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정책 놓고…회원국 간 갈등 격화

입력 2020-01-30 17:01   수정 2020-01-31 01:26

유럽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을 놓고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 여력이 탄탄한 북부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남부 국가 간 격차에서 비롯된 갈등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가뜩이나 금이 간 EU 균열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때부터 불거진 정부 부채 논란은 EU 회원국 간 해묵은 갈등 중 하나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일부 회원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부채 증가를 감수하고 막대한 재정을 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의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맡지만 재정정책은 회원국이 독자 운영한다. 회원국의 경제적 격차 축소 및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EU는 재정정책 준칙인 안정·성장협약(SGP)을 시행하고 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 정부 부채는 GDP의 6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1년 유로존을 강타한 재정위기 이후 재정준칙은 엄격하게 지켜져 왔다.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재정준칙을 의도적으로 어기는 국가가 등장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세 국가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2018년 말 기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134.8%에 달한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181.2%)에 이어 EU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프랑스(98.4%)와 스페인(98.6%)도 100%에 육박한다.

EU 집행위는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이상 큰 세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 유로존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EU에 따르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지난해 GDP 대비 재정적자가 EU가 정한 ‘3% 룰’을 위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는 재정준칙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재정상태가 탄탄한 국가들은 재정준칙 완화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단일 통화인 유로존의 딜레마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로존 국가들은 환율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채를 줄일 유일한 수단은 정부 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개혁이다. 하지만 긴축재정과 증세가 수요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정부 재정이 더 악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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