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상장·유통사업 재편…신동빈 '100년 롯데' 밑그림 다시 그린다

입력 2020-01-19 20:13   수정 2020-01-20 00:57


‘유통 왕국 재건, 해외 진출, 사업 다각화, 지배구조 개편….’

신격호 명예회장 뒤를 이어 롯데를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50년간 롯데를 재계 5위 기업으로 키웠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사업은 내수 위주였다. 주력 사업은 성장을 멈췄다.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도 미완이다. ‘100년 기업 롯데’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신 회장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이유다.

유통 왕국 재건 프로젝트

유통사업 침체는 롯데에 ‘발등의 불’이다. 2014년부터 5년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재판 등을 거치며 사업을 재정비할 ‘골든 타임’을 놓쳤다.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의 성장에 대처하지 못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하이마트 등 유통 계열사들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회장은 유통사업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롯데는 2018년 8월 온라인 조직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1등을 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지난해 대표가 바뀌는 등 제대로 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도 롯데의 과제다. e커머스 사업본부는 올 상반기 ‘롯데 ON’이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기로 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제각각 운영했던 유통 7개 계열사 앱을 하나로 합친다. 여기에 AI 등을 접목할 계획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새 주력 사업 화학에 대대적 투자

롯데는 화학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식품, 유통, 호텔 등이 ‘현재’라면 화학은 ‘미래’란 판단이다.

롯데는 2019년 5월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설비(ECC)를 완공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셰일가스를 활용한 첫 사업이다. 사업비로만 31억달러를 투입했다.

롯데는 또 말레이시아 법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을 통해 인도네시아에도 대규모 유화 단지를 조성 중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공장 인근에 나프타 크래커와 하류 부문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18년 12월 기공식도 치렀다. 202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화학 분야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부터 원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약 37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공장과 울산 메타자일렌(MeX) 공장을 증설했다. 2018년 1월부터는 500억원을 투입, 울산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설비 증설에도 나섰다. 충남 서산시 대산에선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에틸렌 공장 등 석유화학 단지를 짓는 중이다. 완공은 2021년으로 잡고 있다.

인도·미얀마 등으로 해외 진출 확대

신 회장은 ‘글로벌 롯데’란 키워드를 제시하며 해외 진출도 강조하고 있다. 화학뿐 아니라 유통, 식품, 관광 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중국에서 실패를 거울 삼아 제대로 된 성공모델을 만들어내는 게 숙제다.

전략적 요충지는 동남아시아다. 베트남에는 롯데 16개 계열사가 나가 있다. 2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리아를 비롯해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호찌민, 하노이 등 주요 거점 도시에 진출한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이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하노이에 2014년 지은 ‘롯데센터 하노이’는 상징성이 크다. 63층 높이의 이 빌딩은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됐다.

롯데는 미얀마, 인도 등에도 진출했다. 신 회장이 2012년 미얀마를 방문해 가능성을 엿본 뒤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이듬해인 2013년 4월 롯데리아 1호점을 양곤에 열었다. 2014년 롯데칠성음료는 미얀마 현지 음료기업 MGS베버리지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2017년 9월엔 롯데호텔양곤도 열었다. 롯데제과는 2019년 초 미얀마 현지 기업 메이슨을 인수했다. 미얀마에 3개 제빵 공장을 운영 중인 현지 1위 회사다.

인도도 롯데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2004년 인도 제과업체 패리스를 인수해 기반을 다졌다. 2010년 초코파이 제1공장을 지었고, 2015년에는 델리지역에 추가로 공장을 설립했다. 2017년 현지 아이스크림 업체 하브모어를 인수해 빙과사업도 벌이고 있다. 또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첨단소재 등이 현지 법인을 두고 진출을 검토 중이다.

호텔롯데 상장해야 지배구조 완성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하고 있다. 롯데는 과거 지배구조가 복잡하기로 ‘악명’ 높았다. 신 명예회장의 스타일 탓이다. 성격이 급해 돈이 필요하면 직접 돈을 내거나 현금이 있는 계열사를 통해 출자했다. 그러다 보니 계열사 간 지분 관계가 꼬였다. 2014년 6월 순환출자 고리만 74만8963개에 달했다. 신 회장은 이 고리를 2018년 4월 다 끊어냈다.

그럼에도 온전치 않다. 2017년 10월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신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는 완성되지 않았다. 롯데지주는 현재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 중이지만 롯데월드타워를 소유한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렌탈과 롯데상사 등은 가져오지 못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 지분을 낮추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상장 이후에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떼어내 롯데지주로 가져와야 온전히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다. 롯데가 호텔롯데 상장을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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