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상 만들었던 '전자공학' 대체하는 '스핀트로닉스'가 온다

입력 2020-01-19 12:00   수정 2020-01-21 08:39

기초과학연구원(IBS)-포스텍,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IBS 연구진이 현재 실리콘 반도체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반도체 관련 기술 2건을 개발해 각각 다른 국제저널에 실었다. 차세대 전자공학으로 불리는 ‘스핀트로닉스’ 연구 성과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가 특정 방향으로 갖는 고유한 운동량 ‘스핀’을 정보 저장과 처리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는 ‘스핀 소자’를 이용한다. 현재 실리콘 반도체 세상을 이끌었던 전자공학(일렉트로닉스)보다 더 나아간 미래 공학기술이다. 스핀 소자는 이론적으로 전하 이동을 활용하는 실리콘 반도체 소자보다 전력 손실이 적고 정보처리속도가 빠르다.

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김준성 연구위원(포스텍 물리학과 부교수)과 포스텍 화학과 심지훈 부교수·신소재공학과 최시영 교수, 중국고압연구센터 김덕영 선임연구원 등은 상온에서 자성을 띠는 철-저마늄-다이텔루라이드(Fe4GeTe2)를 합성하고 이를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층으로 떼어내 2차원 평면 자석을 만들어냈다고 19일 발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향후 스핀 소자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성과”라고 설명했다.

2차원 신소재 가운데 일부는 스핀 정보의 생성, 전달, 조절에 유리하다. 예를 들면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2차원 결정’ 그래핀은 스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유리하다. 2차원 전이금속 칼코젠 화합물은 스핀 정보를 ‘조절’하는 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핀 정보를 ‘생성’하려면 강자성(자석처럼 외부 자기장과 상관없이 자성을 띠는 특성)을 가져야한다. 강자성 상태를 띠면 물질 내부 전자들이 갖는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이 방향과 역방향을 이용하면 스핀 정보를 0 또는 1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강자성을 띤 2차원 물질은 별로 없다. 드물게 강자성을 가져도 극저온에서만 발현되거나, 전기가 흐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스핀 소자에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IBS-포스텍 연구팀은 강자성을 띤 2차원 물질을 만들기 위해 ‘반데르발스’ 물질에 주목했다. 반데르발스 물질은 층상 구조를 갖는 물질의 층 간(間) 결합이 반데르발스 결합이 이뤄진 물질을 지칭한다. 반데르발스 결합은 통상적인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과 달리, 분자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느슨한 결합이다.

따라서 반데르발스 물질 내 층 간 결합을 선택적으로 깨뜨리면, 단일 원자층으로 이뤄진 2차원 물질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데르발스 자성체에 대한 연구가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도 반데르발스 물질 가운데 하나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철 기반 반데르발스 자성체 중 하나인 Fe3GeTe2(FGT)를 연구하던 중, 철 성분 변화에 따라 강자성이 민감하게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층간 결합을 약하게 만드는 텔루륨(Te) 원자를 넣어 원자 한 층이 분리되기 쉽게 했다. 연구팀은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한 고체의 전자구조 계산법인 ‘제일원리계산’을 사용해 1만100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철 기반 반데르발스 물질의 안정성과 자성을 예측했다. 이후 1만1000여개 가운데 2차원적 분리가 가능한 후보물질 3개를 찾아내고, 최종적으로 Fe4GeTe2를 지목했다.


<그림:양자계산 기반 물질 설계 및 신물질 합성 모식도> IBS 제공
(왼쪽)2차원 자석 설계를 위해선 반데르발스 구조와 강자성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운데)철, 텔루륨, 저마늄의 상대적 비율에 따른 물질 분포도. 녹색 선은 저마늄 대 텔루륨 비율이 1대2가 되는 조건인데, 선 위의 숫자 3,4,5는 해당 지점에서 철 원자 비율을 나타낸다. 이 중 도형 3(Fe3GeTe2)은 이미 구조가 알려져 있었고 자성을 띠는 온도가 극저온이다. 연구진은 4,5와 그 다음 구조를 새롭게 예측했다. 합성에 성공한 것은 도형 4(Fe4GeTe2)다.
(오른쪽)Fe4GeTe2의 구조와 실제 합성된 물질 사진


연구팀에 따르면 Fe4GeTe2은 강자성을 띠는 온도가 0~10도다. 기존 2차원 자석이 영하 200도~영하 50도 부근에서 자성을 띠는 것과 달리 상온에서 강자성을 갖는다. 또 수 나노미터(㎚) 두께 층으로 떼어냈을 때도 강자성이 유지된다. 열을 가해도 스핀 상태가 쉽게 변하지 않아 스핀 정보 보존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상온에 근접한 강자성 신물질이 발견된 만큼 새로운 스핀 정보 소자 개발에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8일자에 실렸다.

KIST 스핀융합연구단 장차운·최준우·류혜진 선임연구원과 김동섭 인턴(미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박사과정)도 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단장 노태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소속 박세영 연구조교수와 함께 유사한 연구성과를 내놨다. 이 연구팀은 전자 개수를 조절하면 자성체 내부에서 자화 방향에 따라 에너지가 바뀌는 현상(자기이방성)에 따라 반데르발스 자성체(Fe3GeTe2)의 특성 변화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물리적 박리법을 통해 Fe3GeTe2의 상전이 온도, 보자력(강자성 물질을 포화시킨 후 역방향 자기장을 가해 자성체 내 자속밀도가 0이 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자기장의 세기) 등 특성이 전자 또는 정공 도핑에 의해 변한다는 점을 관찰했다. 이 과정을 광전자 분광 기법과 범밀도함수이론 계산 등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원자 한 층 두께에 자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반데르발스 물질 특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수록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키는 스핀트로닉스 소자의 개발도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나노 레터스’ 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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