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탈퇴·재편·해체…망가지는 아이돌 생태계, 이대로 좋을까

입력 2020-01-11 08:42   수정 2020-01-11 14:11

지난해부터 가요계는 유독 어수선하다. 다수의 그룹이 멤버 탈퇴로 인한 팀 재편을 겪는가 하면, 해체라는 최악의 결말에 이르기도 했다. 팬덤의 화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에게 팀 내 변화는 활동의 흥망성쇠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지만 어느 순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돌 생태계는 어쩌다 흔들리게 됐을까.<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7년 징크스는 옛말? 우후죽순 팀 변화


가요계에는 '7년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인의 전속계약 기간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표준계약서를 만들면서 생겨난 말이다. 그러나 정작 초기 멤버로 이 고비를 겪는 그룹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생 아이돌 그룹들이 줄지어 팀에서 탈퇴하거나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면서 '7년 징크스'라는 말은 더욱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

팬덤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슈인 멤버 탈퇴는 이제 3~4줄의 공식입장만으로 공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최근 부쩍 빈도가 잦아진 탓에 특별한 부연 없이 결론만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대중에 전해지는 이유는 대개 개인 사정, 건강 문제 등이며 혹은 아예 생략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유독 신생 아이돌 멤버의 변화가 많았다. 그룹 체리블렛은 미래, 코코로, 린린까지 멤버가 3명이나 탈퇴했다. 회사와의 협의 끝에 결정된 사안이라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이유는 생략됐다. 2019년 1월 데뷔한 체리블렛은 그렇게 데뷔한 지 채 1년도 안 돼 10인조에서 7인조로 재편됐다.

드림노트도 하빈과 한별 무려 2명의 멤버가 동시에 탈퇴를 알렸다. 이유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속사는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스트레이키즈 우진, 더보이즈 활, 온앤오프 라운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탈퇴했다. 베리굿은 리더가 팀을 나갔다. 리더 태하는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고만 전했다.

그 중에서도 모모랜드는 유독 시끄러웠다. 모모랜드는 2016년 데뷔해 2017년 데이지와 태하가 팀에 합류했고, 이후 2018년에는 나윤이 이석증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복귀했다. 지난해 5월에는 태하와 데이지가 활동을 중단했으며, 같은 해 11월 연우의 팀 탈퇴와 태하의 전속계약 해지 이슈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데이지는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 엇갈린 이해관계, 또 다른 열망 부른 '프로듀스'


"오디션프로그램을 매개로 여러 소속사의 연습생들이 한 데 모여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다."

가요계의 새 모델을 꿈꿨던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투표 및 순위 조작 오명까지 뒤집어쓰며 허울만 좋았던 프로그램으로 남게 됐다. '프로듀스'는 굳어진 기존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낸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일각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젝트성 활동이 주는 불완전성이 아이돌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실로 '프로듀스'가 지나간 자리를 훑어보면 다수의 그룹, 연예기획사, 팬들 사이에서 변화가 왔고 일부 질서가 흐트러지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현직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던 이들이 여럿 출연하고, 최종 멤버로 선발되면서 기존 팀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시즌1에는 그룹 아이아 출신 정채연, 시즌2에는 뉴이스트의 황민현과 핫샷 하성운, 시즌4에는 빅톤 한승우, UNIQ 조승연, 업텐션 김우석, 아이엠 이한결 등이 현직 아이돌 출신이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현직 출신 연습생들은 점점 더 많아졌고, 이에 따라 기존 팀은 부득이 인원수를 변경해 활동했다. 특히 시즌4의 경우 활동 기간이 무려 5년에 달해 방송 전부터 본 기획사와의 계약 문제 및 활동 방향 등이 우려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또, 다른 팀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전에는 없던 사례였기 때문에 재합류 과정에서의 잡음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조작 논란은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여러 연예기획사의 노하우, CJ ENM의 기획력, 스윙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실력이 더해져 괴물급 신인을 예고했지만 이 야심은 투표 및 순위 조작 비난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서로 다른 소속사별 이익 앞에 배는 산으로 갔고, 결국 엑스원은 활동 재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팬들은 활동에 긍정적인 소속사를 지지한다며 새로운 그룹에 대한 열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부 소속사에서는 유닛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미 가요계 질서는 혼란에 빠진 상황임에도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파생 그룹'에 대한 기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 멤버들의 활동이 중간에 끝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활동 자체를 버거워하는 친구들도 있고, 대중에 노출되는 직업적 특성에 적응하지 못해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도 있다. 반면 문제시 되는 사건, 사고에 휘말리거나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오랜 시간 정립된 매니지먼트 시스템 하에서 트레이닝을 받던 친구들이 업계에서도 그간 전례 없던 환경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면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이해충돌이 발생하게 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내세우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가요계 생태계 자체에 큰 교란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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