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노스페이스 독점 따낸 K나노섬유…고어텍스 이겼다

입력 2020-01-16 08:18   수정 2020-01-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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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의 퓨처라이트는 고어텍스를 순전히 원시적(downright primitives)으로 보이게 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노스페이스 퓨처라이트에 대한 외신의 평가다. 퓨쳐라이트에 들어가는 소재는 나노섬유(멤브레인)으로, 한국 기업 레몬이 만든다. 나노멤브레인이 적용된 퓨쳐라이트는 고어텍스와 달리 통기성과 방수성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9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레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효규 대표는 "퓨처라이트에 대해 해외 언론은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한 통기성을 가지고 나왔다' 등 파격적으로 평가했다"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김 대표는 "노스페이스는 산악전문가를 대상으로 나노멤브레인으로 만든 텐트에서 100일 이상 생활해보는 체험을 했다"며 "여기에 5000만불(약 600억원)을 쓸 정도로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노스페이스는 미국 덴버에서 퓨처라이트와 고어텍스를 비교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노스페이스는 퓨처라이트 마케팅 비용으로 2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 노스페이스도 놀란 K나노섬유 독점 기술력

외신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레몬의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나노멤브레인은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 정도로 얇다. 나노섬유로 만들어진 멤브레인의 기공(구멍) 크기는 약 300nm(나노미터)로 수증기는 통과할 수 있지만, 물방울과 일반 세균 등 침투는 막는다.

이에 바람도 잘 통하면서도 높은 방수성을 보유했다. 통기성 방수성 두 분야에서 고어텍스를 모두 앞질렀다. 퓨쳐라이트의 MVTR(투습도)는 고어텍스보다 4배 높고, CFM(공기투과량 산출단위)도 고어텍스의 30배에 달한다.

고어텍스보다 뛰어난 소재를 개발한 덕에 레몬은 2018년 가을부터 노스페이스와 3년간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노스페이스가 나노 섬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 2017년부터 나노멤브레인을 가지고 노스페이스에 영업을 진행했다"며 "기간을 정해 최소량을 노스페이스가 부담해야 하는 조건인데, 1차 연도엔 최소량이 다 나갔다"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가 계약조건에 '독점'까지 넣은 이유는 레몬이 세계 최초로 나노섬유 양산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레몬은 전기방사 기술을 갖춘 덕에 세계 최대 규모로 생산 공정도 갖고 있다. 레몬은 2007~2009년 전기방사 기술을 개발한 뒤 2010년 나노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2013년부터 나노멤브레인이 상용화되면서 양산에 들어갔다. 설비 분리막 의료용 위생용품 39개종을 비롯해 국가별로 80건의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기방사 기술은 나온 지 80년 이상 됐지만, 미국 화학회사 듀폰 등도 양산에 실패했다"며 "우리가 유일하게 성공하면서, 상충되는 방수성과 통기성을 모두 갖춘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나노섬유 구멍 수증기와 공기만 '통과'

나노멤브레인의 생산 과정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했다. 구미 공장을 직접 둘러봤다. 먼저 연구소를 들렸다. 연구소 내엔 60cm 폭의 나노 섬유를 뽑아낼 수 있는 설비가 가동되고 있었다.

레몬 측은 "연구소에선 나노섬유를 만들 수 있는 지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며 "나노섬유는 온도와 습도가 1도만 달라져도 변형이 되기 때문에 연구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미경으로 확인한 나노 섬유도 살펴봤다. 5000배 확대한 화면엔 실이 엉켜있고, 검은색 구멍이 드러나있다. 해당 구멍은 불규칙하게 적용된다. 마치 부직포처럼 구멍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게 특징이다.

레몬 관계자는 "검은색 구멍은 일명 '기공'으로, 물 입자보다 몇 십배 작기 때문에 물이 못 들아간다"며 "수증기나 공기는 들어가지만 물은 못 들어가서 통기 소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노멤브레인은 전기방사-합지-분리공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생산된다. 연구소 맞은 편에는 폴리머를 보관하는 시설이 따로 있었다. 폴리머의 원료는 폴리우레탄이다. 용액상태인 폴리머에 첨가제를 넣는다. 이 용액이 실을 뽑아내는 원료가 되는 셈이다.


◆ 종이 뒤 정전기로 전기방사 기술

인근의 다른 공장에서 전기방사-합지-분리공정이 모두 진행된다. 공장 곳곳엔 종이가 감아져있었다. 흡사 제지공장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종이를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종이는 나노 섬유의 지지체 역할을 한다. 나노 섬유가 너무 얇기 때문에 종이에 붙여 생산한다.

레몬 측은 "전기방사는 실을 끌여올려서 필름형태로 구축하는 것을 말하고, 합지는 필름 꺼내서 2~4장 고객 요구에 맞춰 겹치는 과정"이라며 "많이 겹칠수록 공기가 덜 들어가는 구조로, 나노 섬유가 얇다보니 끝을 감아서 보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분리공정은 종이에 붙어있는 나노멤브레인을 떼내는 것을 말한다. 종이는 다시 재활용을 한다.

공장 대부분은 밝았지만, 방사 공정은 어두운 밀실 같았다. 방사 공정에 들어서니 '치익-탁'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플라스틱의 노즐과 연결된 부분이 빨간 불로 빛났다. 그 앞에는 밀폐된 공간에 4만개의 스프레이가 위치해 있었다. 방사공정은 폴리머를 뿌리는 과정으로, 여기서 떨어진 폴리머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 "노스페이스 물량 맞추기도 빠듯"…공장 추가 '증설'

전기방사공법은 적정 습도와 온도 범위에서 관리해야 하는 정밀공정이다. 때문에 용액 공급과 항온항습의 모든 과정은 원격 자동화를 시행하고 있다. 기계가 방사 공정 과정의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감지한다.

두번째 합지 과정에선 종이에 있는 나노멤브레인을 떼어낸다. 종이 위는 누르고 밑엔 열을 가열한다. 종이 위 3~4겹 필름이 가접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열처리 과정을 3차례 돌게 되면 섬유들이 밀착된다. 빈 종이는 위로 가고 나머지는 필름은 따로 돌돌 말아져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비전머신을 통해 검사도 거친다. 전체 나노멤브레인 필름이 100% 결정이 있는 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나노멤브레인의 85%는 구멍이 있고, 나머지는 실로 감싸주는 구조다. 이처럼 완성품 900m를 만드는 데 총 1시간이 소요된다.

완성된 나노멤브레인도 직접 살펴봤다. 언뜻 보기엔 얇은 비닐이거나 풍선 재질처럼 보였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니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다. 얇기 때문에 중간에 투명한 빛이 비치는 부분도 있었다. 손톱으로 꾹 누르거나 잡아당기면 쭉 찢어질 것처럼 얇다는 인상을 줬다.

이에 레몬은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현재 4개 라인에서 연간 3800만m2 면적의 나노멤브레인이 생산되고 있다. 여의도(290만m2)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레몬은 증축을 통해 총 16개 라인을 구축, 연간 1억6000만m2면적의 나노멤브레인을 생산할 계획이다.


◆ 나노섬유 생리대로…마스크팩 인공각막까지

나노멤브레인 생산을 확대하는 이유는 노스페이스 외에도 생리대 마스크팩 등으로 활용처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나노사업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며 "고어텍스 대비 멤브레인은 통기성 수만배 높고, 5배 이상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노멤브레인의 장점을 활용해 레몬은 자사 생리대 에어퀸을 지난해 4월 출시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30만개, 10만개를 수출했고, 지난해 9월엔 아마존에 입점해 판매를 전개하고 있다. 현재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16개 해외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퀸 생리대는 나노멤브레인을 적용해 통기성을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그는 "에어퀸 생리대는 속옷에 부착하는 면에 나노멤브레인을 적용해 일반 생리대보다 통기성이 2만배 높다는 게 특징"이라며 "유기농순면 인증과 유해물질이 제외됐다는 인증까지 확보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에어퀸 황사·방역마스크'도 지난해 말 출시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마스크는 입김에 수분이 묻게 되면 정전기가 발생한다"며 "우리 제품은 통기성과 방수성을 높여 보관 기한이 따로 없을 정도로 품질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또 랑콤 레네르지 마스크팩에도 레몬의 나노멤브레인이 적용됐다. 김 대표는 "기존 마스크팩과 달리 보습효과의 유지 및 에센스의 피부 전달력을 향상시켰다"며 "방수 효과를 통해 에센스의 증발을 막고, 통기성 구조를 통해 에센스가 피부에 전달되도록 했다는 점이 고객사 요구를 충족하는 마케팅 포인트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도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개발 및 상담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마스크팩은 자사 에어퀸 브랜드로의 시장 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패션 분야로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레몬은 아디다스의 소재를 공급하는 BASF와 최근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레몬은 수유패드 산모패드 유아용 기저귀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해외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나노멤브레인은 농업과 인공각막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김 대표는 "과수 농가가 사용하는 봉지에 나노 필터를 붙였더니 갈변도가 27% 이하로 줄였다는 결과가 나와서,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라며 "호주 웨일즈대와 산학협력으로 인공각막에 대한 특허도 냈는데, 우리의 인공각막은 기존 것보다 습기를 많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나노멤브레인을 통해 해외에서 본격적인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김효규 대표이사는 "통기성 높은 나노멤브레인을 농업분야, 의료 소재, 전기전자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 활동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초격차 나노멤브레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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