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데스크 시각] 기업 신년사 속 디지털 전환

입력 2020-01-12 17:41   수정 2020-01-14 18:33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회장(Rotating Chairman)이 올해 신년사에서 꺼내든 화두다. 미국의 수출규제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으니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할 것이다. 작년 상반기와 같은 급성장을 올해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눈길을 끈 것은 경제 위기가 세계적 범위에서 발발했거나, 그 징후가 감지될 때 우리 기업들이 많이 써온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국민경제는 어떤 타격을 받고 가계에는 어떤 고통이 밀려올까 숨죽이게 만들었던 단어, ‘생존’ 말이다.

'지속가능'은 '생존'과 동의어

우리 산업계의 신년사는 그만큼 비장하지는 않다. CEO스코어가 올해 국내 10대 그룹의 신년사 키워드 빈도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이란 단어가 총 56회 나오며 가장 많이 언급됐다. ‘성장’(42회), ‘미래’(28회), ‘혁신’(23회), ‘역량·가치·지속’(각각 21회) 등이 뒤를 이었다. 요약하면 ‘미래 성장을 위해 고객을 중심에 놓고 혁신하자’ 정도다.

그러나 임직원에 대한 ‘호소’의 포인트는 우리 기업인 신년사나 쉬 회장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올해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기업 실현’이라는 꿈을 만드는 원년으로 삼자”고 했다. ‘100년 기업’으로 표현된 지속가능 경영은 ‘생존’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과제다.

쉬 회장은 “인류는 앞으로 30년간 ‘인텔리전트 월드’로 진입할 것”이라며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transformation)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생존’ 투쟁의 전선(戰線)이 ‘디지털 전환’에 있다고 명확히 했다. 허태수 GS 회장도 GS 신년모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힘써 달라. 중장기적으로 핵심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고…”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전쟁 시작됐다

일본 재계에서도 ‘경제의 디지털화’에 대응해 산업구조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키우치 다케히코 미쓰비시상사 사장은 신년사에서 “일본은 디지털화로 산업 구조가 무너질지, 재성장으로 연결할지 갈림길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를 디지털화로 일본 산업 구조를 변혁하는 출발의 해로 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이처럼 한목소리로 외치는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기회의 땅인 동시에, 기업의 생사를 가를 격전장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경영관리,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고객 경험에 이르는 경영 전반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비즈니스냐, 전통 제조업이냐를 가리지 않고 각 기업의 강점에 어떻게 디지털 솔루션을 더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만드느냐에 그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높이려면 인공지능기술자 등 세계적인 인재 쟁탈전에서 밀리면 안 된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일본의 고용 시스템으로 인재 쟁탈전에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일본 내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그런 점에서 지난주 KOTRA가 50년 이상 지속한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우리 기업의 유연성과 변화 대응력을 새삼 돋보이게 해줬다. 디지털 전환 전선에서 계속 낭보가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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