밀한 조사를 위해 항공기 제조국도 참여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블랙박스 등에 대한 조사를 사고 항공기 제작국인 미국 없이 독자 진행할 뜻을 밝혔다. 알리 아베드자데흐 이란 민간항공기구 대표는 “우리는 블랙박스를 제작사(보잉사)나 미국인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조사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이 같은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떤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후에르타 전 미국 연방항공국(FAA) 청장은 “이란이 조사를 주도하게 된 건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공정한 조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는 8일 오전 6시12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테헤란 외곽 남서쪽 지역에 추락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승객 167명과 승무원 9명 중 생존자는 없다.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독일과 영국 각각 3명 등으로 알려졌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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