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정치, 모르지만…" 라미란이 영화 '정직한 후보'를 택한 이유

입력 2020-02-10 09:16   수정 2020-02-10 09:18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가장 쉬웠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상황을 담았다.

라미란은 '거짓말 천재'에서 하루아침에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 주상숙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었다. 주상숙은 국민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면서 둘도 없이 청렴하고 믿음직한 국회의원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서민을 자신의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 거짓말은 필수로 여기는 인물이다.

"코미디의 본질만 생각하며 접근했다"는 라미란은 주상숙으로 쉼없이 웃음을 안긴다. 연출자인 장유정 감독이 영화 기획 단계부터 "주상숙은 라미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을 만큼 '찰떡' 캐릭터에 맞춤 연기를 보여줬다.

"저는 정치를 잘 몰라요. 솔직히 관심도 별로 없어요. 제안을 받았고,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장유정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어요. JTBC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코미디를 많이 하신 분인데 굉장히 진중해 보이시더라고요. 그래서 답도 굉장히 빨리 드렸어요."

'정직한 후보'는 2014년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하지만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극중 등장하는 모든 에피소드는 새로 쓴거다. 무엇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다.

라미란은 "제가 독보적이라는 얘기니까"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남녀를 가르는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내비쳤다. 특히 전작 '걸캅스'를 통해 젠더 갈등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정치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담론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라미라는 이런 부분을 우려한 듯 "우리 영화는 정치 영화가 아니다. 코미디 영화다"고 강조했다.

"원톱 주연 보다는 코미디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전 웃긴 사람이 아니에요. 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평가도 편견이고요.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굉장히 힘든 작업이에요. 참 피를 말려요. 코미디 영화지만 촬영장은 '이게 정말 웃길까'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현장이었어요."

그러면서도 라미란 특유의 유쾌함은 잃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안 돼'라고 속으로 생각하는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고, 아직도 입이 조절이 안된다"고 고백하면서 "배역과 상황에 맞춰 에드리브가 튀어나왔는데, 함께 연기한 분들이 다 받아줬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극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한 극 초반 라미란의 노래방 열창, 선거유세 콘서트 장면 모두 현장에서 동선을 맞추고 즉흥적으로 서로 동작을 따라한 것이었다고. 2016년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를 통해 걸그룹 언니쓰로 활동한 이력을 언급하면서 "걸그룹으로 활동했던 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말하면서 "분위기에 맞춰 놀았다"고 현장 후일담을 전했다.

어떤 현장이든 분위기 메이커로 꼽혔던 라미란이었다. "어떻게 항상 그렇게 친해지냐"는 비법을 묻자, "일단 밥을 사주고, 계좌 번호를 물어보고 돈을 쏘고 시작한다"고 웃으며 말하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칭찬을 이어갔다.

"보좌관으로 나왔던 김무열 씨나 남편 역할의 윤경호 씨 같은 경우 오해한 부분이 있었어요. 병호 씨는 쾌활하고 장난스러운 성격인 줄 알았는데 부끄러움도 많고, 낯도 가리고 조용하더라고요. 무열 씨는 처음 함께 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 '이걸 한다고?' 이런 반응을 보였어요. 그런데 제일 웃기더라고요. 평소에 웃긴게 아닌데 뭘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갖는 상황이 재밌고, 그걸 진중하게 연기하고요. 제가 바닥을 깔고 무열 씨가 '줍줍'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넘치는 입담으로 예능에서도 활약했던 라미란이었다. 작품 출연 이유로 "작품이 좋거나, 사람이 좋거나, 돈을 많이 준다면 한다"고 조근조근한 말투로 말하는 라미란의 예능감은 전문 예능인 못지 않다.

"예능은 생각은 하지만, 별 얘기가 없더라고요.(웃음) 예능도 재밌고, 보람도 있어요. 유튜브도 많이 얘기들을 하는데, 사실 전 유튜브를 어떻게 하는 지 몰라요. 기계치고 컴맹이이에요. 제가 SNS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에요."

빵빵 터지는 솔직한 입담에 "이런 정직한 후보가 이번 선거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자, "큰일 날 거 같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건 제 생각"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면서도, 평소 고민했던 부분에 견해를 전했다.

"우리 사회엔 정직한 정치인이 필요한게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한거 같아요. 사실 우리 모두 거짓말 다 하고 살지 않나요? 대의나 이런 것에 거슬리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야 하지만, 현명함은 필요할 거 같아요."

캐릭터에 대해서도 "저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감독님이 자료 조사를 정말 많이 했다"고 겸손함을 보이면서 "보면서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모델이 된 게 맞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미란은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한다)을 강조하며 "다음엔 로맨스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코미디를 잘한다는 칭찬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 같아요. 다음엔 웃기는 것만 아니면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일단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현장에 가는 게 즐겁고 재밌고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정직한 후보'도 그랬어요. 이런 작품을 또 만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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