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멀고 먼 '바이오 강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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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1-28 18:25   수정 2020-01-29 00:31

[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멀고 먼 '바이오 강국'의 꿈

바이오 생태계 조성, 전문 인력 육성, 규제·제도 선진화, 연구개발(R&D) 혁신, 기술융합 사업화 지원.

정부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고 발표한 ‘바이오산업 혁신 정책방향’의 5대 추진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바이오헬스 글로벌 강국 도약’을 위한 후속 조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분야인 바이오는 미래형 자동차, 비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정부의 ‘3대 중점 육성 신(新)산업’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매년 서너 차례 이상 바이오산업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全)주기 바이오 생태계 구축,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기간 단축, R&D 투자 확대 등 주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규제에 막힌 한국 바이오산업

‘바이오헬스 글로벌 강국 도약’과 ‘바이오산업 혁신 정책방향’ 등도 세부 내용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재탕삼탕’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내놓은 ‘바이오 7대 강국’ 프로젝트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바뀌어도 원격의료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규제 혁파를 외면한 채 ‘지원·확대·혁신’ 등으로 정책 효과를 포장하는 식이라면 ‘바이오 강국’은 희망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철저히 현실을 바탕으로 마련돼야 한다. 지금은 한국이 ‘바이오 강국’ 도약을 언급할 정도로 산업 생태계와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세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을 석권하고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일부 제약사가 기술수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산업 규모와 경쟁력은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국내 제약사 중 선두를 다투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은 세계 바이오·제약사 순위 110~120위를 맴돌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348개사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38조1000억원(2018년)에 불과하다. 미국 1위 바이오·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의 48.1% 수준이다. 2015년 15위였던 한국 바이오산업 국가 경쟁력은 매년 떨어져 2018년에는 26위로 내려앉았다.

정부, 국민 전체 이익 앞세워야

후발주자인 한국이 파격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도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힘겨운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정책을 반복해서는 바이오산업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원격의료 등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도 이미 시행 중인 신산업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는커녕 격차만 벌어질 게 뻔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의료 서비스와 결합하는 원격의료를 막아놓고 ‘규제혁파’니 ‘바이오 강국’을 외쳐봐야 공허할 뿐이다.

일부 좌파단체와 이익단체들에 휘둘리는 정부 모습은 우려를 더한다. 정부는 올 1분기 안에 ‘첨단재생의료법(첨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령·시행규칙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첨생법은 유전자 치료제 범위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익단체들은 “안전성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시행령으로 치료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안 시행령도 비식별 자료 활용을 둘러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시행령에서 규제 문턱을 오히려 높인다면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관련 법령 개정 취지가 무색해진다. 정부가 바이오를 신산업으로 제대로 육성할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경쟁국 수준으로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할 것이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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